‘본선보다 뜨거운’ 6·13 민주당 대진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1 10:58:24
  • 호수 1144호
  • 댓글 0개

나가면 당선? 박터질 집안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이후 정국의 중심축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었다. 현 흐름대로라면 내년 6·13 지방선거서 여당이 주요 지자체단체장을 석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요시사>는 유력 민주당 후보들을 추려 내년 지방선거를 예측해봤다.  
 

사실상 대권코스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이 3선 도전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선 도전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서울시장으로서 역할을 강조하며 이미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사실상 대선코스 
치열한 서울시장

이밖에 민주당 내 서울시장 출마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박영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인지도를 무기로 최근 ‘서울을 걷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실상 선거 캠페인에 돌입한 모양새다. 서울시민들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바닥민심 잡기에 힘쓰고 있다.

‘추다르크’란 별명으로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추미애 대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여권성향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추 대표는 사실 럭비공 같은 사람”이라며 “지금은 문 대통령한테 바짝 엎드린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본래 성향을 감추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 대표는 늦어도 내년 2월13일 전에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당직자(당 대표 및 최고위원)가 선출직에 출마하기 위해선 4개월 전에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말을 아끼고 있는 추 대표지만 본격적으로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당 대표냐 서울시장이냐’를 두고 양자택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 박원순·박영선·추미애 3강 구도에 대적할 인물로는 민병두, 우상호, 이인영 의원등이 거론된다. 민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서 ‘민병두의 문민시대-사람의 가능성을 크게 하는 서울탐구’라는 행사를 열어 서울 시정에 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친구 사이인 3선의 우상호·이인영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우 의원은 이 의원의 결정을 보고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우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 의원은 서울시장보다는 당내서의 역할 확대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 의원은 경선 승리를 위해선 당내 입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외활동보다는 서울시당 조직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시장 다음으로 관심이 쏟아지는 지역은 단연 경기도다. 민주당서 경기도지사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 김진표 의원, 전해철 의원 등이다. 차기 경기지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 시장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해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세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오는 1월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장은 본인을 지지하는 단체인 ‘손가락혁명군’을 중심으로 경기도 내 31개 시군별로 온·오프라인 조직을 강화해 경선에 대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이 시장이 경기도지사 출마보단 성남시장 재선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시장은 재직시절부터 성남을 광역시로 승격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성남이 광역시가 되면 사실상 차기 대선후보로 나설 때 중량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이) 워낙 현실감각이 뛰어나 인지도만으로 경기지사 공천을 받는 것이 무리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안전한 시장직을 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갈림길 선 이재명
다크호스 전해철

당내 이 시장 대항마로 떠오르는 인물은 김진표 의원이다. 경기도 수원서만 4선을 역임한 김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서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와 대결서 패배한 바 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만큼 정·관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김 의원의 출마는 민주당 내 경선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출마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사실 그를 진보인사로 보는 사람이 민주당 내에도 많지 않다”며 “출마 의지는 밝히지만 훗날 너그럽게 양호하는 모습을 보여줘 차기 총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떠오르는 인물은 전해철 의원이다. 전 의원은 '3철' 중 한 명으로 대표적인 문 대통령 측근 인사다. 출마 여부에 대해선 “가능한 내년 1월 초·중순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민주당에 있어 경기도지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 의원은 “지난 20년간 민주당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경기도에선 실질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으로서는 경기도서의 승리가 결국 완벽한 정권교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내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시장을 언급한 듯 ‘치열한’ 당내 경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본선에 돌입하면 만만치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며 “당내 경선을 치열하게 진행해 충분히 검증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3선 도전 내비친 박 시장…추미애·박영선 출격
성남이냐 경기도냐…갈팡질팡 이재명 노림수는?

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시장도 관심이 쏟아지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부산서 민주당은 정당지지도 48%를 기록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 이호철 전 민정수석, 김영춘 해수부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 중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오 전 장관이다. 앞서 지난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는 오 전 장관은 서병수 시장과의 대결서 2만701표 차이로 석패했다. 지난 대선 과정서 오 전 장관은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한 바 있다. 

현재 오 전 장관은 민주당서 부산시장 후보로 추대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민주당 부산시당 내 남아있는 비토 분위기는 오 전 장관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경기도에 전해철 의원이 다크호스라면 부산에선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떠오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 전 수석은 PK지역서 상당한 결집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 전 수석은 2주간 부산을 떠났다가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지난 3일에는 이 전 수석이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한 1981년 ‘부림사건’을 재조명하는 토크콘서트를 갖기도 했다. 이 전 수석 지지자들 사이에선 그의 부산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지그룹 한 관계자는 “이미 이 전 수석이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거절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며 “연말·연초 여론조사 결과가 그를 추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영춘 해수부장관이 부산시장에 나설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정계에 밝은 한 인사는 “이 전 수석이 있어 김 장관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며 “그의 품성으로 볼 때 무리하게 들이대지 않고 장관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뜨는 ‘3철’ 
뜨는 장관들

인천시장에 누가 나설지도 내년 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다. 1995년 민선으로 전환된 뒤 인천은 송영길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보수색채의 인사들이 시장에 올랐다. 현직인 유정복 시장(자유한국당)이 재선을 노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 내 인천서 텃밭을 일군 이들이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유력 후보로는 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꼽힌다. 박 의원은 인천시당위원장으로 ‘1당원, 1당원 늘리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인천시민 300만명 가운데 1%를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역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시장선거에 나선 다는 것이 부담이긴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유 시장에 대항하기에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의원은 “그동안 올인했던 대선이 끝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많이 듣고 신중하게 생각해 인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교흥 국회사무총장도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송영길 의원이 인천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낸 행정가로, 당 안팎으로 평이 좋은 인사다. 특히 인천시장 출마 경험과 당내 지역 정치인 중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 사무총장이 당장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후보로서 인천 정가는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인천시장 후보에 여풍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홍미영 부평구청장이다.
 

2010년 인천지역 최초 여성기초단체장을 시작으로 2014년에 여성 최초 재선 기초단체장으로 선출됐다. 홍 구청장은 3선 도전보다는 인천시장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홍 구청장이 의원도 역임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이력만 놓고 봤을 때 박 의원, 김 사무총장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민주당 출신인 권선택 대전시장의 중도하차로 무주공산이 된 대전시장 자리를 놓고 여권후보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민주당서 대전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은 이상민 의원과 박범계 의원이다.

이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중 출마가 유력하다. 4선으로 지역 내 탄탄한 정치 기반과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소가 밀집한 유성지역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각종 지역 행사에 자주 모습을 보이면서 사실상 대전시장 출마를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측근 3철 등장…예측불허 선거판 다크호스 
무주공산 대전시장…전남도지사, 여야 빅매치 

박 의원의 대전시장 출마도 예상된다. 박 의원은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을 지내면서 지역 정치기반을 다졌고, 문재인정부 출범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당내에서는 ‘적폐청산위원장’과 ‘최고위원’을 맡아 여의도서의 활동 또한 활발하다. 

박 의원은 “현안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입장을 내놓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박범계-이상민 의원이 양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후발주자로는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꼽힌다. 참여정부서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실·인사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허 구청장은 ‘친 안희정계’로 꼽힌다. 

때문에 ‘친문계’인 박 의원과 허 구청장이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 여권 내 권력 추이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시장 후보군은 야권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권서도 소수 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재 민주당서 대구시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사람은 김부겸 장관이다. 민주당은 김 장관을 필승카드로 여기고 있다.
 

당장 김 장관이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당 차원서 막판까지 출마를 종용해 분위기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민주당 내부에선 무소속서 민주당에 입당한 홍의락 의원도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홍 의원은 뚜렷한 입장표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의 국무총리 임명으로 공석이 된 전남도지사 선거는 각축전이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으로 유일한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인 이개호 의원은 지난달 6일 전남도지사 출마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여론조사도 제가 1위이고 권유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 요즘 이런 상황이 거세게 일고 있어 출마 쪽으로 많이 기울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일한 현역의원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지 선수로 나가려고 하느냐는 말도 많다”며 “‘선거에 나가라’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고 설명했다. 

전남 난전 예상
이개호vs박지원

이 의원이 사실상 출마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이미 출마 뜻을 밝힌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등 전남도지사 후보군이 가시화돼 선거전이 조기 점화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서 주승용·황주홍 의원 등도 꾸준히 물망에 오르고 있어 여권 입장에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친문 차출론’이 등장하는 등 중량급 있는 인물들이 도전장을 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7대 비리’ 지방선거 적용?

청와대가 최근 고위공직자 임명 배제 7대 비리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가운데 내년 6·13지방선거 공천 과정서 해당 기준이 적용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경우 공천 및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역 및 출마예정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5대 배제 원칙(병역기피·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 전입·논문표절)외에 음주운전과 성관련 범죄 이력을 가진 인사를 임용에서 원천 배제하는 안이다.

정치권이 이를 내년 6·13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적용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선 이후 지지율이 높이 올라가면서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철저한 후보 검증에 박차를 가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의당 역시 광역단체장의 경우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기사 속 기사> 울상 짓는 한국당 출신 단체장들  

내년 6월 실시될 지방선거서 국민 절반 이상이 현역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뽑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지방선거서 현역 광역지자체장을 계속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26.2%에 그쳤다. 

반면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51.6%에 이르렀다. 

지역별로 보면 박원순 시장이 있는 서울시장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43.5%였고, 윤장현 광주시장, 송하진 전북지사 등 민주당 소속 지역의 ‘다른 후보지지’ 응답은 40% 대를 나타냈다. 

반면,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등 자유한국당 소속 광역지자체장이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응답자의 64.5%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서병수 부산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등 한국당 소속 광역지자체장이 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응답자 중 61.4%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