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시험대 오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5.22 14:47:49
  • 호수 11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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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는 박근혜 사단 물귀신 작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새 정권의 신임 국무총리로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가 내정됐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았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를 내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첫 인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청와대는 “언론인, 국회의원, 도지사를 지내며 풍부한 식견과 경험을 갖췄고 여야를 뛰어넘어 호평을 받았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무난한 인사
정치권 호평

이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막걸리를 좋아한다. 야당 정치인과도 막걸리를 마셔가며 틈 나는대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내각은 총리 책임 아래, 각 부처는 장관의 책임 하에 일하도록 하겠다’고 해왔다. 각 부처의 업무가 국정과제의 방향과 불일치하거나 속도가 덜 나는 일이 없는지 살피고 유관부처간 업무 조정의 필요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총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에 대해선 “안보 위기를 타개하는 것, 일자리 문제와 서민생활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비정규직 임금차이를 줄이는 것은 합의만 있다면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이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는 ‘탕평 인사’라는 포석이 깔렸다.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부터 ‘호남 총리’를 강조했던 만큼 이 후보자 내정은 ‘호남 홀대론’ 불식을 위한 카드다. 

이번 대선서 과반의 전폭적 지지를 보내준 호남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화답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는 ‘손학규계’로 분류돼왔다. 동교동계와 손학규계 등 이른바 비문(비문재인) 진영 간 가교 역할도 이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호남 출신 내정 “탕평인사 평가”
대체로 긍정적…홀대론 불식 포석

이 후보자는 1952년 전라남도 영광 출신이다. 농부 출신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4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0남매 중 3명이 죽었으며 이 후보자의 두 형이 사망하면서 장남이 돼 대학교육을 마쳤다.

이 후보자의 아내 김숙희씨는 전주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이후 서울서 미술교사로 일했다. 2013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외아들 동한씨를 뒀다. 동한씨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2013년 11월16일 초등학교 동기동창과 결혼했다.
 

이 후보자는 광주제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1979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했다.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 중 비교적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 12월 <동아일보> 도쿄주재특파원을 맡았다. 1997년 9월 <동아일보> 편집국 국제부 차장으로 일했다. 1997년 10월부터 1999년 2월까지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논설위원을 맡았다. 1999년 1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동아일보> 편집국 국제부 부장으로 일했다.


기자로 첫발
깐깐한 리더십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 ‘동교동계’로 불리던 옛 민주당을 출입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알게 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하게 됐다. 2000년 5월 제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19대까지 내리 4선을 지냈다.  

그동안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02년 월드컵축구 국회의원연맹 위원을 역임했다. 2000년 12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민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다.

2001년 11월부터 2002년 4월까지 처음으로 민주당 대변인을 맡았다. 2002년 6월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이 됐으며 2002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당선자 대변인으로 일했다. 2004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또 당 대변인을 다섯 차례나 맡으면서 ‘직업이 대변인’이라는 평도 얻었다. 대변인 시절 간결하고 절제된 논평으로 '대변인 문화'를 새로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시절 논평을 모은 책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는 훗날에도 여야 대변인실서, 농식품위원장 시절의 축사 등을 모은 책 <농업은 죽지 않는다>는 지방의원 등에게 참고자료로 활용될 정도다.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작성 때 일이다. 노 대통령이 두세 차례 초안에 대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자 당시 대변인이었던 이 후보자가 취임사를 썼는데 단 한 자도 수정하지 않고 극찬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전남 도지사에 오른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전남을 속속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된 도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브랜드 시책으로 제시한 ‘가고 싶은 섬’과 ‘숲속의 전남’은 전남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관광자원화 하면서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00원 농어촌택시’도 전국적인 히트 시책이다. 100원 택시는 농어촌에 버스가 들어오지 않거나 운행횟수가 적어 교통 불편을 겪는 마을 주민이 택시를 부르면 100원만 내고 마을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호응을 받았다. 

인사도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다. 지금껏 비리에 연루되거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신과 주변의 관리에 철저하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특히 15년을 함께한 보좌관이 있을 정도로 한번 믿는 사람은 끝까지 믿는 의리파로 통하고 보이지 않는 잔정도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꼼꼼한 업무 스타일 때문에 ‘이 주사’로 불린다. ‘6급 공무원 같다’는 의미다. 본인도 ‘이 주사’라는 별명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평소 ‘주사처럼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의 꼼꼼한 일처리 스타일상 국무위원인 장관들이 호되게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도지사 시절 그는 기자 출신답게 보도자료 문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그의 적확한 단어 사용은 흡사 ‘한 사물을 표현하는 데는 한 단어밖에 없다’는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을 연상시킬 정도다.

 F1대회의 지속 여부와 관련한 전남도의 원칙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에 자신의 코멘트가 ‘재정 최소화’로 나가자 ‘재정부담 최소화’라고 바로잡아 달라고 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가볍게 통과?
각종 검증 시작

이런 그의 꼼꼼한 성품 때문에 정치권서도 이 후보자에 대해 ‘무난한 인사’라는 반응이다. 먼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인사에 좋은분들이 거명돼서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며 사실상 협조 의사를 밝혔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역시 “치명적인 하자가 없다면 청문이나 총리 지명에 동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새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이 후보자 인선에 대해 기대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아직 이 후보자에게 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국회는 오는 24∼25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여야도 다각적인 검증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재까지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은 이 후보자의 도덕성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인사청문특위는 이 후보자의 상속재산 신고와 아들 병역면제 등을 둘러싼 의혹을 들여다보면서 치밀한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 아들은 2001년 대학교 1학년 때 3급으로 현역입대 판정을 받았다.

각종 의혹…청문회 문턱 넘을까
‘복수의 칼날’ 야당 단단히 준비

이후 운동 중에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 2차례에 걸친 재검서 재발성 탈구로 5급 판정을 받아 군대에 가지 않았다. 

총리실은 지난 12일 “이 후보자는 아들 입대를 위해 병무청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규칙상 어렵다는 판정 결과를 받았다”며 탄원서 사본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당 인사청문특위의 판단이다.

이 후보자 평창동 땅도 검증 대상이다. 이 후보자 부인인 김씨가 1989년 3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강남구 논현동으로 전입했다가 9개월 만인 그해 12월 평창동으로 다시 주소를 옮긴 점이다. 일각서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연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전남개발공사가 서울서 열린 이 후보자 부인의 첫 개인전에서 그림 2점을 900만원에 사들인 점도 문제 삼는 대목 중 하나다. 전남개발공사가 전남 지역서 4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이 후보자를 의식해 구매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부동산 문제
그림 거래도

총리실은 “전시회 기간 작품 구매자가 전남개발공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구매 시점도 이 후보자가 전남지사로 취임하기 11개월 전으로, 이 후보자가 작품 판매를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판매로 소득을 올린 부인을 이 후보자가 연말정산 세액공제 때 피부양 가족으로 등록해 공제 혜택을 봤다는 점도 논란이 예상된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김상조 궁합은?
칼잡은 ‘재계 저승사자’

‘재벌 적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올랐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강조해온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재계는 김 후보자의 공정위원장 내정 소식에 긴장감이 역력한 상태다.

김 후보자는 1994년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본격적으로 재벌개혁 운동에 뛰어 들었다. 노사정위원회 경제개혁소위 책임전문위원,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의 약력만 보더라도 재벌개혁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이슈에서 늘 그가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2004년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김 후보자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가 불법 대선자금을 지원하게 하는 등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주장하다 강제 퇴장당한 사건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1997년 국민승리21 권영길 대선 후보의 정책자문교수단으로 참여한 이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왔던 김 후보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서 특검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지난 3월 문재인 대선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낙점
 ‘재벌개혁’ 강력한 의지 반영

문 캠프서 김 후보자는 지금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재벌 개혁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문재인 대선 후보의 공약집에는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승계와 ‘황제경영’을 근절하기 위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우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 엄정 처벌 및 사면권 제한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후려치기 등 재벌기업의 갑질행위에 대한 조사·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 구성 공약은 문 대통령의 재벌 개혁 핵심 공약으로 꼽힌다.

이 같은 공약에 따라 앞으로 ‘경제 검찰’로서 공정위의 위상도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며 대기업의 감시 수위를 더 높이고 공정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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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