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받은’ 세포치료 오해와 진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2.05 10:44:10
  • 호수 10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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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한방에 150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이던 2010년에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전 차움의원 의사이자 대통령 자문의인 김상만씨로부터 각종 영양주사와 태반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줄기세포는 체내서 같은 종류의 세포들을 재생산하는 작용으로 손상된 세포를 정상 세포로 재생시키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체내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투여하면 아픈 곳이나 노화된 세포를 되돌려 놓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안 원한다면…

박 대통령이 미용 목적으로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줄기세포 주사는 인체의 지방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체외(대개 실험실)에서 배양·증식한 것이다. 지방 1cc에서 100만개의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는 효과가 없어 보통 20∼50배 늘리는 증식과정을 거친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의료기관이 배양·증식한 줄기세포 주사는 불법인데, 박 대통령이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줄기세포는 알앤엘바이오라는 회사가 무허가로 증식한 주사제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1월 알앤엘바이오서 무허가 줄기세포치료제를 제조 및 판매한 사실을 적발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당시 복지부가 확인한 결과를 보면 알앤엘바이오는 2007∼2010년 약 8000여명의 환자로부터 각각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이를 배양해 줄기세포치료제를 만들었고, 이 치료제를 5곳의 병·의원을 통해 환자에게 주사하도록 했다.


비용은 환자 1인당 1000만∼3000만원 가량이었다. 이 업체는 이후에도 이름만 바꿔 똑같은 불법시술을 하다가 2014년 다시 적발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업무 정지 6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시술 받은 주사제가 불법의약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세척·냉동 등의 단순 처리만 해서 환자의 신체에 주입하면 합법적 의료 행위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의료기관이 배양·증식하면 불법으로 이는 약사법 위반에 해당된다.

줄기세포 시술이 불법이라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낀 사람이 많다. 서울 유명 성형외과에선 줄기세포 시술을 버젓이 시행하고 있고, 시중의 상점만 가도 줄기세포 화장품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줄기세포 치료가 합법이고 어떤 치료가 불법인 걸까. 일상에서 쓰이는 줄기세포를 세 종류가 있다.
 

분화가 끝난 세포, 즉 ‘프로그래밍’된 세포를 미분화된 상태로 되돌려 초기화시킨 줄기세포가 있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만들었다고 주장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와 2006년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PS)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다 자란 생물(성체·成體)의 체세포서 핵을 빼낸 뒤 난자의 핵과 바꿔치기하면, 체세포의 핵이 분화 전 배아(胚芽)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 배아를 그대로 배양하면 돌리 같은 복제동물이 되고, 초기 발생과정인 배반포 단계서 내부 세포를 추출하면 230여 종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가 된다.

iPS는 만드는 과정이 조금 다르다. 성체세포에 몇 개의 특수 유전자를 집어넣어 세포핵을 배아상태로 되돌린다.


리프로그래밍 줄기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장 크다. 하지만 암세포처럼 무한 증식할 위험이 있고, 필요한 세포로만 정확히 발현시키는 기술이 아직 부족해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있지 않은 상태다.

눈에 망막에 생긴 노인성 황반변성이나 스타가르트병 등 극히 일부 질병에서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손상 세포 재생 “노화 세포도 효과”
각종 성형에 탈모 치료…음경확대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줄기세포 주사가 바로 이 ‘성체줄기세포 치료제’일 가능성이 크다. 성체줄기세포는 골수나 혈액 등 우리 몸 곳곳에 조금씩 존재하는 줄기세포다. 리프로그래밍 줄기세포처럼 모든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은 없지만, 발생계통이 비슷한 몇 가지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몸 안에 있는 성체줄기세포 자체는 워낙 소량이라 이를 몸 밖으로 꺼내 실험실서 100배 이상 배양해야 치료제로 사용하는 데 의미가 있다.

성체줄기세포도 실험실 배양과정서 암세포처럼 무한증식하거나 오염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이 확보된 치료제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급성심근경색에 쓰이는 ‘하티셀그램-AMI’, 무릎연골에 쓰이는 ‘카티스템’, 크론병에 쓰이는 ‘큐피스템’, 이식편대숙주병에 쓰이는 ‘프로키말’ 등 몇 가지 치료제만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규제가 약하다. 임상1상에서 줄기세포 치료제의 안전성만 확보되면 2상을 한다는 조건으로 사용허가가 난다.

국내에선 3상까지 모두 통과해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업체에서 환자를 몰래 해외로 데리고 나가 임상 중인 치료제를 시술하고 오기도 한다. 박 대통령이 맞았다는 줄기세포 주사제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주사 한 번에 700만∼800만원에 이르고, 항공료와 체류비까지 합치면 15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많으며, 더구나 부작용 위험도 있다. 일본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사망한 환자도 있다.

현재 전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연구의 97%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다. 심혈관계, 신경계, 정형외과, 소화기 등 거의 모든 질환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가슴성형, 동안성형, 탈모치료, 음경확대수술, 화장품, 영양제 등 성형·미용 분야서 중간엽줄기세포, 지방줄기세포 등이 활발히 쓰이고 있다. 몸 안에 있는 소량의 성체줄기세포를 분리한 다음 농축해 다른 곳에 넣는 시술이다.


줄기세포 치료의 핵심인 ‘대량 배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줄기세포 치료’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치료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고 국내에서 불법도 아니다.

줄기세포 가슴성형은 요즘 성형카페서 가장 ‘핫’한 이슈다. 코타로 요시무라 일본 도쿄대 교수가 이 분야를 처음 개척했는데, 환자의 배나 엉덩이, 허벅지 지방서 분리한 지방줄기세포를 가슴성형에 이용한다.

지방을 가슴에 그냥 넣으면 괴사해버리지만, 줄기세포를 함께 넣으면 다양한 성장인자를 분비해 지방이 죽지 않고 잘 붙어있게 한다는 것이다. 얼굴 피부가 늘어지지 않도록 시술하는 ‘동안성형’ 등도 비슷한 원리다.

불법과 합법은?

부작용도 있다. 요시무라 교수는 최근 논문서 가슴성형을 할 때 줄기세포를 정교하게 주입하지 못하면 지방세포가 3mm 이상 뭉쳐 낭종(물혹)이 생기면서 지방세포가 괴사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염증세포가 몰려들어 붓기가 생기고, 석회화가 진행되기도 한다.

줄기세포를 많이 얻기 위해 골수·지방조직을 과다채취할 경우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골수를 많이 뽑으면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 골수 기능이 떨어지고, 지방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서 무리하게 지방을 뽑다 보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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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