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이른 ‘신종 괴담’ 7

흉흉한 민심 더 흉흉하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나라가 뒤숭숭한 시기. 갖가지 괴담과 루머들이 판을 친다. 그럴싸한 소문부터 허무맹랑한 괴담까지 그 종류도 여러 가지. <일요시사>에서는 들려오는 괴소문들에 대해 정리해 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소식이 중국 언론사 인터넷판 메인 화면서 모두 사라졌다. 지난 16일 관영매체인 런민망과 신화망을 비롯해 홍콩 봉황망 등 각종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선 김정남 피살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간혹 메인화면에 볼 수 있는 김정남 피살 관련 뉴스는 전날 있었던 중국 외교부 브리핑 내용이 전부이며 이마저도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의 브리핑 녹취본을 그대로 링크한 수준이다.

[탄핵 국면전환?]
박근혜 괴담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김정남 피살사건에 대해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조사하고 있다”며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기사 검색을 통해서도 전날 피살 용의자인 20대 여성이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는 속보성 기사를 제외한 분석성 기사나 칼럼은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중국 CCTV 역시 이날 오전 뉴스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중국 외교부 발표 내용만 간략히 다뤘을 뿐이다.


김정남 기사 통제는 비단 언론사 사이트 뿐만 아니라 검색 사이트도 마찬가지여서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서 검색해봐도 김정남과 관련된 유의미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언론을 틀어쥐면서 김정남 관련 뉴스는 사라졌지만 중국 SNS 상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음모론’이 확산되는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SNS ‘웨이보’서도 김정남 피살 배후에 탄핵 국면을 전환하려한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측이 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중국 네티즌은 “김정남 피살은 정치여론적 측면서 어느 정도 박근혜 대통령의 추문이 상쇄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박 대통령에게 동기가 있음을 암시했다.

다른 네티즌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오직 북한과 전쟁을 일으키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김(정남)을 건드리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직접적으로 한국이 연관됐다고 주장하지는 않아도 박근혜정부가 김정남 피살에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대통령 탄핵 직후 발생한 수많은 국내 모순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이익이 있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자신의 친형을 죽였다는 죄명을 씌울 수 있으며 북한 지도부 내부를 흔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김정남이 박근혜의 대북 비선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김정남은 죽음 역시?”라며 음모론을 강하게 암시했다.

[군사적 충돌설]
4월 전쟁 괴담

박 대통령이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른바 4월 전쟁설이 대두됨에 따라 그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월 전쟁설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의 최경환 의원(국민의당·광주북구을)이 지난해 국회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서 예비역 장성의 말을 인용해 처음 제기했다.

당시에만 해도 큰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연쇄적으로 폭로되면서 4월 전쟁설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위기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사적으로 숱한 정치 지도자들이 내부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전쟁 등 외부적 요인을 끌어온 사례에 주목한다.
 

최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을 권유한 것에 대해 “참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문제”라며 “위기상황 앞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자극을 반복하는 것은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외교 안보 분야에 종사했다는 한 예비역 장성의 정세분석 문자메시지를 소개했다.

이 메시지에 따르면 예비역 장성은 “나는 10·1 기념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대북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단정한다”며 “대통령의 다음 수순은 북한이 한미연합군에 의한 보복 빌미를 줄 수 있는 도발을 해오도록 계속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성은 “박 대통령 계획대로라면 상반기까지 남북간 전쟁에 준하는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북한의 국제사회 고립이 성공했고 제재 압박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을 통해 전쟁으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의 핵 도발 야욕을 끝내게 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하나 되고 장병 여러분들이 단합된 각오를 보여줄 때, 북한 정권의 헛된 망상을 무너뜨릴 수 있고 국제사회도 우리에게 더욱 강력한 힘을 모아줄 것”이라며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탄핵 관련 박 대통령 루머 급증
김정남 피살 개입설에 전쟁설도

헌법 재판관 2명이 탄핵심판 기각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탄핵 기각설’, 재판관 3명이 대통령 파면을 주도하고 있다는 ‘파면 주도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루머에는 재판관의 실명과 사진까지 실려 혼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루머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판관들은 최후변론 등 심리 절차를 모두 마친 뒤 평의가 열려야 비로소 각자 최종 판단을 밝힐 수 있다.
 


평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재판관들이 서로의 의견을 알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정치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아전인수식 정치 공세로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각설, 파면설 ]
헌법재판소 괴담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헌재가 심리 진행에 신중해야 한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새누리당은 탄핵 기각을 위한 TF를 만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대표들도 헌재를 향해 3월13일 이전에 탄핵 결정을 내리라고 압박에 나섰다. 이들은 “탄핵이 상황을 알 수 없게 됐다”며 촛불 집회 참석을 촉구하기도 했다. 법조계도 갈라졌다. 원로 법조인들은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탄핵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며 광고까지 냈다.

헌재는 탄핵심판을 둘러싼 억측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헌법소장 권한대행은 최근 변론서 “양측은 심판정 안팎에서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흔들리기만 하면]
전국 지진 괴담


지난 13일 새벽, 대전서 비교적 크지 않은 규모(1.9)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두고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온종일 달아올랐다. ‘대전 지진’이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서 한동안 상위권을 차지하며 규모에 비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기상청은 규모 2.0 이상 지진의 경우 발생 사실을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언론기관 등 유관기관과 시민에게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등으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지진은 기준에 미치지 않아 별도로 통보하지는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진앙 깊이가 8∼9㎞로 비교적 얕아 예민한 사람은 흔들림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진 직후 새벽 시간인데도 40여명의 지역 주민이 소방본부에 관련 문의 전화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날이 밝자 온라인에선 검색 행렬이 이어지면서 오후 한때까지 대전 지진과 관련한 단어가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서 다시 회자됐다.
 

이런 현상은 통보문이 따로 없어 관련 정보를 파악하려는 의도에 더해 지진에 민감해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개월 사이 경북 경주와 울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르면서 피해가 작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안감을 반영하듯 일각에선 ‘지진이 아닌 다른 진동 같다’는 의혹 제기 글이나 ‘군부대서 탄내(타는 냄새)가 난다는 댓글이 자꾸 없어진다’는 등 괴담도 목격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불거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 안전 여부까지 연결 지으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누리꾼도 보였다.

대전시 관계자는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는 데다 인명·재산피해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규모 1.9 지진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전혀 느낄 수 없는 정도의 충격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 낭설이 정설로 ]
자궁경부암 괴담

자궁경부암은 현재까지 유일하게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암종이지만 국내에선 접종률이 높지 않다. 부모들 사이서 떠도는 ‘백신 괴담’ 탓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제약사의 로비로 맞지 않아도 될 백신을 맞는 것’ ‘의사는 자신의 자녀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는다’ 등 낭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낭설이 ‘정설’로 굳어지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자칫 딸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앗아가는 꼴이 될 수 있다.

백신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2013년 일본서 나타난 ‘백신 접종 후 후유증’ 사건 이후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과 이상반응은 상관관계가 없고,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결과를 내렸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자궁경부암 발생의 주요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다. HPV 아형은 약 100여종 이상으로, 암과 연관성이 높은 고위험군과 암과 연관성은 낮지만 양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자궁경부암서 발견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약 70%가 고위험형 아형인 인유두종 바이러스 16번과 18번이다. HPV에 감염됐다고 바로 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초기엔 감염돼도 특별한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감염 후 약 80% 가량은 1∼2년 내에 자연 소멸된다. 반대로 소멸되지 않고 감염이 반복되면 자궁경부 세포변화가 유발될 우려가 높아진다. 이를 방치하면 일부가 결국 자궁경부암으로 악화된다.

장하균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보니 바이러스를 미리 차단하는 게 최선”이라며 “더욱이 자궁경부암은 여성암 사망 주요 원인 9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유일한 예방책이 ‘자궁경부암 백신’이다.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소름 돋는 루머 SNS 확산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암학회는 관련 임상연구 분석 결과 적정 연령에 백신을 접종하면 대상자의 90% 이상이 자궁경부암 예방효과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15년 우리나라 12세 여아 25만3000명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2회 접종의 비용효과를 분석한 결과 서바릭스는 가다실과 비교해 추가적으로 CIN1(경증의 자궁경부상피이행증) 증례 2776건, CIN2·3(중등도 및 중증 자궁경부상피이행증) 증례 718건, 자궁경부암 증례 244건 및 사망 99건을 예방했을 것으로 평가됐다.

300만원을 주웠으니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내용의 글이 신종 인신매매 수법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안산 말해드립니다’와 ‘산본 말해드립니다’에는 “반월역 쪽에서 300만원을 주웠으니 주인을 찾아가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제보자는 “금액이 크다보니 주인에게 돌려주자고 결심이 서서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다. 보상금을 20%까지 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까지 공개하며 “주인에게 돈이 돌아갈 수 있게 부탁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지역별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다고 해 주인이 혹시나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까운 지역의 페이지라 메시지를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이 글과 동일한 내용의 글과 사진이 페이스북 페이지 ‘경남대학교 대신 말해드립니다’에 올라오자 신종 인신매매 글이 아니냐는 괴담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됐다. ‘산본 말해드립니다’ 측 역시 “여기저기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오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돈에 혹해서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법도 가지가지]
인신매매 괴담

돈의 주인을 찾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에 처음으로 제보하고 나섰던 익명의 제보자는 “처음 올린 곳 외에 다른 곳은 사칭 제보”라며 “주인을 찾았다”고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변경해놓은 상태다.

마른 해산물에 발라 놓은 마취제를 이용, 사람들을 납치한 뒤 장기매매를 한다는 이른바 ‘에틸에테르 괴담’이 최근 휴대전화 문자와 카톡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지난 18일 광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지인으로부터 “최근 에틸에테르 마취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문자 메시지에는 “길거리서 상인이 마른 해산물을 권하는데, 절대로 냄새를 맡으면 안 된다. 해산물에는 일종의 마취제인 에틸에테르가 발라져 있어 냄새를 맡는 순간 정신을 잃게 되고, 결국엔 납치돼 장기매매를 당하게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괴담은 ‘중국서 넘어온 신종 범죄’로 알려진 것으로, 이미 수년 전 많은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으며 지금도 잊혀질만하면 다시 떠오르곤 하는 이야기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도 ‘에틸에테르’라고 검색만 해도 과거 이 괴담이 유행했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문자로 유포된 괴담처럼 마취제로 정신을 잃게 한 뒤 장기매매를 하는 사건은 전국 어디서도 발생한 적이 없다”며 “말 그대로 괴담 수준인 만큼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실게임 양상]
구제역 괴담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의 축산농가 모두 백신 접종을 했는데도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물백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농가서 반발하고 나서는 등 진실게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정읍 농가 한우 20마리를 검사한 결과 한 마리만 항체가 형성돼있어 항체 형성률이 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전날에도 “구제역이 발병한 보은 농가 젖소 21마리를 혈액검사한 결과 항체 형성률이 19%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그동안 백신 접종을 한 소의 평균 항체 형성률이 97.8%라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크다.

정부는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의심하고 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다른 소 농가도 구제역 접종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백신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접종을 하지 않은 ‘모럴해저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농장주들은 백신 접종을 제대로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구제역 판정을 받은 정읍의 한우 농가 농장주는 “정부가 구제역 발생의 책임을 농가에 돌리는 것 같아 억울하다”며 “소의 생애주기를 잊지 않고 4∼5개월마다 접종했고 냉장 백신을 실온에 놔뒀다가 접종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지켰다”고 항변했다.

일각에선 구제역 백신이 효과가 거의 없는 ‘물백신’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축산당국의 허술한 점검체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돼지에 대해선 전 농가를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이상 혈청 검사를 했으나 소는 전체 사육 마릿수의 10% 정도만 표본검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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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