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국회의원 52명 비상장주식 보유 현황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17 10:41:05
  • 호수 1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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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 왜 떵떵거리나 했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몇몇 의원님들이 수 십억원을 호가 하는 비상장주식을 갖고 있다. 주로 과거 기업체를 운영했던 의원들은 해당 기업체의 절대적 지분을 가지고 배당금을 챙기고 있었다. <일요시사>는 의원님들의 수상한 비상장주식 보유 현황을 살펴봤다.
 

 

정부는 지난 3월23일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20대 국회의원 299명의 재산과 유가증권 내역이 공개됐다. 유가증권 중 특히 비상장주식의 경우 내부자 혹은 사적거래만 이뤄지다 보니 의원들이 비상장주식을 갖게 된 경위와 현황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모두 52명
부인·자녀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 총 120명 의원 중 19명의 의원이 비상장주식을 소유 중이다. 현재가액 순으로 살펴보면 박정 의원이 ㈜피앤제이글로벌 3만9999주, 아마존인슈㈜ 2만2600주, ㈜박정어학원 2만8034주, ㈜아마존카 16만6667주, 동우에이앤이 2500주를 소유해 총 14억2667만원을 기록했다.

박 의원이 16만 6667주를 보유하고 있는 ㈜아마존카는 자동차 대여업, 시설대여업, 중고차 매매업을 주요 사업 내용으로 한다.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자산총액이 120억원 이상이면 외감대상 기업이 된다. 이에 따라 아마존카는 매년 실적을 공시한다. 

㈜아마존카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250억원, 영업이익은 116억원으로 건실한 실적을 기록했다.


당기 순이익은 46억원이고 총 10억원을 배당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회계기준으로 1주 당 1000원꼴로 총 1억6667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을 의미하는 배당성향은 21.4%를 보였다. 

배당성향은 일반적 상장사 평균치가 10∼20%를 형성하고 비상장사는 그보다 조금 더 높은 평균치를 보이기 때문에 아마존카가 무리한 배당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정 의원의 배우자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는데 박 의원의 배우자는 ㈜아마존카 주식을 총 13만3333주 갖고 있어 총 배당금으로 1억3333만원을 가져갔다. 

이밖에 박 의원의 배우자는 비상장주식만 소나무마을㈜ 3920주, ㈜피앤제이글로벌 1주, ㈜박정어학원 1만298주를 소유 중이다. 

암암리 거래, 수십억원을 호가
지인 투자 명목…배우자 지분도 

민주당서 비상장주식 현재가액 두 번째 순위는 부자 의원으로 소문난 김병관 의원이다. 김 의원은 마음골프㈜ 주식을 모두 14만6667주 갖고 있다. 현재가액은 7억3333만5000원으로 밝혔다.

스크린골프업계에 떠오르는 강자로 알려진 마음골프는 ‘한게임’의 공동창업자 출신인 문태식 대표가 창업한 기업이다. 문 대표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병관 의원,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등이 마음골프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는 “워낙 오랜 지기라서 투자 유치가 편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의원은 기존 친분을 바탕으로 마음골프에 투자했고, 그 과정서 비상장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비상장주식 부자는 금태섭 의원의 배우자인 서현정씨다. 서씨는 투어메디치 4만주, ㈜오리엔탈정밀기계 3만주, 주식회사 아쿠아여행사 2250주를 소유했다. 현재가액은 모두 3억 7250만원이다.

이중 투어메디치는 서씨가 지난 2015년에 세운 여행사로 총 자산 5억4400만원, 자본금은 2억원이다. 2015년에는 4억2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경제 여건 및 환경악화 시 거래안정성 저하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됐다. 

이밖에 서씨가 소유한 오리엔탈정밀기계의 경우 서씨의 형제인 서준원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오리엔탈정밀기계는 선박기계 및 부품제조를 주요업으로 하고, 부산광역시 강서구 송정동에 본사 및 공장을 두고 있다. 현재 서씨는 오리엔탈정밀기계의 지분 10%를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기준으로 배당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비상장 부호 
기업가 출신

박 의원, 김 의원, 금 의원 세 사람을 제외하곤 나머지 민주당 의원은 1억원 이하의 비상장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신경민 의원은 운암건설 1만4000주를 보유해 7000만원으로 기록했다. 진선미 의원은 한양네비콤 1484주와 넵코어스 8만837주를 보유해 총 4116만1000원을 기록했다.

진 의원은 넵코어스를 통해 113만1025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이밖에 홍익표 의원의 배우자는 ㈜예인건축연구소 1만주를 보유 중인데 이는 5000만원에 해당한다. 표창원 의원도 비상장주식을 보유했다. 그는 1000만원 가치의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2000주를 갖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107명의 의원 중 22명이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강석호 의원은 한국당 의원 중 가장 많은 배당금을 챙겼다. 강 의원은 스톨베르그&삼일 13만6361주를 보유했다. 가치는 13억6361만원이다. 
 

스톨베르그&삼일은 철강 및 주물공업에 필요한 제강공장의 연속 주조용 Mold Flux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1986년 설립됐다. 강 의원은 스톨베르그앤드삼일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스톨베르그앤드삼일의 주주현황을 살펴보면 강 의원이 13만6361주로 지분율 43.52%를 기록했고, 독일 오버하우젠의 제조업체인 Imerys Metalcasting Germany GmbH가 외국주주로 15만6675주를 보유해 지분율 50% 기록해 최대주주로 등록됐다. 이밖에 등기 임원인 강승엽씨가 1.86%를 소유했고, 강 의원이 이사장을 역임한 벽산학원이 4.62%를 갖고 있다. 

스톨베르그앤드삼일은 지난해 매출 407억원, 영업이익은 18억원을 기록했다. 배당도 이뤄졌는데 배당성향은 200%를 기록해 업계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강 의원이 지난해에 챙긴 배당금만 5억4544만원이다. 강 의원은 2015년에도 배당금을 챙겼다.

당시 스톨베르그앤드삼일은 15억6675만원을 배당했는데 배당성향은 62%를 기록했다. 보통주 한 주당 5000원의 배당을 실시했고 강 의원은 6억8180만5000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강 의원은 2012년에도 2억451만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덕흠 의원이 한국당의 비상장주식 최대 부호였다.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박 의원은 용일토건 7만2794주, 원하종합건설 4만8000주, 혜영건설 12만18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가액은 18억1694만원이다.


박 의원의 배우자도 마찬가지로 용일토건 4만2948주, 혜영건설 2만5200주, 원하종합건설 7만800주로 총 12억6348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주식을 백지신탁했다.

국회의원은 자신이 소유한 기업의 주식과 관련성이 있는 상임위를 피하거나 그 상임위서 활동하려 할 때는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 속해 있는 박 의원은 직무관련성을 의식해 주식을 백지신탁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 비상장주식 부자는 이은재 의원이다. 이 의원의 배우자는 신라성산주식회사의 현두문 대표다. 현 대표는 케이엔에스주식회사 20만주, 신라성산주식회사 2500주를 소유했는데 주식 가치는 총 20억2500만원이다. 이 의원 본인은 신라성산주식회사 1900주를 갖고 있다. 현재가액은 1900만원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비상장주식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정 원내대표는 대티즌닷컴 17만 8500주, 수도흥업 1만1863주를 갖고 있다. 주식 가치는 2억3781만5000원이다. 대티즌 닷컴은 정 원내대표가 지난 2005년 2월25일에 설립한 회사로 광고, 홍보, 전시업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이다. 2015년 기준 매출액은 9억7027만원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680만원 손실이 발생했다. 
 

한국당에 비상장주식 1억원 이상을 보유한 마지막 의원은 이양수 의원이다. 이 의원은 아이비피 20만5000주를 소유했다. 현재가액은 1억250만원이다. 공진형고주파유도가열 조리기 및 히팅시스템 제조업체인 아이비피는 1997년 NICE VAN과 대리점 체결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에 지사 4개와 대리점 2개를 갖춘 회사로 성장했다.  

아이비피는 기존 김강수, 이양수 각자대표체제 하에 운영되다 이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이 의원은 대표직을 사임했다. 국민윤리위원회의 겸임 금지에 따른 조치였다. 이 의원은 대주주로만 남아 있고 아이비피는 김강수 대표이사 단독체제로 탈바꿈했다. 


수상한 주식들
10년 간 왜?
 

소액이지만 오랜 기간 동안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의원도 있다. 한국당 나경원 의원이다. 나 의원은 오세오닷컴 3500주를 갖고 있다. 가치는 175만원이다. 나 의원은 오세오닷컴 주식 3500주를 2007년 처음 재산공개에 포함시켰다.

당시 나 의원은 ‘비상장주식보유에 대한 기존등록 누락’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공개했다. 이후 나 의원은 서울시장 낙선으로 정치 일선서 물러났던 기간인 12년부터 14년까지를 제외하곤 10년 동안 오세오닷컴을 소유하고 있었다. 

오세오닷컴은 법률포털 사이트로 법조인 인물정보 분야에 있어서 전문성을 드러낸 회사다. 지난 2011년 오세오닷컴은 나 의원의 학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당시 나 의원의 경쟁자였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측 우상호 공동대변인은 “나 후보가 후보등록을 할 때(법률정보사이트) 오세오닷컴 주식 3500주 보유를 신고했다”며 “이렇게 본다면 나경원 후보는 오세오닷컴이라는 회사와 상당히 연관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오닷컴의 나 후보 약력을 보면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로 기재돼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나 후보 측은 “오세오닷컴서 무슨 연유로 법학박사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이트 측의 단순 착오가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쓰리엠파트너스 1만8000주를 보유 중이다. 가치는 9000만원이고, 여 의원의 배우자도 같은 주식을 1만8000주 보유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40명 중 5명이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권은희 의원의 배우자는 스마트에듀 8000주, 케이이비앤파트너스 2만주를 보유중이다. 총 가치는 1억4000만원이다. 

김삼화 의원의 경우 본인을 제외하고 배우자, 장남, 차남까지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김 의원은 ㈜삼진실업 3000주, ㈜에스앤에이치메디누리요양 2만4000주를 보유 중이다. 이는 1억3500만원에 해당한다. 배우자인 권익승씨도 마찬가지로 ㈜삼진실업 4000주, ㈜에스앤에이치메디누리요양 3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과 차남은 각각 (주)삼진실업3000주, ㈜에스앤에이치메디누리요양 2만4000주를 갖고 있다. 에스앤에이치메디누리요양원은 의사인 김 의원의 배우자 권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배당성향 200%…한해 배당금만 억소리
주식가치 수십억…못 견디고 백지신탁  

두 명의 의원이 같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각각 광주시민프로축구단 비상장주식을 200주씩 보유하고 있다. 가치는 100만원이다. 

바른정당은 20명 의원 중 4명의 의원이 비상장주식을 갖고 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본인을 제외하고 배우자, 장남, 차남, 삼남까지 비상장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 대표는 ㈜케이에스엠 520주를 갖고 있는데 현재가치는 520만원이다.

한 주당 가치는 1만원인 셈이다. 장남, 차남, 삼남도 나란히 520주씩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배우자는 420주를 보유하고 있다. 정운천 의원도 비상장주식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정 의원은 케이케이엠씨영농법인 6만9154주, 잇실크주식회사 8만주를 보유 중이다.
 

가치는 7억3154만원이다. 정 의원의 배우자는 코리아워터텍주식회사 3만3080주를 갖고 있는데 이는 1억6540원에 해당한다. 정 의원의 장남도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잇실크로드주식회사 2만주를 갖고 있다.

299명 국회의원 중 최고의 비상장주식 부자는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다. 홍 의원은 ㈜플러스원 40만주, ㈜크레치코 26만주를 보유했다. 홍 의원은 2014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진출하기 전 크레치코 회장과 플러스원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크레치코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플러스원은 크레치코가 100%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크레치코의 지배를 받고 있는 구조다. 플러스원은 굽네치킨에 납품하는 육가공 회사다. 크레치코는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닭가공 전문 업체다. 

배당 어마어마
한해 20억이나

굽네치킨의 닭은 모두 크레치코가 공급하고 있다. 굽네치킨은 홍 의원의 동생인 홍경호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홍 의원은 크레치코서 20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이 36억을 기록했고, 배당성향은 54.4%를 보였다. 

당기순이익의 절반이상이 홍 의원에게 흘러간 셈이다. 플러스원은 지난해 10억원의 배당을 했는데 모두 지배회사인 크레치코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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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