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 서울본부 운영 실태 공개

아이들 식판 뺏고 서울선 접대 '펑펑'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을 중단했다. 도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홍 지사는 없는 살림을 쪼개 정치인·공무원·언론인을 상대로 '공짜밥'을 주고 있었다. 대권을 겨냥한 노림수로 의심된다. 2015년에는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하루에 세끼. 아이들은 밥을 먹는다. 요즘은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기다리는 아이도 제법 많다. 때로는 한끼도 못 먹고 마른 침을 삼키는 아이도 있다. 얼마 전까지 중·고등학교에서의 점심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했다. 한국은 의무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했다. 교육에 필요한 점심값 3000∼4000원 정도는 국가가 낼 수 있다고 믿어서다.

경남 서울본부
무차별 무상급식

하지만 국가 구성원 모두가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 반대론자도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12일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홍 지사는 지난해 11월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국고가 거덜 나는데 '무상 파티'만 하고 있을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경상남도에는 '무상 파티'를 전담하는 정무조직이 있다. 국회 보좌관, 정부부처 공무원, 언론사 기자들에게 '무차별 무상 급식'을 지원하는 지사 직속 기구가 존재한다.

'경상남도 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는 '국회·중앙부처·언론사 등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도정 협조체제 마련'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이들의 주요 수행과제는 ▲경남지역 국회의원실 보좌진 간담회 개최 ▲경남 출신 국회·공무원·언론관계관 모임 참여 ▲재경 향우 중앙언론인 모임 참여 ▲재경 중앙부처 향우 공무원 모임 조직 등이다.


실질적인 활동을 정의하면 정가·관가·언론을 상대로 한 '삼시세끼 접대'가 핵심이다. 경상남도를 비롯한 전국 14개(서울·세종·충북 제외) 광역지자체는 이 같은 '서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부터 제주특별자치도까지 규모와 예산의 차이는 있지만 예외는 없다.

각 서울사무소의 중점 업무를 따지면 차이점보단 공통점이 더 많다. 식사 자리에서 도정과 관련한 정보를 취득하고, 상대에 따라 협조를 구하는 일이다. 편의상 이를 대관업무라고 부른다. 대관업무를 맡은 수행원은 자신을 일컬어 '협력관'이라고 말한다.

이런 협력관의 활동을 꼭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중앙집권화된 우리 정치 시스템에서 의회·정부와의 소통은 필요하다.

문제는 서울사무소에 할당된 재원의 한계와 그 쓰임의 정당성이다. 만약 도비로 운영되는 서울사무소가 특정 단체장의 대권을 위한 '여론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예산 3억 증액
대권도전 노림수

홍 지사는 올해(2015년) 서울본부 예산액을 10억6600만원(10만원 단위 이하 생략)으로 늘렸다. 2014년 예산액이 7억44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3억2000만원가량을 증액한 편성이다. 앞서 홍 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한 근거로 '재원 부족'을 언급했다.

홍 지사가 취임하기 전인 2012년에는 6억4000만원이 서울본부 예산으로 배정됐다. 경상남도는 2회 추경을 거쳐 원래 규모(7억2300만원)에서 8000만원 가까이 예산을 삭감했다.


홍 지사가 결제한 2015년의 예산안과 2012년 예산안의 차이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계약직 수가 증가하면서 임금지출이 많아졌고, 둘째, 사무실을 옮기면서 임차료가 2배 이상 늘었다. 셋째, 대관업무에 필요한 '접대비'가 확대 편성됐다.

먼저 '2012년 서울본부 인력운영비' 명목 가운데 '계약직 보수'로 배정된 예산은 5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채용된 계약직은 두 명(나급·라급)에 불과했다. 홍 지사는 이 계약직을 임기제로 바꾸면서 관련 예산을 2억8800만원으로 늘렸다. 4·5급직 공무원 3명은 월 501만원의 봉급이 책정됐고, 9급직 공무원 2명에게도 월 328만원의 봉급을 약속했다. 직전 회계 '기타직 보수'(계약직 보수) 예산은 1억2400만원, 홍 지사는 1년 사이 1억원 넘게 인건비를 올렸다.

사무실 임차료 역시 같은 기간 1억원 가까이 증액했다. 2014년 1억5700만원이었던 임차료는 2015년 2억4700만원으로 뛰었다. 2012년에는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억1300만원을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홍 지사는 지난해까지 서울 용산에 있던 서울본부 사무소를 여의도로 옮겼다. 국회와 인접한 곳에 '캠프'를 차린 것이다. KTX 이용 때문에 서울 강남에서 서울역 인근으로 사무소를 이전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대조적이다. 정치권은 홍 지사의 여의도 서울본부 개소를 대권 도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홍 지사 자신도 대권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홍 지사는 지난 1월7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올해부터 천천히 대권 준비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여의도 서울본부는 홍 지사의 대선 출마를 돕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상남도는 지난 1월14일 '서울본부 이전에 따른 정보통신시설 설치 공사'로 2100여만원을 한진전력에 지급했다.

무상급식 전면중단…예산 전액 삭감
대권기지 의심 여의도사무실은 증액

2015년 예산안 가운데 눈에 띄는 항목은 2000만원이 신규 편성된 '행사운영비'다. 행사운영비 사업목적에는 '국회·중앙부처·언론사 등과의 협력관계 강화 사업'이라고 쓰여 있다. 사업비는 구실이고, 현실에선 '접대비'와 다름없다. 서울본부 측은 "최근 행정자치부 권고 규정이 바뀌어 운영비로 오찬을 계산할 수 없게 됐다"라며 "우리도 고민이다. 분명한 건 직접적인 밥값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행사운영비 말고도 밥을 살 수 있는 항목은 네 가지가 더 있다. '국회·중앙부처 등 협력 네트워크 구축'으로 묶인 항목에 ▲국회·중앙부처 유대강화(1000만원) ▲재경도민회 유대강화 및 업무협의(500만원) ▲국내외 투자유치 및 업무추진(630만원) ▲도정 주요시책 홍보(1740만원)가 포함됐다. 관련 예산을 모두 더하면 연간 5870만원의 '합법적인 접대'가 가능하다.

5870만원(서울본부 입장 3870만원)은 경상남도 전체 예산에서 큰 비중이 아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돈의 용처다. 한 국회 출입기자는 지난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상남도와 관련한) 뚜렷한 현안이 없었지만 후생관에 있던 A씨로부터 지난해 음식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국회엔 음료수
언론엔 특산물

이 출입기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한 번은 홍 지사가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3위(야권 후보 제외)를 한 적이 있는데 A씨가 운을 떼면서 '우리 지사님을 잘 봐 달라' 했다"며 "나 말고도 A씨가 여러 기자를 만났고, 언론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주로 국회에 상주하며 여러 정보를 취합해 홍 지사에게 매일 오전 직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의 대화는 카카오톡을 통해 이뤄진다"라는 것이 출입기자의 설명이다. A씨는 지난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표님께(홍 지사) 보고하는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경남도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울본부 지출 내역을 분석했다. 2014년 3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식사 접대(직원 회식 포함)와 여비 명목으로 쓴 돈은 6500만원에 달했다. 239개 지출 항목 가운데 여비는 44차례(2667만원) 지급됐다.

관련 여비에는 식대가 일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비는 현금화될 수 있어 정확한 지출 내역을 알기 어렵다. A씨는 이어진 통화에서 "다른 지자체는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돈을 쓰지는 않는다"라며 "커피값도 내 사비로 내는 편"이라고 부인했다. 서울본부 측도 "규정에 맞게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식대가 쓰인 사업 개요를 보면 '국회·중앙부처·재경도민회 등 유대강화' 혹은 '투자유치 및 도정홍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언론인은 같은 기간 명목상 48차례 밥을 얻어먹었다. '주요 언론사 언론인과의 간담회' '국회출입기자단 만찬' '중앙언론사 관계관 오찬' 등을 명목으로 4만5000원에서 49만5000원상당의 결제가 주 평균 1회 이뤄졌다.

접대 대상이 모호한 '홍준표 지사 도정 홍보를 위한 오찬' 등까지 더하면 언론에 쓰인 공짜 밥값은 더 많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본부가 작성한 '2014년 시책업무추진비 집행현황'을 보면 2014년 1월7일 '도정 주요현안에 대한 인터뷰 및 티타임 경비 지출'에서 49만4000원이 집행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참가자는 모두 6명이었는데 이를 지출액으로 나누면 1인당 티타임으로 8만2000원 정도를 지불한 셈이다.

기자들 불러 "지사님 잘 봐 달라"
진주의료원 특위 앞두고 식사대접

그러나 이는 특수한 경우로 서울본부의 결제는 소액으로 자주 이뤄졌다. 식사비는 천차만별로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4만원일 때도 있었다. 평균적으로 1만5000원보다 비쌌고, 3만5000원을 넘지는 않았다. 주로 국회 보좌진, 도정 협조자, 중앙부처 관계관 등과 밥을 먹었다.


30만원 이상의 결제가 이뤄진 만찬자리가 42차례였다. 비교적 큰 행사인 '36대 도지사 취임식 오찬' 때 쓴 돈은 35만1000원이었다. 2014년 7월 '국회 보좌진 오찬 간담' 때는 45만원, 같은 기간 '국회관계관 만찬 간담'으로 48만원을 썼다. '주한베트남 대사관 도지사 국빈 방문 오찬' 때도 서울본부가 9만원을 따로 결제했다.

서울본부는 2014년 8월 43명의 언론관계자를 위해 지역특산품 116만원어치를 샀다. 18명의 재경향우회를 위해 48만6000원, 18곳의 국회의원실로 보낼 특산품 역시 48만6000원어치를 구매했다.

또 서울본부는 음료수와 간식을 국회의원실로 보냈다. '국회 지역구 의원실 다과 구입'을 한다며 40만원, '도정 협조를 위한 의원실 음료수 제공'으로 34만원을 썼다. 같은 금액으로 '의원실 음료수 제공'은 3차례 더 이뤄졌다. 6만원 이하 소액 지출은 제외했다. 상기한 지출 내역은 2014년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다.

2013년 자료(시책업무추진비 집행현황)에서는 서울본부의 역할이 뚜렷이 드러났다. 경상남도는 2013년 5월~7월 진주의료원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서울본부를 통해 모두 10차례 관계자를 만나 식사를 대접했다.

같은해 5월29일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에 따른 언론관계관 오찬간담'(3명·6만5000원)을 시작으로 6월부터 집중적인 '로비 활동'에 들어갔다. ▲6월4일 진주의료원 청와대관계관 오찬간담(5명·17만6000원) ▲6월5일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실시에 따른 국회 관계관 오찬간담(4명·7만5000원)을 했다.

6월14일 진주의료원 관련 언론홍보를 위한 언론관계관 오찬간담(4명·6만2000원) ▲6월20일 국정조사 실시에 따른 관계관 오찬간담(2명·5만4000원) ▲6월24일 국정조사 특위 여야 간사 회의결과 파악을 위한 관계관 오찬간담(4명·8만4000원) ▲6월24일 우리도(경남) 의견 전달을 위한 관계관 만찬간담(2명·4만4000원) ▲6월26일 국정조사 관련 동향파악을 위한 언론관계관 만찬간담(6명·18만원)이 이어졌다. 당시 경상남도는 국정조사를 받는 피감사 대상이었다.

이들은 7월1일 국정조사 특위 의원실 5곳에 간식(10만7000원)을 보내는 면밀함을 보였다. 7월9일에는 국정조사특위 관련 국회출입기자 오찬간담(6명·5만4000원)을 갖고, 오후에는 언론관계관 만찬간담(3명·9만5000원)을 다시 열었다. 7월9일은 국정조사 특위가 홍 지사에게 증인출석을 명령한 날이다. 이날 홍 지사는 증인출석을 거부하고 국정조사를 '보이콧'했다.

홍 지사는 지난 1월 자신의 최측근인 조진래 전 정무부지사를 1급 정무특보로 임명한 뒤 서울본부로 발령냈다. 조 전 부지사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내 국회 사정에 밝다는 평이다. 앞으로 조 전 부지사는 여의도와 홍 지사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홍 지사가 서울본부에 쏟는 애정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본부의 역할이 강화될수록 '공짜밥'은 더 많아진다. 국회·중앙부처·언론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이 배부르다. 경상남도가 '쏘는' 공짜밥은 어려운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다. 홍준표식 '무상급식 수혜자'는 지난해 기준 1200여명에 이르렀다.

무상급식 중단
대권 마이웨이

홍 지사의 표현을 빌면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지만 서울본부는 '밥 먹이러' 가는 곳이다.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은 안 되지만 대권을 위한 '무차별 급식'은 확대됐다. 홍 지사는 지난 19일 기자가 해명을 요구하자 "지금은 통화가 곤란하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장문의 문자와 함께 수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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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작은 분명 하이브였다. 하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이브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에 지정되는 등 업계 1위로 군림하던 상황이라 추락의 속도가 더 빠른 모양새다. 불과 6개월 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하이브 사태’의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내부서 시작된 갈등이 외부로 분출됐다. 여론이 움직이고 대중의 뭇매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나서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사이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케이팝에 독물을 풀었다’는 말이 돌았다. 업계 1위 나락 갔다 시작은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국·내외서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모회사인 하이브는 산하에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으로 체제를 완성했다. 각 레이블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하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멀티레이블은 ‘독립적 운영’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 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에도 하이브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로 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민 전 대표 18%)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제작자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고 2021년 어도어 대표가 됐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레이블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감사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이다.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으로 전선이 다른 레이블로까지 확대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산하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폭로와 반박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휘청였고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이 과정서 한 무속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중대사를 무속인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4월25일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과 함께 한국컨퍼런스센터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가 자청한 회견이었다. 파란 모자에 녹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민희진에 대한 감사 나비효과 국감에서 다뤄지며 뭇매 맞아 민 전 대표는 중간중간 욕설을 섞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급격하게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고 그가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엄청난 화제로 기록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후 둘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했다. 첫판은 민 전 대표의 판정승이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어도어 주주총회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 하이브가 주장했던 민 전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들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 방법의 모색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며 화해를 제안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앞서 열린 임시주총서 민 전 대표 측 이사 2명을 해임하고 3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아일릿의 레이블 빌리프랩서 민 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레이블 간의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팬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가수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어도어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쏘스뮤직에는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돼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를 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블 간의 반박, 재반박이 거듭됐다. 또 레이블서 직접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첫 분기점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 ‘민-합(민희진-하이브) 대전’은 8~9월 분기점을 맞았다. 역시 선공격은 하이브의 몫이었다. 지난 8월27일 어도어는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김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어도어 사내이사가 교체될 때 하이브 쪽 추천으로 들어간 인사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밝혔다.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제작으로만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도 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맡는 문제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선공격과 민 전 대표의 반박으로 공은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거나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목소리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9월11일 뉴진스는 유튜브 계정을 열고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은 “라이브를 결정한 이유는 (민희진)대표님의 해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스태프들이)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저희 다섯명의 미래가 걱정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만 숨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송 배경을 밝혔다. 뉴진스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를 저희는 바란다.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짜를 못 박았다. 당시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변곡점 됐다 특히 이날 방송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사옥서)혼자 복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랑 매니저가 지나갔다. 서로 인사했는데, 그분들이 나오셨을 때 그쪽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번졌다.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민 전 대표+뉴진스와 하이브 간의 갈등으로 재규정된 순간이었다. 방송 자체는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뉴진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정치권이 하니의 주장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하니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이브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인사책임자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하니에게 묻고 김 대표에게 대응에 대해 질문하겠다는 것이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화제가 일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와 김 대표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니는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고 하이브가 CCTV를 삭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 대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티스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정 의원은 “(아티스트가)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아이돌 굿즈 관련한 문제로도 국감서 지적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하이브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브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다. 이 과정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하이브에서는 ‘모니터링’ 문서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업계 동향 보고서’다.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하이브는 바닥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케이팝을 선도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기획사가 타사 아이돌의 외모를 품평하고 방송 출연 모습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덤은 물론 대중도 경악하고 있다. 모니터링 문건 대중 반응 최악 뒤에 숨어있는 방시혁 나와야? 엔터 업계서 오랜 시간 일했다는 관계자들도 ‘이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해당 문건에 대한 하이브의 대응은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하이브는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브는 “국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입장문에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만하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하이브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발로 시작된 문건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천장에 달하는 문건 중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케이팝 팬들까지 반응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 본 사람, 공유한 사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 전 대표가 이미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29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입장문을 게재했다. 문건이 처음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이 CEO는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사과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추가 문건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하이브 소속 가수가 SNS를 통해 말을 얹으면서 사태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이미지는 물론 소속 가수의 호감도 또한 수직 낙하하는 중이다. 정치권발 카운터펀치 결국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 의장은 BJ 과즙세연과의 LA 목격담 이후 두문불출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를 총괄 지배하는 사람은 방 의장이기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