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주변인 의문사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1.21 10:17:09
  • 호수 10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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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의 시대’ 건드리면 죽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유독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선 의문사와 사망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박 대통령 주변에서 일어났던 사망사건이 주목 받고 있다. 이들 사망자 대부분은 박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와 연관돼 있다. 이들은 어떻게 죽었으며, 왜 죽었을까.  
 

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 주변서 일어난 사망사건은 총 4건이다. 이 중 3건은 최태민 목사와 박 대통령과 연관된 사람들의 죽음이다. 나머지 1건은 박 대통령만 연관된 사건이다.

최태민 파헤친
종교연구가 사망
 

탁명환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이 지난 1994년, 자신의 아파트 근처서 한 광신도에게 살해당했다. 탁 소장은 사이비 신흥종교·이단문제의 선구자였다. 그는 1970년도 당시 최 목사에 대해 가장 많이 연구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기독교신문사> 기자로 일하던 그가 신흥종교운동 연구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56년, 20세 때인 신흥종교단체 영주교를 목격하면서부터다. 이후 64년부터 본격적인 신흥종교운동 연구에 나서기 시작했다.

1967년부터 1984년까지는 계룡산 신도안 일대를 다니며 신흥종교를 연구했다. 당시 신도안 주변을 하도 집요하게 취재하고 다녀 주변 사람들은 그를 ‘계룡산 출입기자’로 불렀다. 


탁 소장은 신흥종교를 순수한 민족종교와 반사회적 사이비종교 집단으로 분류했다. 그는 특히 기독교의 전통적 가르침서 벗어난 기독교 이단들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통일교, 천부교, 동방교, 여호와의증인, 대한기독교장막성전 등 70년대에 연구한 단체만 해도 27개나 됐다. 

이렇다 보니 신변 위협도 많이 받았고 실제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이단 강연회를 여는 곳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당 신도들이 몰려와 난동을 부렸고 몰매를 때리기도 했다. 하지만 탁 소장은 긴박한 상황이 아닌 한 좀처럼 경찰에 경비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1969년엔 동방교서 살해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유신 치하에선 이단들의 모함으로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탁 소장은 1973년 5월, 한 신문광고를 통해 최 목사의 존재를 알게 됐다. 신문광고는 ‘영 세계에서 알리는 말씀’이란 제목으로 불교와 기독교, 천도교 사상을 혼합한 교리를 전파한다는 내용이었다. 점을 치고 관상을 보던 무속인 광고와 흡사했다. 이 때 광고를 낸 사람이 최 목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대통령 주변 사망사건 끊이지 않아
어느날 갑자기 비명횡사…살인도 일어나
 

탁 소장은 이후 최 목사의 정체와 대한구국십자군의 발족과 폐해, 교회를 이용한 정황 등을 담은 글을 <현대종교> 1988년 4∼6월호에 소상히 담았다. 시리즈 글의 제목은 ‘부끄러운 권력의 시녀 목사들’이었다.

탁 소장은 글 말미에 “최태민의 구국선교단 사건은 확실히 암흑기의 권력형 부조리와 야합한 우리 시대의 단막극”이라며 “언젠가는 이 사건이 실제로 기독교 역사에 실명으로 기록될 때가 올 것”이라고 썼다. 


탁 목사는 기사를 내기 직전, 실제로 신변의 위협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중앙정보부 관계자가 찾아와 “그 사건을 파헤치면 신상에 좋지 않을 거다. 영애(박 대통령)가 관련된 일이니 입 다물고 있어라”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4공화국> 찍은
촬영감독 교통사고
 

1995년 방영된 MBC 드라마 <제4공화국>에 박 대통령과 최 목사가 등장한 후 촬영감독 조모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제4공화국> 영상 속에는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독대 하는 장면이 담겼다. 극중 대화 속에서 김재규 부장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큰 영애’의 문제를 거론한다. 김재규 중앙정보부 부장은 “최태민 목사가 영애(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을 얻어 각종 이권에 개입한다”며 박정희 대통령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드라마의 대사내용이다. 

김재규: 큰 영애(박근혜 대통령) 문제입니다.
박정희: 최(최태민) 무엇인가하는 그 목사 이야기요?
김재규: 네, 그렇습니다. 그 사람이 큰 영애의 후광을 입고 지나친 짓을 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아니, 무슨···.
김재규: 구국여성봉사단이라는 건 허울뿐이고, 업체에서 찬조금 챙기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그 여자문제까지... 여기 보고 내용입니다(보고서를 탁자 위에 올려둔다).
박정희: 내 그 문제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근혜 말은 그게 아니던데? 오늘은 이쯤에서 관둡시다.
김재규: 네(일어나서 자리를 뜬다) 

이 장면이 나간 후 얼마 되지 않아 조 감독이 현장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1995년 9월28일 새벽 1시50분쯤 인천대 제3정문 앞길서 촬영 중이던 제작팀을 음주운전 차량이 덮쳤다. 이 사고로 조 감독이 숨졌고 최모 PD, 분장사 안모씨 등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촬영팀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렬장면을 찍고 있었다. 최 PD 등이 차도를 일시 차단하고 촬영을 진행했지만 음주운전 차량이 이를 음주단속 현장으로 착각하고 그대로 돌진했다. 사고를 일으킨 이모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216%로 만취상태였다. 사고 이후 PD가 바뀌었고, 경찰은 술에 취한 사람의 단순 범행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MB에게 붙은
최태민 의붓아들
 

최 목사의 의붓아들이자 최순실씨의 의붓오빠인 조순제씨가 지난 2007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제씨는 2006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MB캠프에 들어갔다. 이 때 MB 측은 박 대통령(당시 대선 경선 후보)을 공격할 카드로 최 목사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일명 ‘조순제 녹취록’에는 최 목사 일가의 재산 형성과정의 비밀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녹취록에 따르면, 1970년대 초중반 최 목사 일가의 생활은 궁핍했다. 최 목사가 1975년 구국선교단을 조직하고, 박 대통령을 명예총재에 앉힌 후 엄청난 부를 얻게 됐다. 순제씨는 “돈 천지였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돈 다 냈다. 돈은 최태민이 관리했다”고 녹취록서 밝혔다. 

그 외에도 녹취록에는 10·26(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 이후 “뭉텅이 돈(전두환 대통령이 준 6억으로 추정)이 왔다”는 내용도 담겼다. 순제씨는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고, 심부름하는 사람이 있었다. 최순실이 심부름을 꽤나 했다”고 밝혔다. 


총 4건…3건은 최태민과 연관
그들은 어떻게 죽었을까 의혹

순제씨는 ‘1988년 영남대 사태'(박근혜 대통령이 학내 비리와 학원 민주화운동으로 물러난 사건)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박정희 대통령 사망 5개월 후인 1980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은 영남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교수들의 반발에 4개월 만에 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이사로 직위를 옮겼는데, 당시 박 대통령의 지시로 영남대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4인방이 있었다고 했다. 이중에 순제씨와 손윤호(순제씨의 외삼촌)가 있다. 순제씨는 당시 자신의 아들을 영남대 경제학과에 부정으로 입학시켰다. 불법자금 편취와 공금 횡령, 판공비 사적용도 사용 등 비리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녹취록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MB후보 캠프서 작성됐다. 핵심 관계자는 “녹취록 작성자는 전직 언론인 2명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앞서 나갔고 결국 승리했기 때문에 해당 녹취록을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청문회 당시 “조순제를 모른다”고 말했다. 순제씨는 녹취록 작성 1년 뒤인 2008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순제씨는 이 녹취록서 10·26 이후 굉장히 친밀한 관계로 지내왔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 토사구팽, 배신감을 느꼈다고 적었다. 

대통령 5촌 인척
의문의 살인사건
 


2007년 박 대통령과 5촌 지간이었던 박씨 형제 사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사촌형 박용수씨가 사촌동생 박용철씨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원한에 의한 사촌 간 살인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수사 종료 후에도 석연찮은 대목이 있어 논란은 계속됐다. 살해된 용철씨는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박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현 공화당 총재 사이에 진행되던 재판의 주요 증인이었기 때문이다.

신 총재는 지난 2009년 지만씨가 박 대통령의 묵인 하에 박근령씨로부터 육영재단을 강제로 빼앗았으며, 자신을 청부살해했다는 주장을 했다. 결국 핵심 내용을 쥐고 있는 당사자가 죽음으로써 육영재단 사건의 내막은 묻히게 됐다. 

당시 사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먼저 지만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려 했던 과정에서 피살됐다는 점이다. 용철씨는 이전에는 지만씨의 최측근이었으나, 증언 당시에는 사이가 틀어져 있어 재판서 용철 씨의 ‘양심 고백’이 기대되던 상황이었다. 

또 사건 이후 용철씨가 보관하고 있던 핸드폰이 분실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꼽힌다. 용철씨는 2010년 9월1일 재판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육영재단 사건 관련 녹음파일이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시신 부검 결과 용철·용수씨 모두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점도 수상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흔히 자살사건과 관련해 수면제는 대개 타살의 근거로 수사 단서가 된다. 이 때문에 제3자 개입의혹이 제기됐다. 용수씨가 자살 직전 소화제를 복용한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용수씨가 사전에 구입한 칼이 실제 살해에는 사용되지 않았고, 살해에 사용된 칼에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이며, 휴대폰 분실로 통화 내역 자체가 밝혀지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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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발’ 국힘 파멸 시나리오

‘전한길발’ 국힘 파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국민의힘은 또 내홍 속에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징후가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당내 친한계와 안철수 의원의 걸음도 바빠졌다. 전씨는 역설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을 돕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강경 보수의 떠오르는 별이 된 전한길씨(본명 전유관)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민의힘 정점식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한길씨가 입당한 날은 지난달 9일이고, 입당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안 반대 반발 이어져 정 사무총장은 “온라인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며 “시·도당으로 입당하므로, 시·도당에서 확인 후 먼저 논의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씨가 본명으로 입당했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후문도 있다. 전씨의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친윤계(친 윤석열)와 대립하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김용태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씨를 즉각 출당하라”며 “극단적 정치 세력과 절연하는 게 국민 보수를 재건하는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 어게인의 아이콘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키는 것을 국민께서 어떻게 보실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제 친길계(친 전한길)를 만들 거냐”며 “친길 당 대표·친길 원내대표를 탄생시켜, 당을 내란당·계엄당·윤어게인당으로 완전히 침몰시킬 생각이냐”고 비판했다.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 지적을 이어가는 윤희숙 혁신위원장도 “개인의 목소리를 크게 증폭시키는 건 정치인의 몫”이라며 “그런 행위가 우리 당을 점점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전씨를 초청한 토론회를 열거나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과 윤상현·장동혁 의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던 바 있다. 반발이 이어지자, 송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의 입당을 놓고 호들갑 떨 것 없다”며 “국민의힘의 자정 능력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고, 송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의견을 바꿨다. 그는 “전씨에 대한 여러 의견을 경청·수렴하고 있다”며 “전씨의 언행을 확인하고, 당헌·당규에 따른 적절한 조치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소속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같은 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당원 자격 심사를 하면 된다”며 “방법을 찾으면,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당원 자격 심사는 입당 신청 후 7일 이내에 해야 한다”며 “기간이 이미 지났고, 시·도당이 모든 사람을 일일이 조치할 순 없다”고 해명했다. 전 입당하자 김 환영…삼각동맹 급 탄생? 이재명의 중도보수 전략 돕는 1등 공신들 실제로 국민의힘은 전신 자유한국당 시절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 중 1명인 김용민씨가 지난 2017년 2월 입당하자, 신속하게 제명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김씨는 자유한국당 경기도당을 통해 입당원서를 제출해 자동으로 입당 처리됐다. 이를 파악한 경기도당은 “김씨가 당을 조롱할 목적으로 입당했다”고 판단한 후 긴급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김씨를 입당 후 8시간 만에 제명했다. 전씨가 본명으로 입당해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김씨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전씨는 입당 후 순식간에 당 대표·최고위원 출마설로까지 거론되는 등 국민의힘 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전씨는 지난 1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에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후보가 없으면, 내가 직접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상 전씨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없다.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만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은 오는 30일부터 2일 동안이고, 전씨는 다음 달 10일부터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 전씨의 입당 목적은 국민의힘을 좌지우지할 실질적 영향력을 얻는 것이다. 전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TV’를 통해 “전한길을 품는 자가 당 대표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입당 목적임을 공표했다. 그는 친윤계 의원으로 알려진 윤상현·장동혁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도 참석했다. 또 윤 전 대통령 구속적부심 심사가 진행되던 서울중앙지법 근처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여해 “우리가 국민의힘을 차지해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손 목사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대규모 강경 보수 집회를 주도하는 양대 축이다. 전·손 목사 집회 양대 축 전씨가 차기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실상 손 목사와 전씨가 함께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지난 21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수십만 규모의 ‘우파 개딸(이재명 대통령의 여성 팬)’을 만들 생각도 있다”며 “전한길TV 시청자 10만명이 당원으로 가입했고,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0만명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의 추종자들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전당대회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이들의 경쟁자로 알려진 전 목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정치적 야심을 오래전부터 드러냈다. 전 목사가 이들의 활약으로부터 자극받아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들이 국민의힘의 외부 행보를 실질적으로 좌우할 가능성도 있다. 윤 의원과 장 의원은 이미 전씨와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도 지난 21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전씨의 입당은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 환영하고, 다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씨를 일컬어 “강한 우파”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탄핵 정국에서 이들의 거대한 동원 능력을 확인했다. 이들이 각각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개최한 집회엔 최소 수만 인파가 몰렸다. 국민의힘은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김건희 여사·채 상병·내란)을 방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대응할 수단이라고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이 장외 집회엔 두 목사와 전씨가 동원하는 인파로 채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세 특검 모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명분과 실리를 골고루 챙길 수 있다. 친한계와 쇄신파 의원들이 전씨의 입당을 비판하는 것과 달리, 친윤계가 이 때문에 침묵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지난 21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장관은 “전씨의 입당 절차엔 하자가 없다”며 “여러 사람이 열린 대화를 하는, 더 높은 수준의 단합을 이루는 용광로 같은 조직이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전 목사의 지원을 받은 김 전 장관이 손 목사와 전씨의 지원까지 얻으면, 가장 유력한 당 대표 후보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씨의 입당은 ▲언더 찐윤 ▲김 전 장관 ▲손 목사 등을 실 하나로 꿸 수 있는 결정적인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주도하기 위한 삼각 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쌍권을 쌍전으로? 물론 김 전 장관과 친윤계는 지난 5월 발생한 대선후보 교체 시도 이후 좋은 관계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던 과정과 같이 조직이 필요하다. 친윤계는 “윤석열정부를 망친 원흉”이란 비난을 듣고 있고, 대선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쌍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을 대신할 새 얼굴이 필요하다. 친윤계 의원 중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강원을 지역구로 두고,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당을 주도하는 의원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으로선 이미 효용 가치를 다한 쌍권을 ‘쌍전(전광훈·전한길)’으로 교체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 대중 동원 능력이 없는 쌍권과 달리, 쌍전은 대중 동원 능력까지 갖췄다. 언더 찐윤의 새 얼굴이 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극우 정당 득세 과정과 똑같아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당은 전통적인 기득권과 대중 앞에서 광대 노릇을 할 포퓰리스트가 결합해 득세한다. 독일의 나치당도 독일 전통 귀족 융커와 대중선동에 능한 아돌프 히틀러가 “배후에서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게 만든 유대인·공산당을 몰아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뭉쳐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도 부유층과 저소득층을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고, 장마리 르펜이란 선동가가 창당해 차근차근 키운 이후 돌풍을 일으켰다. ▲언더 찐윤 ▲보수 성향의 전통 지지 기반 ▲대중 선동에 능한 쌍전의 결합 등도 위 사례들의 흐름으로 연결되지 않으리라 보장은 하기 어렵다. 이들의 결합이 국민의힘의 비극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18일 선언으로부터 비롯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라며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에선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후 3연속 총선 패배 극우 10만명 입당이 해결책? 이후 진보 진영 내에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을 극우로 규정하는 기사와 칼럼이 다수 나오고 있다. 작가 박권일씨는 <한겨레21> 기고 칼럼들을 통해 이 의원을 “극우 엘리트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고 칼럼을 통해 “새 정부는 이 의원과 같은 극우 정치인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도 지난 15일 <일요시사>와 만나 “이 의원은 사회 갈등과 혐오에 기반해 선동한 후 자기 세력을 만드는 극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경 페미니즘 세력과 격렬하게 다투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이 의원의 행보를 매개로 “이 의원은 극우 정치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선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온다. 이 의원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반대하고, 국민의힘에서 각종 극단주의 세력과 다퉜던 이 의원이 왜 극우 정치인이냐”고 반발한다. 이 움직임을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선언과 맞물려 판단해보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한 데 묶어 극우로 규정한 후, 민주당이 전통적인 보수 영역을 차지하고, 진보 진영의 외연도 함께 확대하려는 장기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선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이 그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런 흐름을 강하게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극우 컬트 정당으로 어떻게 이재명정부를 견제할 수 있겠느냐”며 “이대로 가면 보수 정치가 완전히 무너져 민주당이 일본 자민당 같은 입지를 차지하는 1.5당 체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고, 전날인 19일엔 안 의원을 만났다. 당의 극우화를 막기 위한 ‘반 극우연대’ 논의를 위한 만남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 의원도 지난 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같은 취지의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극우화 징조와 언더 찐윤의 부각은 3연속 총선 참패로부터 비롯된다. 국민의힘은 새누리당이었던 지난 2016년 이후 진행된 3번의 총선에서 모두 참패했고, 의석도 나날이 줄었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수도권 참패였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내 수도권 기반 정치인의 힘이 약해졌고, 전통적 지역 기반에서 조용히 기득권을 누리는 의원들은 ‘언더 찐윤’으로 조직화했다. 이들과 다퉈왔던 친한계 의원들과 안 의원은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이들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 보수’ 선언을 했던 지난 2월은 국민의힘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겉으로만 비판할 뿐 체포 저지를 시도하고,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도 겉으로만 반대하는 상황이 일어난 이후였다. 점점 짙어지는 극우화 징조 이 대통령과 민주당·진보 진영으로선 국민의힘이 현실적 자정 능력을 사실상 잃었음을 파악한 후 “자신 있게 동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진 전략은 영남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지리적 차원의 전략이었다. 반면 이 대통령의 동진 전략은 이념적 차원의 전략이다.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해 김 전 장관·언더 찐윤과 손잡고, 전당대회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만약 이 대통령과 민주당·진보 진영의 동진 전략이 성공한다면, 쌍권과 쌍전이 1등 공신으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