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주변’ 의문의 죽음들 추적

숨진 채 발견되는 그때 그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도태호 수원 제2부시장이 지난달 26일 돌연 저수지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오후 2시까지 정상 근무를 하다가 한 시간 뒤 저수지서 숨진 채 발견된 도 부시장의 죽음에 누리꾼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는 최근 국토해양부서 근무할 당시 도로 공사와 관련된 비리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칼날이 매섭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가정보원의 방송 장악,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등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하나씩 파헤쳐질 기세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국정원의 광범위한 국내 정치 공작 의혹과 관련해 “윗선에 대한 수사 한계라든지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세 몰린 MB
검찰 정조준

‘몸통’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게까지 검찰 수사가 닿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2008∼2013년) 동안 벌어진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그 주변에서 일어난 죽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는 지난 8월 팟캐스트 <정치, 알아야 바꾼다>와의 인터뷰서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에 5촌 살인 사건도 있고 무수한 죽음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에 더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MB 주변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먼저 2011년 3월26일 김태성 씨모텍 대표이사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노트북으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때 쓰는 데이터모뎀을 제조하는 업체인 씨모텍은 2007년 상장, 2010년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2009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인수합병 전문기업 ‘나무이쿼티’를 통해 씨모텍을 인수했다. 씨모텍은 줄기세포 등 바이오사업을 영위하던 제이콤을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가 무리한 M&A를 감행하면서 투입된 돈은 200억원 이상으로 예측된다.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김 대표는 1200만주 유상증자에 성공했지만 자금 조달 두 달 만에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그는 담당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의 죽음은 무리한 M&A로 인한 자금 부담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대표의 자살 원인을 ‘주가 조작’과 연계시키는 시각도 있었다. 김 대표가 사망하기 한 해 전인 2010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조영택, 최문순 의원으로부터 나온 문제다. 

조·최 의원은 씨모텍 상근이사로 있던 전모씨가 씨모텍을 인수하고 제4이동통신사업에 참여하면서 주가를 띄워 개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전씨는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씨의 사위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이사와 대우증권 국제조사총괄 등을 역임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조카사위가 된다. 


애초에 전씨는 나무이쿼티 설립자였고 씨모텍을 인수할 당시에는 나무이쿼티 대표이사였다. 씨모텍 인수 후 상근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 대표가 대표직을 맡았다.
 

씨모텍은 이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라는 배경을 가진 전씨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씨모텍 주가는 널을 뛰었고 이 과정서 전씨가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겨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논란이 주식사이트 등을 통해 제기됐다. 이 논란은 국정감사 때 거론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문제를 제기했던 최문순 의원은 “전씨가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의 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씨모텍 주가가 널뛰기했고 그 과정서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국감 당시 전씨는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이후 논란은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러다 김 대표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전씨와 그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친인척 주변 인물 돌연 사망
자원외교 연루자도 갑자기 죽어

2012년 6월에는 MB 측근으로 분류됐던 김병일 전 서원학원 이사장이 홍콩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전 이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할 때 서울시 대변인을 맡았다. 충북 청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김 전 이사장은 대표적인 친MB 인사로 불렸다.

그는 19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라온 당시 정우택 새누리당 후보의 성추문 의혹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퍼날랐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정 후보에 관한 의혹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정 후보 측 역시 “의혹은 모두 거짓”이라며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충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월 김 전 이사장을 소환해 1차 조사를 벌였다. 이 때 김 전 이사장은 “글을 본 적도 없다.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것 같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1차 조사를 마친 그는 2차 소환에 불응한 뒤 홍콩으로 출국했고 그곳서 불귀의 객이 됐다. 경찰은 김 전 이사장이 홍콩서 귀국하는 대로 체포영장을 집행,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참이었다.

이 때문에 김 전 이사장의 죽음이 수사 중압감 때문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반면 경찰 수사를 김 전 이사장의 직접적인 자살 원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제의 글을 작성한 것도 게시한 것도 아닌 김 전 이사장이 이 정도 사안 때문에 홍콩으로 도망치듯 떠난 것은 물론 귀국도 못했다는 논리는 말도 안 된다는 것.

단순 명예훼손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사안은 김 전 이사장이 사망한 후 흘러나온 공천 과정의 뒷얘기, 저축은행 등과 엮이면서 궁금증이 커졌다. 특히 김 전 이사장이 퍼나른 글이 원래 게시됐던 블로그의 개설자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기업 대표 자살
조카사위 관련?


문제의 글이 올라온 야후 블로그 ‘크라임 투 길티’를 만든 장본인인 이모씨는 대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이 수사 중이던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 블로그 글을 빌미로 수차례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김 회장을 협박하는 글을 여덟차례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2013년 4월에는 임모 CNK 전 부회장이 갑작스레 목숨을 끊었다. 사망 당시 임 전 부회장은 CNK 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그의 시신 주변에는 타고 남은 번개탄과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 전 부회장이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부풀리고 대량생산계획 등을 허위 유포해 9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CN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 등 MB정부 실세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스캔들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임 전 부회장의 죽음으로 검찰 수사 중이던 주가조작 의혹은 진상 규명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0년 12월 외교부는 ‘CNK가 아프리카 카메룬서 최소 4억2000만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CNK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장량이 과대평가 됐다는 주장이 수차례 나왔고, 급기야 외교부가 사실을 부풀렸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사업은 2010년 외교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MB정부의 대표적 자원외교 성과로 꼽혀왔다.

올해 6월 대법원은 CNK 대표 오모씨에 대해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 대표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이아몬드 광산의 추정매장량을 부풀린 보도자료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던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는 무죄가 확정됐다.

주가조작 혐의
번개탄 사망

MB정부 시절 가장 큰 화두였던 광우병 문제를 제기한 수의사가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사망한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논란 당시 안전성 의혹을 꺼냈던 인물이다.

2014년 1월19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의 한 호텔 객실서 숨진 박 국장을 종업원이 발견했다. 그의 수첩에는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이 쓰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동물용 마취제와 주사기도 나왔다.

박 국장은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위생검역분과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당시 미국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 타결에 앞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등급판정 결과를 전제로 한 ‘합리적 수준 개방’을 약속한 이후 줄기차게 무조건 개방을 요구해왔다. 

박 국장은 “모든 나라의 검역 기준은 OIE 기준보다 높다. OIE 기준은 그야말로 권고사항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 국장은 2012년에도 C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미국 광우병 조사를 진행한 민관 합동조사단이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박 국장은 “광우병 소의 귀에 찍었던 이표라는 게 있다. 민관 합동조사관에선 그 사진을 근거로 현지 조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 사진은 미국에 가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내용은 전혀 조사하지 않고 그냥 시간만 때우고 왔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광우병·숭례문 민감한 사안
관련자들 비슷한 시기 자살

인터뷰 말미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가 그렇게 많이 터지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이 정부에 실망해서 도저히 이제 이 정부에선 더 기대할 것이 없다. 이런 정도의 자포자기 수준까지 간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1월18일에는 숭례문 복원 부실 공사를 조사 중이던 충북대 박모 교수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 교수는 충북대의 한 학과 재료실서 재료를 쌓아놓은 선반에 목을 매 사망했다. 

시신을 발견한 것은 박 교수의 아내로 “평소 (남편이) 정신질환을 앓았던 적이 없고 우울해하거나 고민을 토로한 적도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박 교수의 옷에서 “너무 힘들다, 먼저 가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수첩을 발견했다. 박 교수의 지인들은 그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망 직전까지 숭례문 복구 공사에 사용한 소나무 중 일부가 국내산 금강송이 아니라 값싼 러시아산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나이테 분석을 통해 진위 여부를 가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박 교수는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이 나무 바꿔치기 의혹을 받고 있던 신응수 대목장의 사법처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경찰은 박 교수가 어떤 전화를 받은 후 괴로워했다는 지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협박 받았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조사했다.

국보 1호 숭례문은 이 전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름 앞둔 2008년 2월 전소됐다. 숭례문 복원 사업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많은 전문가 사이서 속도전을 벌이는 숭례문 복원 사업을 두고 “왜 이렇게 서두르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숭례문은 5년 4개월에 걸친 복원 공사 끝에 2013년 5월 공개됐다. 하지만 복원 공사를 마쳤다고 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나무 기둥이 갈라지고 뒤틀려 속이 드러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감사위원 투신
우울증 앓았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과 숭례문 복원 부실 공사 검증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룬 두 인물의 죽음은 수많은 의문을 자아냈다.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점, 자신의 수첩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점 등을 두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사회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사안과 연관된 인물이 연이어 숨지면서 사망원인을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같은 해 4월에는 ‘MB정부의 감사맨’으로 불렸던 홍정기 감사원 감사위원이 아파트 옥상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 위원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아파트 13층과 14층 사이 계단 창문을 통해 아래로 뛰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은 홍 위원이 아파트 현관 지붕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지만 경찰이 출동했을 땐 이미 숨진 뒤였다. 유족은 홍 위원이 우울증을 앓았다고 진술했다.

홍 위원은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2011년 7월부터 1년4개월여간 감사원의 실무를 총괄·지휘하는 사무총장을 맡아 민감한 사안을 다뤄왔다. 일각에서는 홍 위원이 MB정부의 숱한 비밀을 꿰고 있다는 말도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지난 정부의 감사원 사무총장’이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했다는 말도 돌았다.

홍 위원은 투신 전 우울증 치료차 휴가를 낸 상태였다. 그의 자살을 둘러싸고 외압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홍 위원의 죽음을 두고 청와대서 조사 등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의문을 품었다. 

당시 황찬현 감사원장은 “내가 아는 범위에선 (외압 의혹은) 없다”며 “병원에 입원해 잘 치료받고 있다고 파악했지만 안타깝게도 예상보다 병이 깊었던 모양”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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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