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조기 등판론 전모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0:52:08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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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와도…공중분해 뇌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유승민은 바른정당의 ‘구원자’가 될 것인가. 이혜훈 전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표직을 자진사퇴 하면서 당을 대표하는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의 조기 등판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 치러질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출마하기 앞서 당을 위기에서 먼저 구해달라는 목소리다. <일요시사>는 당내 대표적 자강론자인 유 의원을 둘러싼 조기 등판론과 이후 펼쳐질 상황을 짚어봤다.
 

강 대 강의 대결이다. 자강론과 보수통합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태는 이혜훈 전 대표의 자진사퇴로 촉발됐다. 갖은 의혹에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스스로 자리서 물러났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저의 부덕함을 꾸짖어주시되 저희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의 길을 굳건히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이 전 대표가 물러나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당 등과의 야권 통합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혜훈 사퇴로
힘 받는 통합

이 전 대표는 대표적인 자강론자다. 정치권서 한국당과의 통합론이 불거질 때마다 그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손사래 쳤다. 

지난달 24일 금품수수 의혹이 터지기 전 이 전 대표는 부산 중구 한 식당서 열린 부산지역 여성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어떤 분들은 통합(이) 어쩌고 얘기하는데, 귓등으로도 듣지 마라”며 “우리보다 5배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사람들(한국당)이 우리(바른정당)와 지지율이 같은데 우리가 주인이 되지, 그쪽이 뭔가 되겠나”고 말했다. 


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두주 새 급변했다. 이 전 대표가 여성 사업가 A씨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금과 명품가방 등 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졌다. 통합론에 대해 철통수비를 펼치던 이 전 대표의 목소리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73일 만에 당 대표직서 내려왔다. 자강론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 때문에 ‘트로이 목마설’이 불거졌다. 금품수수 의혹의 출처가 당 내부 아니냐는 것이다. 자강파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가능성에 대해선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겠지만 지금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이 전 대표의 사퇴가) 누구에게 가장 득이 됐는지를 따져보면 어느 쪽에서 정보를 흘렸을지 짐작이 갈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밝혔다.

힘 빠진 자강
그림대로 착착?

한국당 의원들은 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서 “(바른정당 의원들이) 100%는 아니지만 80%는 함께 갈 것으로 본다”며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이 (전) 대표가 물러났으니 통합 논의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학용 의원도 “난리통에는 부모형제도 헤어진다고 하는데 이제 대선이 끝난 지 꽤 됐으니 만큼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힘을 합쳐 미래 수권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장을 잃은 자강파는 유승민 의원의 조기 등판을 촉구했다. 지난 6일 바른정당 중앙당사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서 “유 의원 전면 진출을 강력히 건의한다” “당원들에게 대선에서 진 빚을 갚아주기 바란다” 등의 성토가 터져 나왔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앞서서 홍준표·안철수 전 대선후보를 대표로 선출하며 ‘물꼬’를 터줬기에 대선 패배 책임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강파는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유 의원은 정확한 입장을 이야기하지는 않고 있지만 (비대위원장) 생각은 있는 것 같다”며 “김용태, 김세연, 하태경 의원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이 확 바뀌었고 제대로 된 보수를 만들기 위해 바른정당이 몸부림치고 있구나 하는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면 큰일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지도부 18명은 지난 10일 최고위원 만찬을 열었다. 이 전 대표가 사퇴한 지 3일 만이다. 이 자리서 위원들은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과 김무성 고문 등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자리했다.

김 고문은 직접 챙겨온 술을 참석자들에게 따라줬을 뿐 아니라 “바른정당, 영원히 함께!”라는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특히 김 고문과 유 의원은 만찬 도중 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입을 맞추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강파’ ‘통합파’의 수장이 연출한 장면이라 정치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었다.

기획된 음모? ‘트로이 목마설’ 확산
위기의 자강파 ‘유승민 카드’ 꺼내

‘유승민 비대위’ 체제는 곧 성사될 것으로 해석됐다. 만찬회동 직전 유 의원은 자신의 SNS에 “바른정당이 최대의 위기에 처한 지금,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 일이 없다. 여기서 퇴보하면 우리는 죽는다”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 등 자강론을 강조한 글을 올렸었다.

지난 8일 인천 남동구 한 호프집서 있었던 강연 자리서도 “지금 어렵다고 처음 추구했던 길을 포기하고 한국당에 기어들어 갈 수 없다”라며 “흡수통합은 한국 정치의 퇴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만찬 현장 의견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통합파 수장인 김 고문이 “꼭 비대위로 갈 필요가 있느냐.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겸하는 권한대행 체제로 가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 것이다. 

만찬이 끝난 뒤 유 의원은 기자들에게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 찬성한 분도 있고 반대한 분도 있다”며 “결론이 나지 않았고 당내서 많이 논의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서도 공회전이 이어졌다. 양상은 지난번 연석회의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외위원장들은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가 최선이라며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5∼6명 정도로 추산되는 통합파가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주장에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며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내년 6·13 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에 승리하기 위해선 통합만이 길이라는 주장이다.

통합파의 버티기에 당초 성사 직전처럼 보였던 비대위 전환에서 전당대회 개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자강파’와 ‘통합파’ 간 세 대결로 우열을 가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비대위→전대
“자웅 겨루자”

비대위 전환은 당내 합의로 이뤄진다.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당헌·당규에 따라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바른정당의 당헌을 보면 ‘당대표 궐위 시 30일 안에 전대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최고위 의결을 거쳐 선출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자강파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강론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대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 입지는 물론 대선주자인 유 의원이 여론조사서 유리해 유 의원이 당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유 의원 자신도 “합의가 안 되면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 이 경우 전대를 치르게 돼있다”고 언급하는 등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통합파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일각에선 통합파가 비대위원장 전환, 조기 전대 등 두 가지 방식 모두 반대하며 ‘유승민 불가론’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수다.

통합파가 내세우는 ‘권한대행 유지론’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대를 치르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는 점이다. 최근 추세인 ‘조용한 전대’로 비용절감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수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신생 정당이자 군소 정당인 바른정당 입장에선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6·13 지방선거를 대비해 재정을 아낄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 때도 바른정당은 선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전거·스쿠터 유세를 펼친 바 있다.

둘째는 사당화다. 최근 당 일각에선 ‘유승민 사당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앞서 김 고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만찬서 “우리가 박근혜 사당이 싫어서 나왔는데 유승민 사당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등판론이 대세인 원외위원장 중에서도 김 고문과 마찬가지로 사당화를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 이에 유 의원은 지난 11일 “바른정당은 유승민 당도, 김무성 당도 아니다. 바른정당은 누구의 사당이 될 수 없는 당”이라며 응수했다.

비대위·전대 반대 통합파 속내는?
으르렁대는 ‘K-Y’ 그동안 연기였나

셋째는 유 의원의 리더십이다. 자강파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명한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통합파는 유 의원의 리더십으로는 현재 위기인 바른정당을 구해낼 수 없다고 맞받아친다.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사람을 끌어안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생각이 확고해 주변 말을 귀담아 듣는 스타일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때 바른정당에 속했으나 한국당으로 돌아간 장제원 의원도 지난 5월 기자간담회 자리서 유 의원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대선 때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 단일화를 거부하면서 이후 많은 지방의원이 탈당했다. 이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의 존립 문제가 되기에 유 의원은 바른정당의 미래에 대해 책임 있는 말을 해줘야 하는데 소통이 안 되고 일방적으로 (당을) 흔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유 의원이 우리와 함께 할 사람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

두 세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서 극단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한국당으로 복당했던 것처럼 통합파가 집단 탈당해 제2의 분당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찮게도 당시 복당했던 13명의 의원도 친김무성계였고 현재 통합파도 대다수가 친김무성계로 분류된다.

“유승민은 안돼”
제2의 분당 위기

당시 13명의 복당이 김 고문의 지시로 성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복당파는 “김 고문이 복당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거나 김 고문에게 허락을 맡은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의혹의 눈길은 가시지 않고 있다.
 

김 고문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만든 ‘열린 토론, 미래’ 모임이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첫 세미나를 마친 뒤 기자들이 “토론모임이 정책연대로 시작해 양당 통합의 기초로 가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 고문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세미나가 열리는 등 통합의 시그널은 현재진행중이다. 

두 정당의 중진은 세미나가 끝날 때마다 한 목소리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김무성·유승민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어떤 이가 당을 이끄느냐에 따라 자강론을 고수할지, 아니면 통합이 속도를 낼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선택이다. 

김 고문은 “직접 나설 생각이 없다” “뒤에서 돕는 것이 더 낫다” 등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지만 통합파가 당권을 잡으면 덩달아 그의 역할도 커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유 의원은 “총의에 따르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역할론을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한때 ‘K-Y 라인’으로 불리며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두 거물이 이젠 당권을 두고 일대 혈전을 앞두고 있다.


<기사 속 기사> 행보 재개한 김무성
“문부터 때린다”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은 19대 대선 패배 후 정치 일선서 물러나 있었다.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뿐 정치적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11일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정치분야 질의자로 나서는 등 기지개를 켰다. 

김 고문은 한미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핵무장이 완료되면 미국과 북한은 대한민국을 제쳐두고 협상장에 마주앉을 것”이라며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북핵 위협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냐 제재냐의 모호성을 버리고 유일한 동맹은 미국이고 북핵 위기의 모든 대응을 미국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지와 전략 부재로 국제정치·외교 무대서 한국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19대 대선 패배 후 잠행
언론 모습 비추며 기지개

김 고문이 대정부질문에 나선 것은 노무현대통령 시절 이후 14년 만이다. 그는 직접 “그간 사무총장, 원내대표, 대표 등 당직을 맡아와 기회가 없었다”며 14년 만에 연단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통상 각 정당 주요 당직자는 대정부질문 라인업서 배제되는 게 관례다.

김 고문은 다양한 사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함께 문을 연 ‘열린토론, 미래’는 김 고문의 싱크탱크이자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모임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저임금 근로자 표만 의식해 (정부가)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라며 포퓰리즘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우리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굉장히 많이 미친다”며 “자세하게 우리가 스터디(공부)해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얘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모임에 대해 정치권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논의할 접점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으며 김무성·정진석 의원 등 당사자들도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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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