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세풍’ 막후 조력자 추적

“박연차 털어 노무현 잡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불러온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절차와 과정 모두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검찰 고발이 먼저 이뤄졌고 탈세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특별한 단서 없이 계열사에 대한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가 이뤄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막후서 세무조사를 조종한 세력과 조력자를 자처한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지닌 세무조사는 과거 여러 정권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됐다. 청와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불순한 목적의 세무조사가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이 같은 폐단을 극명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결국 그랬다
소문 사실로

지난 8월31일 국세 행정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출범한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이하 TF, 단장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정치적 논란이 불거졌던 과거 세무조사에 대한 점검 차원의 조사를 진행해왔다. 대상 건수는 김대중정부서 박근혜정부 동안 진행된 50여개 세무조사였다. 

당초 TF는 중간 진행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TF 활동이 마무리되면 최종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서 비공개 운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중간 진행상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TF 점검 결과 총 5건의 세무조사서 국세기본법상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 


▲고 노무현 대통령 측근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연예인 김제동 소속사 다음기획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의 중동 진출에 부정적 의견을 제출한 이현주 DW커리어 대표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핵심은 2008년 행해졌던 ‘태광실업 세무조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이 이끄는 태광실업에 대해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에 나선 건 2008년 7월 말이었다. 부산에 있는 중견기업을 조사하는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인력이 투입된 대규모 조사였다. 

10월 말까지 1차 조사가 마무리된 후 국세청은 조사기간을 연장했다. 국세청이 검찰에 태광실업을 고발(수사의뢰)한 시점은 같은 해 11월25일로 당시는 아직 세무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10년 흐른 뒤 밝혀진 진실
중대한 조사권 남용 결론

국세청 고발을 받은 검찰은 즉각 대검 중수부에 사건을 배당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 회장으로부터 640만달러가량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4월30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5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과적으로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 됐다. 

이 사건으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문 총무비서관 등 노무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치권과 국세청 안팎에서는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적법성 확인 여부가 TF의 존재 이유라는 인식이 퍼졌다. TF의 재점검은 국세청이 보유한 문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세무조사 착수와 진행 과정서 문제가 없었는지, 혹시 절차를 어긴 부분은 없는지 등이 확인 대상이었다. 

이 과정서 TF는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국세청이 태광실업을 검찰에 고발한 사실을 확인했다. 세무조사가 모두 완료되고 탈세 규모나 방법 등이 확인된 뒤, 이를 검찰에 고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국세청의 통상적인 세무조사 절차다. 
 

그런데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말해 탈세 규모나 방법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서 검찰에 고발부터 했다면 그것은 절차를 무시한 행위에 해당한다. 

절차 무시한
그릇된 조사

직권남용, 조세범처벌절차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TF는 2008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고 결론내렸다. 매우 이례적이며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심각한 행위로 규정했다. 당시 세무조사가 정상적인 세금 추징을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으로 진행됐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TF는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태광실업 관련 기업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업체는 세금 탈루 혐의가 미미함에도 조사 대상이 됐고 조사 대상 과세기간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중복 조사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교차조사 승인을 받는 등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차조사는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와 지역 세무당국의 유착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납세지 관할이 아닌 세무당국이 지역에 관계없이 직접 세무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TF는 국세청장을 상대로 ‘공소시효의 도과 여부 등 법적 요건을 검토해 적법 조치하고 강도 높은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또 조사권 남용 수단으로 비판을 받은 교차조사에 대해서는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하고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TF의 입장 발표 후 국세청은 곧바로 자세를 낮췄다. 

지난 22일 한승희 국세청장은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조사권 남용이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검은 그림자
공모자 누구

한 청장은 서울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청사서 취임 후 가진 첫 국세행정개혁위원회 회의서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정황이 확인된 것에 대해 국세청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TF 활동 목적은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의 토대서 세정의 공정성을 의심받거나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TF가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 세무조사’라고 밝힌 데다 세무조사권 남용 정황이 드러나면서 책임 규명을 위한 후속 조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배후 세력이 정권에 결탁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적잖은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기획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국세청장이었던 한씨는 2008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 국세청장도 교체되는 게 관례다. 

청와대-국세청 속보이는 결탁
표적수사 진짜 배후는 이명박?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신임 국세청장을 임명하지 않았고 한상률 전 청장은 정권 교체기에 유임된 최초의 국세청장이 됐다. 다만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서울 도곡동 땅의 실체와 BBK 관련 의혹을 파악하고 있던 한 전 청장을 내치면 뒷감당이 힘들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결국 한 전 청장과 청와대가 전략적 공조 관계를 형성하고 친노(친 노무현)계를 타깃 삼아 전방위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에 불을 지핀 인물이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다. 안 전 청장은 이명박정부가 광우병 촛불시위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태광실업을 희생양 삼아 정략적인 세무조사를 벌였다는 주장을 제기한 인물이다. 

안 전 청장은 “2008년 여름 한상률 청장이 불러 ‘노 대통령 자금줄인 박연차의 베트남 신발공장을 까야 한다’며 베트남 국세청과의 협조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순수한 세무조사라기보다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한 표적조사였다”며 “통상 세무조사는 기업이 이익을 적게 신고해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조사하지만 당시 한 청장은 세무조사의 본 목적과 달리 돈의 ‘용처’를 찾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9년이 지난 현재 관련자 처벌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앞서 한상률 전 청장은 이 사건으로 2011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당시 수사팀은 “국세청장으로서 적법한 판단을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MB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태광실업 세무조사 배후 논란서 빠질 수 없다. 이명박정부 차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세무조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세무조사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는 내용도 정설에 가깝다. 

당시 한 전 청장은 이상득, 정두언 전 의원 등 이명박정부의 핵심 실세들과 두루두루 접촉했고 빠르게 친해졌다고 전해진다.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도 여러 번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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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