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쇼크' 한반도 대지진 대예측

다음은 부산? 서울도 불안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 12일, 경북 경주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계속된 여진 발생에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반도의 지질학적 구조상 대형 지진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입장과 역사적인 근거를 들어 대지진의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 충돌하기도 했다.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우리나라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증명됐다. 이 같은 인식이 퍼져 나가자 국민들 사이에서도 한반도 지진에 대한 공포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2일 20시32분 경상북도 경주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한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다. 이어 지난 19일 밤 또다시 4.5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경주 지진의 여진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잦은 지진에 우려를 표시하며 한반도서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자력발전소
커지는 불안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4.5 규모의 여진이 발생한 곳은 지난 12일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남쪽으로 1.4∼1.5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지난 12일에도 5.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뒤 남쪽으로 1.4km 떨어진 곳에서 5.8 규모의 본진이 일어났었다. 지진의 진원 깊이는 16km로 지난 5.8 규모의 지진(13km)보다 깊었다. 이번 여진 역시 부산에서 양산, 경주에 이르는 양산단층대와 평행한 단층대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진연구센터 지헌철 센터장은 “양산단층 서쪽의 제2, 제3의 단층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여진이 발생하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과정으로 지진 발생 빈도는 더 잦아지겠지만 규모가 더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 센터장은 이어 “앞으로도 규모 6.5 이하의 지진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한반도 대지진의 전조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 역시 지진원을 분석한 결과 좌우 방향으로 비스듬히 뻗어있는 주향이동 단층의 왼쪽과 오른쪽이 어긋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지 센터장은 분석했다.


있으나 마나
기상청·안전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도 “본진의 규모는 5.8로 굉장히 큰 편에 속했기 때문에 여진의 규모가 5대 초반까지도 가능하다”며 “위치도 본진의 위치랑 유사하고 규모도 본진보다 적기 때문에 여진이 맞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여진의 기간은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까지 가능하다”며 “당분간은 여진을 안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이 한반도에도 규모 7.0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는 “과거 779년에 이번 경주 지진 진앙지와 거의 비슷한 곳에서 7.0 규모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었다. 이 같은 역사만 봐도 경주를 포함한 한반도에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현대과학으로 앞으로의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역사를 통해 추측은 가능하다. 역사상 한반도 대지진 주기는 300∼400년이다. 1600년대 중반에 7.4 규모로 추정되는 강진이 일어난 만큼, 현재 주기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5.8 규모 이후 계속 여진 발생
‘큰일’ 전조 아니냐 우려 확산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최근까지 한반도의 지진은 규모 2∼3짜리가 주를 이뤘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점차 강도가 세지더니 이번에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5.8을 기록했다. 이는 앞으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지진으로 생기는 문제 중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원전일 것이다. 지진 공포와 함께 우리나라 동해 남부에 몰려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경북 동해안에는 경주 월성과 울산 고리 등 국내 원전시설이 대부분이 밀집해 있는 데다 석유화학단지와 같은 국가 주요 기반시설이 몰려 있어서 지진 위험성이 가장 높은 화약고나 다름없는 곳에 이런 시설을 지었는지 의문을 갖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현재 경북 동해안에는 경주 월성원전 6기, 울진 한울원전 6기, 울산 고리와 신고리 원전 6기 등 원전시설이 밀집해 있다. 국내서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건설예정 포함) 전체 34기 원전 가운데 28기의 원전이 이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이다. 더욱이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 있고 영덕에도 2기의 원전 건설이 예정돼 있다.

원전 측은 잇단 지진에도 원전 운전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으나 주민들은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9일 밤 규모 4.5의 지진은 원전에 영향 없이 안전 운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지난 12일 규모 5.8의 강진으로 정지한 월성원전은 정밀 안전점검을 수행하고 있고 이날 여진으로 인한 추가 영향 여부를 긴급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0 규모 발생
779년 상황 주목

월성원전 1∼4호기는 규모 5.8 강진으로 수동 정지해 일주일째 정밀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지진으로 원전이 가동을 멈춘 것은 처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규모 4.5의 여진이 원전 운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 원전은 발전소 아래 지점서 발생하는 진도 6.5∼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 하지만 경주서 일주일 사이에 규모 5.1과 5.8의 지진에 이어 이번에 4.5의 여진이 발생했고 이보다 앞선 지난 7월5일에도 경주와 인접한 울산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하는 등 강도가 센 지진이 잦아지면서 원전 주변 주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실제로 10년 전인 지난 2006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의 절반 가까이가 원전이 밀집돼 있고 화학·조선·자동차 등 중대형 사업장이 많은 울산과 경주, 포항, 부산 등 경상도 일대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내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 지진 절반가량이 경상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지진 위험성이 한반도 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주변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내진 시공이 제대로 됐는지를 점검하고 근본적으로는 이 지역이 원전 건설 지역으로 적합한 지역인지를 따져보는 등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학자마다 엇갈린 분석
‘안전지대 옛말’엔 한목소리

대지진은 대륙판의 경계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본 열도 밑으로는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이 관통하고 있다. 인도나 중국 지역서도 유라시아판과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이 충돌하는 히말라야산맥을 둘러싸고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위에 있으며 판의 경계는 없다.

고윤화 기상청장마저도 우리나라에서 규모 6.0대 초반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국회서 열린 지진대책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향후 규모 5.8에서 6.0 이상 심지어 6.0 초반을 넘어가는 지진은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진도 6.5 이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 기상청은 지진 조기경보 시간을 현재 50초 내에서 7∼25초로 단축하기로 했다. 규모 5.0 이상의 내륙지진 조기경보 시간은 2017년에는 15초 내외로, 2018년에는 10초가량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또 기상청은 정확하고도 면밀한 경주 지진조사를 위해 내년 3월31일까지 총 8명의 현장조사 대응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확신 없는 정부
국민은 불안하다

대응팀은 서울대·부산대·부경대 등 학계 전문가와 함께 강진동 발생지역에서 현장조사를 벌여 지진 영향 범위와 정도를 파악한다. 계기 진도와 지질구조, 피해현황을 비교, 분석하는 업무도 한다. 지진정보 전달체계를 조사하고 현지 지역민으로부터 의견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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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