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터는 검찰 딜레마

‘제자리 맴맴’ 이러다 또 흐지부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오랫동안 내사했다. 속전속결로 끝내겠다.”

검찰이 대대적인 롯데그룹 압수수색을 벌인 직후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롯데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을 겨냥한 수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한 지 두 달이 된 지금. 롯데그룹의 수사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대략적으로 대기업 수사는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검찰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수사 물망에 오른 대기업에 대한 첩보를 수집한다. 이를 내사(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몰래 조사)라고 한다. 이후 내사를 토대로 혐의 입증에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검찰은 수사시기를 조율한다.

자신하더니…
소문난 잔치?

지금까지 이런 메카니즘을 통해 대기업 수사가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진행된 대기업 수사의 칼끝은 대부분 총수들을 향한다. 지금까지 이런 칼끝을 비껴간 대기업 총수들은 거의 없다.

롯데그룹 수사 역시도 검찰의 통상적인 수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롯데그룹 비자금 사건을 내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 6월10일 롯데그룹 6개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당시 압수수색에는 서울중앙지검 전체 인력(600여명)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했으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집과 사무실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첨단범죄수사1부, 방위사업수사부 등 3개 부서의 검사 20명가량이 수사에 투입됐다. 최근 몇 년 새 보기 드문 대규모 수사팀이었다.

법조계서는 오랜 시간 롯데 비자금 사건을 내사해 온 만큼 수사 속도가 늦춰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검찰의 롯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는 등 수사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롯데 일가를 '정조준'하기 위한 핵심인물 구속과 진술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검찰 수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박사랑 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롯데건설 상무 박모씨와 상무보 최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의한 주요범죄혐의 소명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피의자의 주거 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롯데건설을 통해 하도급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공사대금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2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초 박씨 등을 구속한 뒤 자금 사용처와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이사가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맴도는 수사 뚜렷한 성과 없어
오너 주변인들만 툭툭…헛발질?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강 대표에게 방송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검찰이 방송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청구한 강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성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강 대표가 작년 미래부의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 때 일부 허위사실이 기재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재승인 허가를 취득한 혐의(방송법 위반)가 있다고 봤다.

임직원 급여를 과다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받거나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등으로 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영장 범죄사실에 담겼다.

강 대표는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8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와 검찰의 압수수색을 전후로 주요자료를 파기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조성한 비자금 일부가 재승인 로비 목적에 사용한 정황을 잡고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숨은 키맨들
해외 추적 관건

이처럼 검찰의 영장이 계속 기각되면서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자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전 계열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초강수를 둘만큼 고강도 수사를 진행해왔던 검찰이 잇따른 제동으로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그래서 그럴까. 검찰은 아직도 신 회장에 대한 이렇다할 혐의를 찾지 못한 채 주변만 맴돌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애꿎은 롯데가 여인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구속된 데 이어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임박하면서 롯데가 여인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검찰은 신 이사장을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롯데가 중 첫 번째 기소자다. 하지만 당초 법조계에서 예상했던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한 추가 단서는 사실상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업무상 횡령, 배임수재 혐의로 신 이사장을 지난달 26일 구속기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신 이사장의 배임수재 액수인 35억원에 대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본인 소유의 아파트, 토지를 대상으로 법원에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2007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총 35억3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백화점 내 초밥 매장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체 A사 측으로부터 14억7000만원을 수수했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전국 롯데백화점에 19개 매장을 냈고, 신 이사장은 4개 매장의 수익금 일부를 매달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받아 챙겼다.


면세점과 관련해선 브로커 한모(구속 기소)씨를 통해 정운호(구속 기소)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에게서 “매장 위치를 목 좋은 곳으로 바꿔주면 매출액의 3%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2013∼2014년 6억6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다 한씨와의 사이가 틀어지자 2014년 9월부터는 자신이 실제 운영하는 유통업체 B사를 통해 8억4000만원을 수수했다.

비자금서 탈세로
혐의점 못 잡아

신 이사장은 다른 화장품 업체에서도 입점을 대가로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 5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계의 대모’로 불리던 그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경영에 참여한 것 외에 아들 명의로 B사 외에 인쇄업체 U사, 부동산 투자업체 J사를 세워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했다.

이를 이용해 2006년 1월∼2011년 12월 B사와 U사에서 이사나 감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실제로는 일하지 않는 딸 3명에게 급여 명목으로 총 35억60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U사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롯데그룹 계열사 인쇄물 물량을 독점하지 못하게 되고, 딸들의 고액 급여가 문제가 돼 사임한 뒤에는 임직원을 허위 등재한 뒤 급여를 빼쓰는 수법이 동원됐다. 이 같은 유령 급여를 계좌로 입금해 자녀들이 생활비 등으로 빼서 쓰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이사장은 지난 7일 구속된 이후 혐의사실을 줄곧 부인하는 등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롯데그룹 신 총괄회장이 2010년 이전에 셋째 부인 서미경씨 모녀에게 증여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차명으로 관리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서씨 모녀에게 증여한 롯데홀딩스 주식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페이퍼컴퍼니 ‘경유물산’ 명의로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검찰은 경유물산이 서미경씨의 이름 ‘경’과 딸 신유미씨의 이름 ‘유’를 따서 급조한 페이퍼컴퍼니라는 롯데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여론도 안 좋은데…역풍 맞을라
검찰 내부 흉흉한 분위기 감지

검찰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증여 과정에서의 6000억원대 탈세 혐의와 관련해 다음주 중 서씨를 소환 조사키로 하고 변호인과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를 받아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증여세를 탈루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들도 사법 처리할 계획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초점이 비자금 조성에서 탈세 혐의로 바뀌며서 신 회장은 수사 대상에서 빠지고, 신 총괄회장과 서씨 등 현재 롯데그룹 경영권과 상관없는 비핵심 인사들만 검찰 수사의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자 검찰은 현재 그룹 경영권을 쥐고 있는 신 회장도 수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 회장이 이번 탈세혐의와 직접적 관련이 없어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신 회장의 혐의를 구체화 하지 않고, ‘가족문제 인데 무관할 수 있겠냐’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당장 신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탈세 혐의와 관련한 인물들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신 총괄회장은 95세 고령인데다가 정신 건강 논란도 겪고 있어 검찰이 그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서씨도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신동빈까지…
아직 멀었다

검찰은 2개월째 롯데그룹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계열사 탈세 혐의 일부를 밝혀냈을 뿐,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해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정권에 들어 KT, KT&G, 농협, 포스코 등을 수사했지만 회장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용두사미가 됐다”며 “이번 롯데 수사도 신 회장을 구속하지 못하면 그 동안의 전례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롯데 수사 하이라이트 신격호 여인들 나타날까

6000억대 탈세 혐의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그의 세 번째 아내인 서미경씨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신 총괄회장과 서씨 사이에서 태어난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서씨 모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탈세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씨가 검찰에 출석하게 되면 1981년 연예계 은퇴 이후 35년 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신 총괄회장은 젊은 시절 감수성이 풍부했던 문학소년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문학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1774년에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감명 받았고 작품의 여주인공 샤롯데(Charlotte)의 이름을 따 회사 이름을 롯데(lotte)로 지었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의 ‘샤롯데’라고 부를 정도로 애정을 갖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씨는 1977년 제1회 미스롯데 출신이다. 10세이던 1969년 영화 <피도 눈물로 없다>에 출연해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1973년 <방년 18세>, 1974년 <청춘 불시착>, 1975년 <졸업시험>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77년 제1회 미스롯데에 뽑혔고,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의 광고 카피를 히트시킨 주인공이 됐고, 당대 최고 스타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1979년 <선데이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마음껏 잠 좀 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6000억대 탈세 혐의로 수사
서미경·신유미 소환 임박?

서씨는 1981년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유학을 떠나 공부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씨는 이후 세간의 이목에서 사라졌고, 1983년 신 총괄회장 사이에서 딸 신유미씨를 낳았다. 신유미씨는 1988년 호적에 올라 롯데가에 합류했고, 신 총괄회장은 환갑 넘어 얻은 막내딸을 유독 귀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서씨 모녀가 부동산과 주식 등 1000억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씨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4층짜리 빌라 롯데캐슬 벨베데레, 강남구 삼성동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유기타워,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지하 5층·지상 6층 규모 유니플렉스 공연장,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있는 5층짜리 빌딩 등 알짜 부동산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다.

서씨는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만 0.1%를 갖고 있어 신 총괄회장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보다 많다. 현재 롯데호텔 고문인 신유미씨는 롯데쇼핑 지분 0.9%, 코리아세븐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