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포정치’ 시그널 7

“지금은 신(新)유신시대?” 유승민은 시작에 불과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친박계 사퇴압박을 끝내 버티지 못했다. 박근혜정부 하에서 꿈꿨던 ‘신보수’는 ‘일장춘몽’에 그치고 말았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우려가 정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는 결국 ‘유승민 찍어내기’에 성공했다. 지난 8일 새누리당은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논의했고 ‘박수 추인’을 통해 사퇴를 권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내 여론이 기운 것을 확인한 김무성 대표는 의총 직후 결과를 알렸고, 유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 뜻을 밝혔다.

공포정치
거부권정국

유 전 원내대표 사퇴를 전후로 정치권에서는 개헌론이 다시 불붙었다. 박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의한 폐단이라는 것이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통치체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공포정치’의 서막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정가에서 나돌고 있는 대표적인 시그널을 종합해 보면 크게 7가지로 정리 가능하다.

첫째, 단연 유승민 찍어내기다. 지난 8일 비공개 의총에서 박수 추인으로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식’이라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방금 새누리당이 ‘의사결정방식’을 조선노동당식으로 바꿨다”며 “이제 ‘국가운영방식’이 북한식으로 바뀔 차례”라고 비판했다.

원조 친박에서 최근 탈박으로 통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권력자가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국회의원의 투표를 방해하는 식으로 하면 북한식”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당초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표결로 정하자는 여론에 김 대표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기 정립된 정치용어인 공포정치는 ‘정권을 유지 획득하기 위하여 대중에게 공포감을 주는 정치’라고 정의된다. 즉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은 박근혜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이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권력에 힘을 싣기 위해 펼치는 일련의 과정이 과거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유지된 정권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유 전 원내대표에게 ‘정치적 사형’을 선고했다는 점이 이를 잘 대변한다는 의견이다.

둘째, 과거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개인행로’ 발언이 그것이다. 지난 7일 새누리당이 유 전 원내대표 거취문제로 갑론을박을 주고받고 있을 때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또 다른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유승민 사퇴
정치적 사형

박 대통령은 회의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은) 국민을 대신해서 각 부처를 잘 이끌어 주셔야 한다. 여기에는 개인적 행로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국무위원들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 해석하고 있다. 최근 20대 총선·개각 소식과 맞물려 정치인 출신 국무위원 5명에 대한 거취가 이슈화 된 바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물론 유기준 해양수산부, 유일호 국토교통부,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등이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정치계로 복귀할 것이란 내용이다.


이러한 박 대통령 발언은 과거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한 ‘배신의 정치’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았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유 당시 원내대표를 향해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께서 심판을 해주셔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해당 발언으로 인해 유 원내대표가 사퇴했듯, 개인행로 발언은 국무위원들이 여의도로 이탈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박 대통령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승민 찍어내기…비박계 사살 신호탄
대통령 사인에 너도나도 ‘5분 대기조’

셋째, 황교안 국무총리의 공직기강 강화 움직임이다. 복수의 언론은 당시 법무부장관에서 총리후보자로 내정됐을 때부터 이러한 점에 주목해왔다. 특히 황 총리가 남다른 국가관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향후 ‘군기잡기’로 표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황 총리의 이러한 모습은 지난 4월 중 있었던 ‘신임검사 임명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은 과천정부청사에서 신임검사들이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완창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헌법 가치 수호는 나라사랑에서 출발하고, 나라사랑의 출발은 애국가”라며 “기본이 애국가인데 다 잘 부를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총리의 애국가 중시 성향은 즉각 관련 부처로 반영됐다.

넷째는 인사혁신처의 애국가 면접 논란이다.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에서 치러진 9급 세무직공무원 면접장에서는 면접관이 애국가 4절을 물어보는가 하면 국기에 대한 맹세, 태극기 내 괘 이름과 모양을 물어봐 논란이 됐다.

당시 면접을 다녀온 사람의 말에 따르면 애국가 4절 가사를 안다고 답하면 ‘한번 불러보라’고 시키는가 하면 ‘국기에 대한 맹세’를 읊어 보라고 주문했다. 개정 이전 맹세문을 외우자 ‘바뀐 것은 모르냐’고 되묻기도 했다. 당시 면접자는 물론 교육계 관계자들 모두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면접 질문이 나온 원인은 인사혁신처에서 공무원시험 면접과 관련해 ‘공직 가치관’ 평가를 강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가 ‘스펙’보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면서 평가 수단으로 애국가를 부르게 했다는 것이다. 황 총리의 애국가 강조 성향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하다.

개인행로 불허
공직기강 강화


다섯째, 청와대가 내부감찰을 실시해 행정관 3명이 사퇴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 3명은 지난달 정보보안 문제와 관련해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을 받아왔고 결국 사퇴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내부감찰 이유가 언론에 ‘법조인 총리 기용설’을 흘렸기 때문이라고 알려지면서 ‘입조심 주의보’가 발령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 중 행정관 3명의 퇴직에 대한 질문에 “인사 문제이고 내부감찰 문제인 만큼 논평을 삼가겠다”고 밝혔다.

여섯째, 청와대가 감사원 사무총장직에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후보가 검사 출신인 이완수 변호사라는 측면에서 기강잡기 차원의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직기강 강화 입단속 시키는 청와대
정부부처 검사 출신 기용 사정 준비?

감사원 사무총장의 역할을 보면 박 대통령이 내부단속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무총장은 감사원법 제19조 2항에 따라 감사원장의 명을 받아 사무처의 사무를 관장하며 소속 직원을 지휘하고 감독한다. 감사원이 정부부처과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감사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공직사회를 단속할 수 있는 최상의 직위 중 하나가 감사원 사무총장직이라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변호사가 황 총리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고등학교 2년 후배라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수첩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곱째, 김현웅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통과되면서 이제 본격적인 사정정국이 드리울 것이란 의견이다. 특히 황 총리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뒤를 이어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할 것으로 보여 정계는 물론 재계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태가 비리와의 ‘정전’이 하닌 ‘휴전’을 불러왔다고 본다면 김 장관 임명을 기점으로 다시 전쟁을 선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의원들은 정치인 사정의 수단으로 기업을 먼저 건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눈길이 간다. 분양대행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새정치연합 박기춘 의원이 좋은 예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해외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소환조사 하는 것, 탈세·횡령 혐의로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을 조사한 것, 지난 3일 포스코그룹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 이러한 기조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한다.

고강도 사정
·외부 단속

헝가리 출신의 영국 사회학자 프랭크 푸레디가 쓴 <공포정치>라는 책의 부제는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다. 내용을 살펴보면 공포정치는 이념을 가리지 않고 사회의 불안을 먹고 성장한다. 사회라는 것이 정치인·학자 등 사회지도부를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불러온 ‘거부권 정국’에 상당수의 지식인·정치인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불안이 친박계의 결속을 불렀고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낳았다.

정가는 ‘유신’을 우려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정의당 등 야권은 한목소리로 ‘유신의 부활’을 걱정하고 있다. 여권 비박계는 일련의 사퇴과정을 두고 ‘유신적 발상’이라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안정국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일맥상통한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가운데 당··청에서 들려오는 시그널이 어떤 식의 결말로 귀결될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중권의 날선 일침
유승민 찍어내기 ≒ 북한의 숙청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8일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북한의 숙청에 빗대어 표현해 화제다. 

진 교수는 유 전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개인 SNS를 통해 “방금 의원 동무들의 열화 같은 박수로 공화국 최고 존엄을 모욕한 공화국 반동분자 유승민이 숙청됐답니다”라며 “다음 숙청 대상은 당 권력 서열 1위인 김무성 동지겠죠”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공주님에게서 나오거든요”라고 현 상황을 풍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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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