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떠도는 박근혜 망명설 실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05 10:50:53
  • 호수 10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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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트라우마’ 성난 민심 피해 도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가운데 박 대통령 망명설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에서 기소중지 방침을 세움에 따라 박 대통령이 법망을 피할 길이요원하기 때문. 몰릴 대로 몰린 박 대통령이 과연 망명을 선택할까.

정치권서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망명설을 언급한 사람은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이다. 남 전 장관은 지난달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서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현명하게 물러나는 것은 하야 후 망명을 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에 회부돼 피고석에 앉히고 판결하고 그런 절차를 거치면 우리가 부끄러워진다. 해외 도피 재산도 있을 테니 망명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나라 뜨는 게
제일 좋은 방법”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도 박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천 대표는 지난달 24일, 국회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탄핵,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담회에서 “어제 어떤 분이 제게 전화를 해서 ‘다음 달 한중일 정상회담에 박 대통령이 절대 가선 안 된다’”고 했다“며 ”저도 같은 생각이다. 지금 외국에 나가면 나라 망신시킬 일만 있다“고 응대했다”고 밝혔다.

천 전 대표는 “그러자 그분은 ‘아마 박 대통령이 출국하면 안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며 “우리 당이 며칠 전(박 대통령의) 출국금지 당론을 정했지만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했다”며 박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 광주서 열린 기자간담회서도 “박 대통령은 사퇴 순간 구속될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자진 사퇴는 없을 것 같다. 박 대통령 본인으로서는 망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전 장관과 천 전 대표 모두 같은 망명설을 언급했지만 정반대 입장이다. 남 전 장관은 ‘더이상 국민을 부끄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망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천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망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사법처리를 피해 망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윤호중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 사법처리 수위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9일 윤 의장은 “기밀누설, 뇌물죄, 직권남용, 강요죄, 기밀누설 총량은 무기징역이고 유기징역을 선택해도 45년”이라며 “법률가에게 자문을 구해 하한으로 감안해도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고 설명했다.

하야하고? 일부 의원 가능성 언급
가면 어디로…이승만처럼 하와이로?

현재 검찰은 공소장 주요 범죄 사실에 대통령을 공모혐의의 피의자로 규정했다. 헌법상 불기소 특권을 가진 박 대통령이 당장 대통령 신분을 유지한 상태로 기소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하야’ 혹은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순간 박 대통령은 구속 및 기소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검찰은 박 대통령의 일부 혐의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시한부 기소중지는 특정 시기까지 기소를 중지하는 것으로, 헌법상 보호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소를 미룬다는 의미다. 검찰이 기소를 중지함으로써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우여곡절 끝에 채운다고 해도 법망을 피해가기는 어렵게 됐다.
 

이렇듯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망명’이라는 것이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다. 앞서 천 전 대표의 망명 주장 이후 김용태 의원(무소속)은 친박 내부서 망명을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지난달 29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 의원은 친박에 대해 “국민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이제라도 물러나면 이승만식 해법이니 헌법조항인 사면을 나라와 국민 위하는 길이라고 목에 힘주고 얘기들 한다”며 말해 여당 내부서 사면을 전제로 한 박 대통령 망명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그는 “괜히 국민들 이름 들먹이며 명예로운 퇴진 운운하는 것, 결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요동치는 정국
일본으로 간다?

정치권에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사퇴 시점이 ‘반 총장 띄우기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오는 21일, 늦어도 26일에는 대표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가 박 대통령 호위무사 역할을 마치면서 연말 유엔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총장의 국내 정치 활동에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친박계가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반 총장을 본격적으로 띄워 내년 정권재창출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 총장 체제 하 정권재창출은 박 대통령의 안위와 직결된다. 현재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서 물러남과 동시에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친박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반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반 총장이 박 대통령에 사면 등 ‘정치적 선물’을 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이 대표의 12월21일 사퇴 시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 이 대표가 박 대통령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에 사퇴시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지난달 12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한중일 정상회담을 이달 19∼20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개최하는 일정을 한국과 중국 정부에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의에는 박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한다.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박 대통령의 참석 의지가 강해 추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국내서 반발이 일었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도 박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예견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고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일본 망명’을 계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감지한 박 대통령이 일본 망명을 위해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군사협정을 맺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을 바라보는 국내외 시선도 곱지 않다. 앞서 박 대통령은 페루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우리나라 주변 강대국이 모두 참여하는 국제 외교무대에 ‘최순실 국정 농단’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세계 강대국이 모인 자리에 불참해 놓고 ‘한중일 정상회담’에 유독 애착을 보이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 APEC정상회의 당시에는 박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까지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엄연히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기 때문에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달 1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외교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민심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놔 눈총을 받기도 했다.

반기문 밀고
사면 노린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가 탄핵을 의도적 늦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오는 9일을 ‘탄핵 디데이’로 정한 상태다. 비박계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심을 타고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중도 자진사퇴에 방점을 찍고, 전적으로 국회에 공을 넘겼다. 이에 비박계는 동요했다.

비박계 좌장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 담화 이후 추미애 더민주 대표와 긴급회동을 가졌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임이 결정될 경우 탄핵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오는 9일 탄핵에 동참키로 한 비박계가 대통령 담화 이후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처럼 비박계가 탄핵과 거리두기가 이어지면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이 계획대로 될 공산이 크다. 다만, 탄핵안이 9일 국회를 통화하면 박 대통령 일본 방문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탄핵안 통과와 동시에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현재 흐름을 놓고 보면 박 대통령의 노림수가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퇴 일정은 밝히지 않은 채 국회에 공을 넘김으로써 탄핵바람에 분열을 조장했고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 가능성도 커졌다.

질질 시간 끄는 이유가?
혹시 사법처리 피하려고?

이처럼 궁지에 내몰린 박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정치권에선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 망명 당시 상황과 상당부분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대를 역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4대 대선인 1960년에 3·15 부정선거를 저질렀다.

이는 4·19혁명을 촉발했다.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시위를 잠재우려 했지만 결국 일주일 뒤인 4월26일 이 전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났다. 하야 이후 1달여 뒤 하와이로 망명하면서 대통령 시절 저질렀던 불법 행위에 대한 사법 처리를 피했다.

박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민심이 들고 일어선 상황이다. 게다가 제1야당 수장인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언급키도 했다. 이처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조기 퇴진에 방점을 찍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서는 망명만이 유일한 출구전략인 셈이다.
 

이밖에 외국 사례서도 부패 스캔들 이후 망명 절차를 밟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계 페루인인 후지모리 페루 전 대통령은 1990∼2000년까지 페루를 장기 통치해오다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는 사법처리를 두려워한 나머지 일본으로 도피해 사실상 망명생활을 해오다 지난 2007년 본국으로 강제 송환돼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박 대통령 망명설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일본 망명’ 외에 추가적으로 망명을 고려해볼 만한 몇몇 나라들이 거론된다. 우선 중국이다. 박근혜정부는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는 등 ‘친중 행보’를 선보였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망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삿짐 싸나
외국선 흔해

이승만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 망명도 거론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미국 망명을 선택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높아질 우려를 들어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이밖에 독일, 캐나다 등 선진국들의 경우도 부패에 대한 처벌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망명이 허가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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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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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