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이철성’ 청와대 딜레마

‘불면 날아갈’ 바람 앞 등불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이철성 경찰청장 사의설이 흘러나오면서 대규모 인사를 앞둔 연말 경찰 내부는 더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 청장과 청와대는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갑자기 불거진 사의설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가올 올림픽과 지방선거같은 큰 이벤트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4대 사정기관 수장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청장. 풍전등화 같은 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한 매체서 이철성 경찰청장이 최근 청와대에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청장이 이번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청와대에 ‘청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 청장이 사의를 밝힐 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맞다”며 청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사의설 진실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해당 보도 직후 사의설에 휩싸인 이 청장이 청와대에 직·간접적으로 사의 표명 의사를 전달한 바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지난 20일 이 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본청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사직서를 쓴다던가 의사를 전달한 적이 없었다”며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사의 표명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 예방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대통령 예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청와대 출입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마지막으로 들어간 게 반부패 기관장회의였고 그 때 이후로 들어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소회를 밝힌 적은 있지만 그 말은 국회 질의 때도 했고 저의 진퇴에 대한 질문이 있을 때마다 해왔던 얘기”라며 “치안정감 인사를 앞두고 여러 가지 움직임이 있으니 그와 관련해 증폭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청장 사의 표명설
“개의치 않겠다”…청와대도 공식 부인

이 청장은 청와대로부터 신임을 확인한 만큼 남은 잔여 임기를 모두 채운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 청장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해 8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보통 경창청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이 청장은 정년(만 60세) 제한으로 내년 6월까지가 임기다. 

이 청장은 연말로 예상되는 경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서는 “치안정감, 치안감 인사는 정부 인사기에 제가 언제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치안정감 인사와 관련해서 언급된 바가 없다”면서도 “다만 과거 전례로 보면 12월10일 정도까지, 경무관 인사까지 12월 중순까지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장 교체설 혹은 사의설은 문재인정권 출범 직전에도, 이후에도 잊을만 하면 불거져 나왔다. 이 청장이 박근혜정부서 임명된 사람인 데다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4대 사정기관 수장 중에 유일하게 ‘생존 중인’ 인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청장은 검찰총장·국정원장·국세청장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린다. 


경찰 내부에서는 특정 치안정감들이 거명되며 ‘밑에서 청장을 흔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또 “현 정권과는 코드가 안 맞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청장 교체설은 지난 7월 무렵부터 경찰개혁위원회 주변서도 흘러나왔다. 

일부 개혁위 위원들이 경찰 개혁의 핵심으로 ‘청장직 개방’에 무게를 두고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혁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개혁의 깊이와 속도를 더 하려면 외부 인물을 청장 자리에 앉혀 분위기 쇄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개혁위 인권분과를 중심으로 논의됐다. 

계속되는 교체설
가도 가도 가시밭

검찰총장도 외부에 개방해 지원자를 신청받는 데 경찰청장을 민간에 개방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권의 모 인사가 차기 청장으로 유력하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개혁위는 이 청장 교체설을 부인했다. 

당시 개혁위 한 관계자는 “개혁위 위원들을 임명한 사람이 이철성 청장인데 위원들이 이 청장을 쫓아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차기 청장은 개방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는 하고 있지만 이 청장을 당장 교체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치인 출신을 차기 청장에 앉힌다는 설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청장은 얼마 전 강인철 경찰중앙학교장과 상호 비방전을 벌이면서 경찰 내부서 사퇴론이 불거졌지만 이 때도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으면서 사퇴 위기를 넘겼다. 

경찰 안팎에선 여권서 집단으로 청와대에 경찰청장 교체를 건의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정권이 바꼈는데 전(前) 정권 인물이 교체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면서도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청와대에 경찰청장 교체를 건의한 사실은 없다. 그럴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 주변에서는 인사철을 앞두고 10만명이 넘는 조직 규모에 비해 ‘윗자리’는 한정된 만큼 수뇌부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 청장 교체론도 불거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번 ‘사임설 해프닝’이 다음 달 초 경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오히려 이 청장의 임기를 보장시켜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니 땐 굴뚝에?
여 압박 있었나?


청와대가 “이 청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통령 탄핵 사태부터 대선 이후 지금까지 경찰 본연의 업무인 치안관리를 안정적으로 충실히 해왔다”며 이 청장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새 정부가 이 청장의 유임을 결정했을 당시 촛불집회 관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정부가 예고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경찰개혁 등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평창올림픽을 안정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청와대가 이 청장의 ‘유임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청장이 강력하게 “사실이 아니다”며 사의설을 일축했지만 일각에선 갑자기 불거진 사퇴설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내부에선 “내년에 평창올림픽과 지방선거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있는데 전 정부서 활동한 이 청장 등 고위급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평가가 있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 등이 이 청장을 압박했고 이에 이 청장이 사퇴 의사를 내비쳤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달 말 예정돼있는 경찰 고위급 인사와 겹쳐 지금이 청장 교체의 최적기라는 시각이 많다. 이 청장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정치권 안팎서 조심스레 나온다. 

문정부 출범 직후 끊임없는 교체설
연말 앞두고 수뇌부 흔들기 관측도


이 청장은 지난해 8월 임기 2년의 경찰청장에 취임했지만 정년 때문에 내년 6월 말에 퇴임해야 한다. 정치권서도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이 청장 퇴임과 신임 경찰청장을 임명하면 무리가 없기 때문에 청와대가 이 청장에게 이날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애초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는 이 청장 교체 필요성을 검토했지만 대과가 없는 만큼 2년 임기를 보장해주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2003년 임기제가 시행된 후 임기를 채운 사람은 이택순·강신명 전 청장 2명뿐이다. 이들도 한 정권 내에서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 청장은 순경부터 시작해 경찰청장까지 경찰 내 모든 계급을 거친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그는 1982년 순경 공채로 입문했다. 경사이던 1989년에 경찰 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경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이 코앞이라 청와대가 경찰 수장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청장에게 천운이 따른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이 청장은 ‘사임설’과 무관하게 정상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청장은 20일 방한한 로널드 델라 로사 필리핀 경찰청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 경찰 간 협력을 통해 재외국민 보호, 중요 도피사범 검거 송환 및 각종 국제성 범죄 공동대응 등 치안협력 발전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전날엔 경북 포항 지진 대피소를 찾고 수능 문제지 보관소 등을 방문하는 등 정상업무를 수행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사철을 앞두고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는 것은 알지만 일희일비하면 노이로제에 걸리지 않겠느냐”며 “청장 사임설은 일부 수뇌부 인사를 따르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의심되긴 하나 근거없는 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무시하겠다”고 말했다. 

청 노이로제
소문은 무시

청와대도 관련 언론 보도를 공식 부인하면서 이 청장에 대한 신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이 청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통령 탄핵 사태부터 대선 이후 지금까지 경찰 본연의 업무인 치안 관리를 안정적으로 충실히 해왔다”며 “이 청장의 정년이 내년 6월인 상황서 청장 교체를 고려할 만한 특별한 인사 요인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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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