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점검> ②'먹구름 잔뜩 낀' 안보 공약

밖으로 밖으로만…국방·통일외교 공약이행 ‘0’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하반기 국정 운영을 시작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월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대선공약이행평가’를 토대로 그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공약이 이행됐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총 4주에 걸쳐 복지·안보·경제·정치 분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그 두 번째로 안보분야를 점검해봤다.

지난 15일 대한민국은 ‘광복 70주년’인 동시에 ‘분단 70주기’를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연설의 요지는 계속되는 도발에 강경대응하겠지만, 대화와 협력의 문은 열어놓겠다는 것이었다. 집권 2년 동안 북측을 향해 강경책으로 일관했던 지난 모습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에 실린 안보 관련 공약이 주목받는 요즘이다.

북한 도발
안보 공약

‘안보’라는 단어는 주로 북한과의 관계에서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안보란 말이 ‘안전보장’을 줄여 이른 것인 만큼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통칭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안보공약을 점검할 때도 비단 국방 분야에 한정하기보다는 대한민국 사회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공약을 점검해 봤다.

위 전제를 반영했을 때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사회안보와 관련된 사항은 큰 목차로 3가지가 된다. ‘국방’ ‘외교통일’ ‘안전한 사회’ 분야가 그것이다. 이 3가지 분야 속에 존재하는 세부 공약은 총 75개, 그중 국방에 속한 공약은 21개, 외교통일은 30개, 안전한 사회는 24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 2월16일 집권 3년 차를 맞아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점검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완전 이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공약은 75개 중 19개로 전체 25.3%를 기록했다. 그것보다 못한 수준인 ‘후퇴 이행’은 40개로 전체의 53.3%, 아직 달성하지 못한 ‘미이행’은 16개로 21.3%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얼마나 변화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방과 외교통일 분야는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경실련이 발표한 지난 216일까지의 결과보다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단 고위급 회담 결과 도출된 ‘8·25 합의문을 남·북 정상이 앞으로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냐에 따라 공약 이행률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약이 이행됐다고 볼 수 있는 안전한 사회 분야에서도 단 2가지만 실현됐을 뿐이다. 이를 적용하면 완전 이행은 기존 19개에서 1개 늘어난 20개(26.7%), 후퇴 이행 또한 1개가 늘어난 41개(54.7%), 미이행은 14개(18.6%)가 된다. 공약 완전 이행률이 지난 6개월 동안 25.3%에서 26.7%로 단 1.4%포인트 상승에 그친 것이다.

25.3%→26.7%
1.4% 상승


공약을 세부적으로 점검해 보면, 국방분야 중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 영역에 있는 국방예산에 대한 공약과 ‘포괄적 방위역량 강화’ 영역에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에 관한 공약은 개선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방예산 공약의 경우 안보 현실에 맞는 적정 수준의 예산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공약 중 하나다.
 


경실련이 지난 2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국방 예산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재정비 대비 예산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4년 국방예산은 전년대비 3.5%포인트 상승한 35조7억원으며, 2015년은 5.2%포인트 증가한 37조6억원이었다. 2016년은 국방부가 최근 3년간 중 가장 높은 7.2%포인트 상승한 40조1395억의 국방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6개월간 안보공약 이행률 단 1.4%↑
국방·통일외교 0건, 안전한 사회 2건 이행


그러나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가 추산한 2015년 대한민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1조4351억달러(약 1577조원) 대비 2.55%로 지난 1994년 이후 유지돼 온 GDP 대비 2%대를 유지하는 수치다. 당초 조사결과 정부 예산계획과 군 당국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던 예산이 30조원 넘게 차이가 났던 점을 고려했을 때 공약이 이행됐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경실련의 해석에 반박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권관계자는 “적정 수준의 국방예산이란 말 자체가 자의적 해석이 허용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예산만 보고 안보 현실에 맞다 안 맞다를 판단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도 미이행 상태를 유지했다. 지난 2014년 10월23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을 기존 상태로 무기한 연기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 달라진 점이 없었다.

오히려 일본이 외교를 통해 ‘집단적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 논란이 됐다. 만약 관련 법안이 오는 9월27일까지 일본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된다면 일본은 자국에 대한 공격은 물론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도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일본이 능동적으로 군사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북한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정부가 전작권 환수 문제를 무기한 연기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여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방·외교통일
10개 미이행

외교통일 분야도 마찬가지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동북아 협력을 이끌어 낸다는 공약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단 청와대에서 추진하는 연내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2012년 5월을 끝으로 이행되지 못했던 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자 회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사된다면 공약의 후퇴 이행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영역은 총 6개 공약 사항 중 4개가 이행되지 못했다. 정치·군사적 신뢰를 구축한다는 공약은 이제 막 국면 전환의 가능성을 만들어 냈다. 10·4남북공동선언 등 기존 합의에 담긴 내용을 실천한다는 공약은 최근까지 북한의 거절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무박 4일 간의 대화를 통해 도출해 낸 8·25 합의가 향후 남·북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양한 대화채널을 개설해 정상회담을 이끌어 낸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지뢰 도발에 이은 북한의 포격 도발로 임기 내 이행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극적인 화해 모드로 전환됨에 따라 연내 정상 간의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관계 악화일로, 3자 회담으로 돌파?
말로만 안전한 사회, 실효성 논란 여전


국군포로와 납북자 귀환 사업에 역점을 둔다는 공약은 민간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정부와의 공조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7월24일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주최로 국군포로 송환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되는가 하면 29일에는 탈북군인 초청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국군포로분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서 대한민국이 송환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외에도 군사대결 완화→경제공동체 건설→정치적 통합으로 나아간다는 공약은 이제 막 첫걸음을 땐 상황으로 논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발전한다는 안 또한 최근까지 제자리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북한을 얼마나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이외에도 외교와 관련된 공약 또한 지난 6개월 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동북아 공동 역사교과서를 편찬한다는 공약은 각 국가 간 이견이 크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고바야시 소메이 니혼대 교수는 지난 3일 고려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공동체포럼에 참석해 “과거 민간 차원에서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만들기 사업이나 한·일 역사 공동연구가 실시됐지만 각국의 내셔널리즘을 배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그동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안전한 사회 분야에서는 약간의 진전을 보였다.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강화’ 영역에 속한 재난관리업무 일원화 시스템 구축은 지난 2014년 11월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는가 하면 ‘재난안전통신망’이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안전처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물론 안전통신망 구축에 있어서 부실 규격에 따른 혈세 낭비 논란까지 일고 있다는 점에서 후퇴 이행으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통합식품안전정보망’을 구축한다는 공약은 기존 미이행에서 이행으로 바뀐 공약이다. 지난 6월30일부터 홈페이지가 공개돼 일반 국민들도 접속 가능하다. 그러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바로 접속할 수 있는 링크가 뜨지 않는 등 접근성에서 개선돼야 할 영역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식 오픈을 했음에도 홍보가 미흡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안전한 사회
후퇴 이행


안전한 사회 분야의 나머지 공약은 답보상태에 있다. 응급의료에 따른 사고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는 취지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대표발의)’은 지난 2013년 1월25일 발의된 이후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 집행유예를 금지하겠다는 것과 전문가 증언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공약은 미이행 상태를 유지했다. 단 최근 여학생을 성추행한 교사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개선될 소지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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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