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트럼프 빅딜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19 11:06:55
  • 호수 1119호
  • 댓글 0개

북핵·사드 주고 FTA 받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 국가원수 자격으로 정상외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통령의 외교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향후 문재인정부의 대북, 대중 외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한-미 정상회담의 득과 실을 따져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백악관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 2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 주재 백악관 환영 만찬에 참석해 다음날인 오는 30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무슨 얘기 할까
인식만 재확인?

앞서 두 정상은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문 대통령 취임 축하 전화를 통해 서로에게 호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4년간 호흡을 맞춰야 할 두 정상이 개인적 유대관계와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29일부터 공식일정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양국 정상이 첫 대면서 무엇을 주고받을지 주목된다. 한미 양국은 각각 발표를 통해 두 정상이 나눌 의제 윤곽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서 ▲한미동맹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한 협력 방향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공동 방안 ▲한반도 평화 실현 ▲실질 경제 협력 및 글로벌 협력 심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한미 동맹 강화 ▲경제 및 국제 문제에 대한 협력 증진 ▲양국 간 우호 관계 강화 방안 ▲북한 관련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29일 정상회담에 앞서 방한 중인 토머스 섀넌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을 만난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양측은 양국 신정부 하 첫 한미정상회담이 확고한 대북 공조를 포함한 양국간 포괄적 협력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우리 신정부 출범 이후 거의 매주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굳건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제시한 의제는 ‘동맹 강화’ ‘북핵 해결’ ‘경제 협력’ 등으로 요약된다. 다만 3가지 모두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양국 간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양국은 군사적 동맹으로 공고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대선 과정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주한미군 방위비를 분담시킬 것이라 공언해왔다. 이는 우리나라에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양국 간 군사 동맹에 뇌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 정부 첫 한미회담…외교력 시험대
관전포인트는? 퍼주기만 하고 끝날까

정상회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비 부담을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평소 그의 언행을 미루어 짐작할 때 정상회담 자리서 방위비 이야기가 거론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양국 간 이견 및 갈등은 쉽사리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도 두 가지 측면에서 양국 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4월 북폭설이 나돌 정도로 미국은 북한에 강경책을 취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정부는 앞선 정부와 달리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방침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결을 달리한다. 또, 사드문제를 둘러싼 문제서도 양국의 입장은 첨예하다. 

사드는 지난 정부서 배치하기로 결정된 사안으로 이미 레이더와 발사대 2기가 배치된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사드 추가 반입 과정 진상 조사와 사드 배치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검토로 인해 미국과 불편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미 양국은 최대한 발언을 삼가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연기 방침을 시사한 상황에서 미국은 사드 배치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 결정을 효과적으로 설명해 미국 측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직접 거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문 대통령이 사드에 대해 모호한 입장표명을 하면, 오히려 미국의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해부터 푼다
경제 협렵은?

경제 협력에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을 맞아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미FTA 재협상 또는 종료를 주장했다.

당장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미FTA 문제가 중심 의제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앞으로 남은 4년간 문재인정부와 트럼프정부 간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협상을 원활이 이끌어나가기 위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에는 미국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제사절단이 동행할 방침이다. 당초 30명 안팎으로 예상됐던 사절단 규모는 50명 안팎으로 확대되고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정책실을 중심으로 경제사절단의 규모와 참석자 등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트럼프정부는 외국 기업에 강한 투자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회담을 앞두고 벌써부터 미국측의 압력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이하 암참)는 브리핑을 통해 한국정부에 ‘100억달러(10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경제사절단 대거 파견
선물보따리가 통할까?


암참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서 ▲한미 FTA 미이행 사안 해결 ▲미국산 LNG 및 셰일가스 수입증대 ▲대외군사판매량 무역 수지 산출 시 반영 ▲미국 글로벌 엔트리 프로그램 개선 등 한미 정상회담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제안은 암참이 지난달 15∼18일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가무역위원회 및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도출한 결과라는 점에서 한미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암참의 지적과 같이 한미FTA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향후 한-미 관계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한미FTA 이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연 200억달러 무역 적자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상황서 문 대통령이 한미FTA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뚜렷이 보여준다면 향후 대미 무역에 득이 될 전망이다. 해결 방법으로는 석유 및 셰일가스 등 에너지원의 수입과 한국 정부 조달 예산으로 약 100억달러의 미국 제품 수입이 거론된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한 모양새다. 이미 세계적 브랜드인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를 실시 중이거나 실시할 계획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가전공장 투자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현대차는 올해 초 미국에 향후 5년간 31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유력 대기업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방미와 동시에 경제사절단이 선물꾸러미를 펼치면 트럼프 대통령도 각종 정치적 현안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해소
대북관계 해빙

다만,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세에 따라 실익과 평가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른바 '할 말 하는 외교'를 펼치고 돌아올 경우 기분은 내더라도 외교적 실익은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한미회담으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우선 불확실성 해소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군사적 동맹으로 이어져 있음에도 북한 대응에 대한 세부 내용에는 이견이 있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이 서로 접점을 찾는다면 북핵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현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북한 관련 공약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직접적인 현안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하더라도 트럼프와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고 온다면 그것 자체가 성공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성급히 주요 현안에 대해 논쟁이 오고 갈 경우 한미동맹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국제사회에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밀월관계는 국내를 둘러싼 강대국과의 외교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드로 인해 우리나라에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는 중국과의 협상전에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역사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일본의 관계서 중재자 역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뢰관계 강화
포괄적인 협력

오늘 29일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방미를 통해 두 정상 간 개인적 신뢰와 유대 관계를 강화함은 물론 한미동맹을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을 공유할 것”이라며 “확고한 대북 공조를 포함해 양국 간 포괄적 협력의 기반을 굳건히 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럼프 상대법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정치학 석좌교수는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처럼 트럼프를 띄워주는 방식으로 상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는 전형적인 ‘예스맨’으로 비판을 싫어한다”며 “아베는 트럼프와 만나 자신이 얼마나 트럼프에 관심이 많고 호감이 있는지 피력해 트럼프가 아주 좋아했다”고 강조했다. 즉 커티스 교수는 문 대통령도 아베처럼 트럼프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티스 교수는 또 문 대통령과 트럼프가 자주 만나고 대화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