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안종범 수첩 증거채택 이의신청 거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가 19일, 박근혜 대통령 측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업무수첩을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는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이날 오전, 대심판정서 열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7차 변론에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관련한 이의신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인 참여권 보장 여부는 박 대통령 측에서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조서를 특정해서 다퉈달라”고 요구했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이 이의제기하며 주장하는 부분은 저희가 이해하기는 지금 형사 법정서 다투고 있는 증거물인 업무수첩에 대한 압수수색 방법이 위법한 위법수집 증거이고 그에 기초한 안 전 수석의 진술은 이른바 독 나무에 열린 독 열매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 수첩이 독 열매냐는 것은 형사재판서 판단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강 재판관은 이어 “헌재는 제출받은 형사기록 일부만을 가지고 심판하고 있는데, 제출받은 기록을 보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 검찰이 압수한 것으로 외관상 적법절차를 따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즉, 위법 수집 여부는 형사재판에서 진행할 문제이고 탄핵심판을 다루는 헌재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위법 수집에 해당한다는 가정적인 상황까지 상정해 설명을 이어갔다.


강 재판관은 “미국과 우리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위법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2차 증거라도 무조건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관된 이론은 진실을 발견한다는 공익과 형사사건서 절차의 적법성과 피고인의 권리보호 이익을 형량에서 진실 발견을 위한 공익이 크다면 증거능력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고 대통령의 직무집행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다투는 것”이라며 “결론이 어떻게 나오던지 경우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의 공무담임권이 제한될 수 있지만, 그 부분이 탄핵심판서 진실을 발견한다는 공익보다 월등히 크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의 이의제기는 형사재판 과정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이 재판이 마치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것처럼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인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18일 “안종범 수첩 중 11개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므로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며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이 변호사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이용해 이뤄진 신문조서 등도 증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헌재서도 위법하게 수집한 수첩에 의한 신문조서도 증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총 17권이며 한 권당 30페이지 분량으로 510여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첩에는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박 대통령 지시사항이나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 등이 상세히 적혀 있어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나 ‘비선 실세’ 최순실씨 등이 연루된 국정농단 의혹 재판에서도 핵심 증거로 꼽히고 있다.

헌재는 지난 17일 열린 6차 변론서 안 전 수석이 증인신문에 참석해 본인이 확인한 검찰 신문조서와 수첩 사본 일부, 그리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신문조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의 조서도 모두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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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