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기상청, 왜?

슈퍼컴퓨터 두고 겨우 반타작이라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1일 쏟아진 물폭탄으로 부산이 마비됐다. 이날 오전 6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5시간 동안 영도구 358㎜, 강서구 가덕도 283㎜, 사하구 257㎜, 남구 248㎜, 해운대구 232㎜ 등 기록적인 강우량을 기록하면서 도심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시간당 30㎜ 이상, 많은 곳은 최고 150㎜의 비가 쏟아질 것이라 예상했던 기상청 예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2012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서 여주인공의 직업은 ‘액받이 무녀’다. 액받이 무녀는 왕에게 일어나는 흉한 일, 즉 액을 받아 왕의 액운을 없애는 일을 한다. 드라마의 높은 인기는 ‘욕받이 무녀’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이번 여름 기상청이 담당한 역할이기도 하다.

여름마다 비난

기상청 오보는 그 역사가 오래됐다. 기상청보다는 ‘구라청’ ‘오보청’으로 불린 기간도 상당하다. 오죽하면 기상청은 자기들 체육대회를 하는 날에도 비가 올 거라는 말이 유행할까. 매년 여름 장마철이 되면 기상청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신경이 곤두선다. 기상청 역시 여름마다 쏟아지는 비난에 고개를 숙인다.

기상청의 오보 행진은 올해도 어김이 없었다. 지난 7월 충청권에 폭우가 쏟아졌다. 7월16일 시간당 90㎜가 넘는 비로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청주의 도심 저지대는 곳곳이 침수됐다. 

7월15∼17일 사이 이어진 300㎜의 비에 청주는 1995년 8월 이후 22년 만에 자연재해의 희생양이 됐다. 농경지, 시설하우스는 물에 잠겼고 주택과 공장은 정전되는 등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비가 그치자 피해 상황과 원인 분석이 시작됐다. 그 과정서 첫 번째로 지적된 게 기상청의 오보다. 7월15일 기상청은 16일 충북부 지역에 30∼80㎜ 정도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호우 예비특보는 충북 제천과 단양, 음성, 충주에만 발령했다.

예보 정확도 92% 주장
실제 적중률 46% 불과

기상 관측 이래 최대인 시간당 강우량(91.8㎜)을 기록한 충북 청주를 포함, 충남 천안과 세종은 예비특보 지역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에 16일 오전 7시부터 세종에 시간당 70㎜가 넘는 비가 내렸지만 기상청은 1시간이 지나서야 호우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늑장대응으로 일을 키웠다.

충청권서 물폭탄이 터진 지 열흘도 안 돼 기상청 오보가 또 발생했다. 이번엔 수도권이었다. 지난 7월23일 오전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장대비가 떨어졌다. 이날 비로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에 살던 90대 치매 노인이 침수된 집 안에서 사망했다. 전날 예보대로라면 수도권에 굵은 빗줄기는 없어야 했다.

기상청이 22일 오후 5시에 발표한 예보에 따르면 서울의 강수확률은 오전과 오후 각각 60%, 20%로 예측됐다. 피해가 컸던 인천의 경우 강수 확률은 오전, 오후 각각 30%, 20%에 불과했다.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던 비는 서울과 경기 남부지역까지 덮쳤다.

이날 경기 고양의 누적 강수량은 155㎜, 서울·의왕 135㎜, 시흥 129㎜, 군포 121㎜, 광명 109㎜, 양주 107㎜, 인천 92㎜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서 100㎜ 안팎의 큰 비가 내렸다. 당시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의 정체 현상 때문에 올여름 내내 국지적으로 비가 오고 있어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기상청이 빗나간 비 예측으로 체면을 구겼다면 지난해에는 폭염으로 빚어진 오보 논란이 있었다. 폭염 해제 시기를 두고 기상청이 잇따라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한 것.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해 기상청은 8월15일을 기점으로 폭염이 한풀 꺾일 것이라 예측했지만 종료일은 18일로 늦춰졌다. 18일이 돼서는 21일을 기점으로 폭염이 해제된다고 말이 바뀌었다. 이후로도 폭염 종료일은 두 차례나 밀렸다. 시민들은 “더위보다 기상청 오보가 더 짜증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달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기상예보 및 지진통보 시스템 운영실태’에 따르면 기상청의 강수 적중률은 46%에 불과했다. 두 번에 한 번도 채 맞추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상청서 발표한 강수 예보 정확도인 92%와 비교하면 반토막 난 수치다. 

기상청이 말하는 정확도 92%는 비가 내린다고 예보해 실제로 비가 온 경우뿐만 아니라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한 뒤 비가 내리지 않은 날도 예보를 맞춘 것이라고 산출한 결과다.

5년간 1192억 쏟아 부었지만…
위성 쏴놓고 기술 없어 무용지물

강우량이 집중되는 여름을 제외한 봄·가을·겨울에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하면 맞을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연간 전체로 보면 정확도가 90%를 웃도는 현상이 발생한다.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적중률과 기상청이 내놓은 수치가 다른 이유다.

감사원에선 정확도가 아니라 적중률을 들여다봤다. 적중률은 비가 온다고 예보했을 때 실제 비가 내린 경우를 따진 것이다. 

감사원이 2012∼2016년 5년간 전국 244개 관측지점 연평균 기준을 계산한 결과 비가 온다고 예보했고 실제로 비가 내린 경우는 3228회였다. 반면 비가 온다고 예보했지만 내리지 않은 경우는 1965회,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가 비가 내린 경우도 1808회나 됐다. 둘을 합치면 3773회로 맞춘 횟수를 뛰어넘는다.

이렇게 분석하면 적중률은 46% 수준으로 떨어진다. 기상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영국의 적중률 57.9%와 비교해 12%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 그만큼 우산 없이 나왔다가 혹은 우산을 들고 나왔다가 낭패를 본 시민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강수 유무 적중률이 46%에 그치고 지난해 8월에는 폭염이 꺾이는 시점을 4차례에 걸쳐 늦춰 발표해 오보 논란을 야기하는 등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감사 배경을 설명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2010년 6월 한반도 기상 관측 자료를 수치예보 모델에 활용하기 위한 ‘천리안위성 1호’를 발사, 운영하고도 관측된 위성자료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제대로 개발하지 않아 무용지물로 썩힌 것으로 확인됐다. 
 

천리안위성 1호의 수명은 내년 3월 끝날 예정이다. 비싼 돈을 들어 위성을 쏘아 올렸지만 7년 동안 사용도 못해본 셈이다.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569억원짜리 슈퍼컴퓨터 4호기를 들여오는 등 지난 5년간 1192억원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활용 기술 없어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내년 5월 천링란위성 2호가 발사되지만 수집한 자료를 활용할 방안은 여전히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향후 천리안위성 2호 관측 자료를 조속하게 수치예보 모델에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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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