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움직이는 가톨릭 파워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39:31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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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세례명은 ‘디모테오’. 사도 바오로의 제자이며 ‘하느님을 공경하는 자’라는 뜻이다. 최근 해외의 저명한 국제관계 평론잡지는 문 대통령의 이러한 종교적 성향이 그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기고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 핵심 인사들 중 상당수가 가톨릭 신자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번 정부 들어 두드러지는 ‘가톨릭 실세론’을 취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점은 그의 발자취 곳곳서 발견할 수 있다. 경남 거제서 태어난 그는 북한 출신 피난민들이 많이 거주하던 부산 영도로 이사한 후 인근의 ‘신선성당’에 다녔다. 청와대를 나와 노무현재단 상임이사를 할 당시에는 경남 양산에 있는 ‘덕계성당’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깊은 신앙심
국정운영도?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에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세검정성당’을 찾았다. 바쁜 일상에도 매주 일요일 오전에는 꼭 성당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가 된 사연은 자서전 <운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근처에 있는 성당서 구호식량을 배급해 주기도 했다. (중략) 내가 초등학교 1-2학년 때 배급 날이 되면 학교를 마친 후 양동이를 들고 가 줄서서 기다리다 배급을 받아오곤 했다. (중략) 꼬마라고 수녀님들이 사탕이나 과일을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그때 수녀님들이 수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어린 내(문 대통령) 눈에는 천사 같았다. 그런 고마움 때문에 어머니가 먼저 가톨릭 신자가 됐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세를 받았다. 영도에 있는 신선성당이었다.”


1981년 문 대통령은 이 성당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가톨릭 집안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중 “어머니는 지금도 이 성당(신선성당)에 다닌다. 신앙심이 깊은 데다 워낙 오래 다녔기 때문에 사목회 여성부회장을 하기도 했고 성당의 신용협동조합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문 대통령은 20여년 전 어머니가 준 ‘묵주반지’를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항상 끼고 있다. 문 대통령이 변호사로 활동할 때 어머니가 선물한 애장품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어머니가 주신 묵주반지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밝혔다.

문 대통령의 깊은 신앙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있다. 그는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관저로 거처를 옮길 당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홍제동성당’의 유종만 바오로 주임신부에게 축복식을 부탁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해 1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으로 거처를 옮긴 후 홍제동성당 주일 미사에 참석했다. 그때의 인연이 축복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세례명이 ‘바오로’의 제자이며 축복식을 ‘바오로’ 주임신부에게 부탁한 점이 인상적이다.

관저 축복식도
가톨릭식으로

대표적 사진도 있다. 지난 2012년 11월, 18대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있던 문 대통령이 김 여사와 함께 세검정성당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당시 캠프 대변인은 “세검정성당서 후보 등록을 앞두고 안 후보의 결단에 따른 정치적 책임과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은 여러 사건들과 직면했을 때 신앙의 힘을 빌렸다.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로 주목받고 있는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 영상을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했을 당시 문 대통령은 부산 지역 가톨릭 회관서 부산 최초로 그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을 때는 SNS를 통해 “병문안을 다녀왔다. 수술은 잘 됐지만 2·3일이 고비라고 한다. 가족들 말에 의하면, 정부나 경찰 측에선 병문안이나 위로가 없었다고 한다. 가톨릭농민회 신부님들이 치유를 비는 미사를 올리고 있다. 정말 기도가 절실할 때다”라고 당부하는 글을 올렸다.

가톨릭 세례명은 ‘디모테오’
취임 때 관저서 축복식 열어


한센인의 아픔이 있는 소록도를 방문해서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소록도서 오늘 마리안느 수녀님, 그리고 소록도에 계셨거나 소록도 출신인 신부님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분들의 헌신 앞에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섬긴다는 말의 참 뜻을 그보다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천사가 있다면 그런 모습일 것 같다”고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렇듯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의 종교적 성향이 외교를 포함한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권위 있는 외교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달 22일 빅터 가에탄(Victor Gaetan)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 선임 기자가 쓴 ‘문재인의 가톨릭 신앙이 그의 외교에 영향을 미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선호하는 것은 선거 공약에 따른 것일 수 있지만, 그의 종교적 신념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인 결정을 평가하면서 종교적인 정체성이라는 프리즘에 비춰보는 것이 늘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의 경우에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

대면 외교하는 문
프란치스코 모티브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접근법을 자신의 외교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뒤 4년 동안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대면 외교(diplomacy of encounter)’를 해왔는데, 문 대통령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미·일 정상은 물론, 러시아·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정상을 만났고 최근에는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5월10일 대통령 취임 연설을 통해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가에탄 기자는 한반도 비핵화를 고수하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가톨릭의 정신적 토대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외치는 물론 내치서도 가톨릭의 정신을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평화 운동가이지만, 동성 간 결혼에 반대하는 게 대표적이라는 것. 

가에탄 기자는 “미국 언론이 종종 문 대통령을 진보 또는 좌편향이라고 규정하지만, 미국의 정치 용어로 문 대통령을 분류하기는 어렵다”며 “(문 대통령은) 사회 문제에 보수주의자여서 그를 이해하려면 가톨릭의 신앙을 통해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외교에 가톨릭 정신 보여”
‘청가회’ 청 실세 수두룩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김희중 대주교를 교황청 특사로 파견한 점도 주목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 대주교를 두 차례 접견했는데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 대통령과 교황청 간의 동맹 관계는 단순한 상징성을 뛰어넘는 것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교황청은 중국의 고위층과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미국과는 독립적인 정보와 분석을 한국에 제공하고 있다”고 가에탄 기자는 전했다.

이러한 해석에 비춰보면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앞으로 실현되기 힘들어 보인다. 가톨릭 교회는 핵무기의 사용뿐 아니라 보유에도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서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서 문 대통령은 전술핵 도입과 관련해 “지금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장관과 만나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국회서 “전술핵 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주의를 준 바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 중에도 가톨릭 신자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내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인 ‘청가회’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박 대변인 외에도 임종석 비서실장,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내 가톨릭 신자만 80여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가회는 매달 한차례씩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약 4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

청가회 출범
핵심들 포진

우리 ‘헌법’ 제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며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불교를 중심으로 타 종교계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가톨릭에 편향됐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은 문재인정부 출범 초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묵주 선물을 받고 함박웃음을 지어보이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한때 가시화되기도 했다. 

또 지난 8월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조계종으로부터 제적 징계를 받고 서울 조계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던 명진 스님을 찾았을 당시에는 때아닌 ‘내부갈등 조장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임기를 시작한 문 대통령이기에 특정 종교와 종파를 초월하길 원하는 목소리는 종교계 내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노무현 인연은?
가톨릭 신부님이 이어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송기인 신부는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준 사람이다. 

송 신부는 지난 5월 19대 대선이 끝난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서 “문 대통령이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반정부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이 안 됐다. 무일푼으로 변호사 길로 들어섰는데 그때 먼저 개업한 노 전 대통령을 소개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만났다”고 회고했다.

이어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였다. 젊은이들이 민주화운동으로 연행되면 두 사람에게 (변론을) 부탁하곤 했다”고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송 신부는 새로운 사람을 물색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을 추천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송 신부는 문 대통령 가족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문 대통령 모친과 아주 오래전부터 친하다. 부산 신선성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 모친이 성당 사목위원회 부회장을 맡았다. 굉장히 열심히 활동했다”고 밝혔다.

‘정신적 지주’ 송기인 신부 
민주화운동 당시 변론 부탁

당시 송 신부는 닻을 올린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보다 실수를 적게 할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은 들어주는 힘이 있고 생각을 깊이 하기 때문에 부딪치는 일이 적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최근 기치를 올리고 있는 적폐청산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확실히 표현했다. “적폐청산 없는 화합은 거짓말 화합”이라며 운을 뗀 송 신부는 “아무리 아파도 썩은 것은 도려내야지, 감싼다고 낫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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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