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여성대표 리더십 비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14 11:33:09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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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트로이카 시대 열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여성 당 대표 전성시대다. 원내 5당 가운데 3당을 여성이 이끌면서 정당 정치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 그들이 이끄는 당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일요시사>는 여성 당 대표의 리더십을 비교해봤다. 
 

여성 당 대표 시대를 처음 연 것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다. 추 대표는 지난해 8·27전당대회서 친문 진영의 절대적 지지로 당 대표에 올랐다. 추 대표는 화법이 직설적이고 목표가 생기면 좌우 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스타일로 평가된다.

추다르크 리더십
연일 작심 발언

15대 대선서 김대중 캠프 선거유세단장을 맡으면서 ‘추다르크’라는 별명도 얻었다. 당시 그는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서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면서 유세활동을 벌였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정치적 스킨십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5선 의원이지만 측근으로 불리는 의원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추 대표는 “계파정치를 하지 않아 그런 오해를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27일 당 대표 수락연설서 “계파의 곁불조차 쬐어본 적이 없는 정치인생을 21년간 외롭고 외롭게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낙 강골인 탓에 화법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입사 특혜의혹 관련 제보조작 사건을 두고 벌인 국민의당의 자체 조사 결과를 두고 ‘머리자르기’라고 비판해 논란이 됐다. 


당시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리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과정서 추 대표는 정치적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리 사과를 두고 추 대표는 “청와대서 대리 사과를 하겠다면 사전에 제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며 “더욱이 사과하러 오는 장소가 국회였다. 임 실장이 마땅히 여당 대표실부터 들렀어야 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른바 ‘추미애 패싱’이란 지적에는 “대표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정권을 받쳐주는 그릇이 부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5당 중 3당 여성 당대표 선출
시작부터 강렬한 존재감 과시

추 대표가 정치적으로 승승장구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정치인생에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당초 추 대표는 “탄핵은 아직 익지 않았다”며 민주당 지도부서 유일하게 탄핵에 반대했지만 표결 직전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추 대표는 당시 탄핵 찬성 이유를 그의 회고록 <물러서지 않는 진심>을 통해 밝혔다. 당시 최고위원이던 추 대표가 ‘3불가론’을 들어 탄핵에 맞서자 “당내 2인자가 당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지도부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구치소에 수감됐던 의원 2명에게까지 탄핵 서명을 받겠다고 하자 추 대표는 “숯댕이(범죄자)가 검댕이(노무현 전 대통령)를 나무랄 순 없다. 민주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내가 기꺼이 표를 드리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 역풍은 거셌고 17대 총선서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은 추 대표는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삼보일배에 나섰다. 이후 총선서 낙선한 뒤 2년 동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추 대표는 “아침에 눈을 뜨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정치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은 18대 총선이지만 정치 일선에 나서게 된 계기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되면서부터다. 당시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를 도와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었다.

또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사퇴를 주장하던 다른 최고위원들과 선을 그었다. 이때의 정치적 스탠스가 훗날 당 대표 선거에 도전했을 때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추 대표는 연일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호남을 두고 경쟁을 펼칠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물론 청와대와 당 내부에도 작심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우원식 원내대표에게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추경예산 표결 당시 외유 등으로 불출석한 당내 26명 의원을 거론하며 “원내대표가 도장을 찍어줬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또 “이런 보고를 당 대표인 내게는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의 광폭행보의 이면에는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한 행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본인은 선을 긋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선 추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의지가 남다르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서 추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엄마 리더십
당 내분 조짐

지난 6월26일에는 바른정당 당 대표 지명대회가 열렸다. 3선의 이혜훈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돼 보수정당 사상 첫 선출직 여성 당 대표가 탄생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서 “당이 하나 되는 일이라면 백번이라도, 아니 천번이라도 무릎 꿇는 화해의 대표가 되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고 크고 작은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선출 직후 대변인 성명으로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국민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소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잘 알고 지낸 한 언론인도 “이혜훈은 말솜씨가 뛰어나 어떤 질문에도 간결하고 명쾌하게 대답한다”며 “훌륭한 인터뷰 대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성격을 다혈질이라고 평가하며 “바른 소리를 많이 해서 당에서 미움도 받는다. 억울하고 부당한 것은 못 참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당선 이후에는 바른정당의 기틀을 세우고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바른정당의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소’를 열었다. 개소식서 이 대표는 “우리는 사회와 괴리된 보수를 지양하고 사회 흐름을 먼저 읽고 개혁해 사회 흐름을 선도하는 ‘변화하는 보수’가 되고자 한다”고 말해 비전을 제시했다. 


이 밖에 정치인재 양성을 위한 ‘청년정치학교’를 열어 바른정당 의원과 광역지자체장 등에 강의를 맡기고 오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를 돌며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듣는 ‘국민소통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바른정당의 외연확장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당내에선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선출 직후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어머니이 마음으로 감싸겠다”며 ‘어머니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 갈등설을 빚은 김무성 의원을 찾으면서 당내 갈등 요소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 인재영입 1호로 박종진 전 앵커를 영입하면서 당내 갈등은 결국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인숙 의원은 이 대표가 박 전 앵커를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불만을 표시하며 시당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자신과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당 고위관계자는 “조강특위서 공개적으로 진술할 기회를 드렸고 박 의원이 ‘당의 결정을 잘 알겠다’고 해서 결정했다”며 “또 최고위 의결 당시에도 박 의원이 자리에 있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오신환 수석대변인도 대변인직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론 국민들과 소통을 위해 물러난다고 했지만 오 의원의 사퇴를 두고 당내에선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오 대변인 사퇴 이후 원내 의원 가운데 선뜻 대변인직을 맡겠다는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당직 인선 정체 현상도 불거졌다. 

최근 불거진 당내 불협화음에 대해 당 관계자는 “홍보 등 주요 업무서 이 대표의 다소 독단적인 업무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당내 갈등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외연확장 딜레마 
강한 야당 만들기

여성 당 대표 ‘3인’ 중 마지막은 정의당 이정미 대표다. 초선의 이 대표는 지난달 11일 정의당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정의당의 더 큰 도약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며 “국회에선 ‘진짜 야당 정의당’, 국민 속에선 ‘민생 제1당 정의당’의 대표로 혼신을 다해 뛰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를 향해서는 “촛불혁명을 함께 만들어 이 정부의 성공에 사명이 있는 만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잘못된 점은 제대로 비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20대 총선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이 대표는 정의당 부대표 겸 원내수석부대표로 활동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선 심상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선거를 지휘했다. 특히 심 후보가 사용할 메시지, 여론조사 분석 및 타깃 설정, 유세동선 등을 짰다.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소신과 일관성이 있는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강조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힘쓰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심 후보가 역대 진보정당 후보 가운데 최고 득표율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연일 문정부에 쓴소리
좌우 보지 않고 돌진

이 대표는 소수자의 대변인으로 통한다. 여성, 청년,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줄기차게 대변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6월15일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국정치의 주류를 교체하겠다. 여성, 청년, 비정규직의 노동을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는 “정당 안의 정당, ‘청년정의당’을 건설하겠다. 청년 정치에 더 이상 ‘나중에’는 없다”며 “당으로부터 준 독립된 청년정의당에 과감히 자리와 재정을 내주겠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의 권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몇 안되는 의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지난달 15일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자리서 그는 “아시아서 두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권이 바뀌었다. 태어날 때부터 성정체성 때문에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범죄국민으로 낙인찍히는 이런 사회를 극복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내년 지방선거는 선거 연대 없이 우리 당의 독자 역량으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이 대표는 “서울시장, 경기지사뿐 아니라 호남 등 전국에 최대한 모든 후보를 내서 광역단체장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기초단체장 3석까지 꼭 얻겠다”고 했다. 

정의당이 문재인정부의 2중대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의당이 민주당 정부를 돕는다는 프레임 자체가 잘못됐다”며 “우리 당은 나라를 바꿔 달라는 촛불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성혼 합법
선거연대 NO

이 대표는 당 대표 재임 중 달성할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국회의원 300명 중 150명을 비례대표로 뽑아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청년 열정페이 방지 ▲여성 임금 격차 해소 ▲세월호 특조위 2기 활동 개시 등을 꼽았다.

또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창당과 관련해선 “이제야 우리 당의 정체성을 찾고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느 정당과도 통합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3당 대표가 여성으로 채워졌지만 여성 정치인의 비율은 여전히 부족하다. 20대 구고히 여성 의원은 전체의 17%다. 16대 국회서 5.9%를 기록한 여성 의원 비율은 17대 13%, 18대 13.7%, 19대 15.7%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절대적 수치로는 아직도 적은 숫자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의원연맹 회원국 기준, 평균 여성 의원 비율은 22.7%다. UN이 권고하는 여성 의원 비율은 30%다. 

전체 의석 중 80%를 차지하는 지역구 의석을 보면 여성 의원의 비율은 더욱 적다. 20대 국회서 지역구로 선출된 여성 의원은 단 26명이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절반을 여성에게 공천토록하는 의무 조항 덕분에 여성 의원이 17%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지역구 여성 의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지난해 8월 지역구 국회의원 및 시·도의원 선거서 후보자의 30% 이상을 반드시 여성으로 추천토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지만 계류 중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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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