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인사 김장수 신임 주중대사

속옷 갈아 입으랬더니 뒤집어 입었다

[일요시사 취재팀] 김명일·한종해 기자 = "속옷을 갈아 입으랬더니 뒤집어 입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주중대사로 임명한 것을 두고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 신임 대사는 국가안보실장 시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 경질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왜 직접 경질한 인물을 9개월 만에 다시 불러들인 것일까? 김 대사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의 앞과 뒤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신임 주중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인적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김 대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더러워진 속옷을 갈아 입으랬더니 뒤집어 입은 격"이라며 혀를 찼다.

뼛속까지 군인
또 그를 왜?

김 신임 대사는 국가안보실장 시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 경질됐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고작 9개월 만에 주중대사라는 주요 직책을 다시 맡게 된 것이다. 더구나 김 대사는 중국과 별다른 연결고리도 없다. 한중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전문가도 아니고 경솔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경질을 당했던 인사를 주중대사에 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실수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주중 대사 임명은 같은 사람만 계속 쓰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김 대사에 대한 보은 인사 성격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사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선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았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군인 출신의 대북 강경파로 평가받고 있는 김 대사가 주중대사로서 한중관계를 원활하게 풀어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군 출신이 중국 대사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중대사는 한-중 관계뿐만 아니라 한-미나 북-중, 미-중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고도의 외교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래서 역대 10명의 주중대사는 대부분 고위 외교관 출신이었고, 정치인 출신 인사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외교통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주중대사를 맡았었다.

주중대사 임명 논란…군 출신에 외교를 맡겨?
아무리 사람 없어도 그렇지…또 회전문 인사


국방부장관 시절 '꼿꼿 장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됐던 김 대사가 외교현장에서 요구되는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 대사는 국방부장관 시절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면서 유일하게 허리를 굽히지 않아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게다가 김 대사가 지난 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것은 정무 감각의 부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외교 무대에서 그런 말실수를 했다가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가에서는 김 대사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중국과의 이견차가 너무 커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김 대사를 사드 대사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다.

세월호 책임 회피
청와대 경질 1호

사드는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핵심 요격수단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같이 높은 고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탐지, 격추하는 시스템이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고성능 X밴드 레이더도 함께 배치돼 중국은 미국의 직접적인 감시망에 노출된다.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신중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김 대사가 사상 첫 군 출신 주중대사인 만큼 사드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중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의 시각차는 하늘과 땅차이다. 중국 측 외교 고위 인사는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사드 문제는 이미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은 오히려 김 대사가 청와대와 미국을 잘 설득해 사드를 포기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대사가 사드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낸다면 이번 인사가 뒤늦게라도 재평가를 받겠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대사가 육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등을 지내면서 중국 고위급과의 교류가 잦았다며 주중대사직을 수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청와대는 김 대사가 한·중 군사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현재 장교 교류와 군 최고지휘부 상호 방문 정도에 머물고 있는 양국 군사 교류를 우방국 수준으로 확대하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도 "김장수 대사는 안보전문가이고, 주중대사에 걸맞은 능력과 자질을 갖추 있는 적임자"라며 "박근혜 정부의 외교철학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보은인사도 회전문인사도 아니다. 야당은 고질적이고 상투적인 인사 발목잡기를 하기 이전에 외교에 관해서는 정파를 초월해 국익을 먼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정부 때부터
연속으로 중용

그러나 야권에서는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인적 쇄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당시 파문을 일으켜 경질된 사람을 회전문인사로 다시 기용해 경악했다"며 "인적 쇄신의 취지가 정말 무색하다.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를 보면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을 찾을 수 없고, 어떻게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박 대통령의 인사를 거듭 비판했다. 인적쇄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던 박 대통령은 또 한 번 인사 참사로 발목이 잡히게 된 셈이다.

김 대사는 1948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광주제일고를 나와 육군사관학교 27기로 임관했다. 1996년 육군 제1군 사령부 작전처장을 시작으로 2000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2001∼2003년 4월 육군 1군단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04년 5월까지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냈고 이어 한미 연합사령부 부사령관, 2005년 제37대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된데 이어 1년7개월 만에 제40대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해 노무현정부 임기 끝까지 국방부 수장의 자리를 지켰다. 참모총장에서 국방부 장관 직행 티켓을 끊은 것은 김 대사가 창군 이래 처음이다.
 

군 시절 김 대사는 '소신파'였다. 2007년 제2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비공개 만찬 석상에서는 북핵 문제를 꺼내 북 측 인사들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사는 "군사적으로 적대국가에 있는 국가의 원수에 대해 68만 국군의 수장으로 적장에게 허리를 굽힐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례적으로 인터넷 팬클럽도 생겼다.

김 대사는 자신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노 전 대통령과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두고 대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김 대사는 남북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결국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좋으니 NLL 문제는 장관 뜻대로 하시라"는 백지위임을 받아냈다. 

2005년 연천 530 GP 총기난사사건도 그의 소신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참모총장이던 그는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각종 군 기밀 노출이 이어지자 '국익에 반하는 기밀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의 무분별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꼿꼿 장수'의 귀환
경질 9개월 만에 복귀

무난하게 장관 임기를 마친 그에게 이명박정부 초기 인수위는 초대 국방부 장관 제의를 했으나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18대 총선 직후 통합민주당은 '비례대표' 카드를 꺼내며 김 대사에게 무수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한나라당이었다. 당시 통합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이 "김 전 장관은 지난 2일 손학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60만 군대의 명예를 위해 비례대표 2번을 달라고 요구했던 분"이라고 지적한 뒤 "한나라당의 행태에도 분노를 느끼지만 김 전 장관도 결국 정치적 판단에 근거해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린 것 아니냐는 배신감이 든다"고 밝히면서 그가 비례대표 의원이 되기 위해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양측과 '밀당'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 한나라당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되며 정치권에 발을 들인 김 대사는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의원,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최고위원 등을 거쳤다. 그러나 "19대에는 지역구에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대로 2012년 19대 총선에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대선캠프인 국민행복추진위에서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아 국방·안보 분야 공약을 만들었다. 당시 김 대사는 문재인 대선 후보캠프의 국방정책을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 분과위 간사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 5년 만에 부활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안보실을 개편하면서 박 대통령이 김 대사에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토록 하면서 정권의 실력자로 자리매김했다. 김 주중대사의 '독주 체제'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위기가 온 것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였다. 사고 초기 그는 박 대통령에게 사고 상황을 가장 먼저 보고하고 '지하벙커'인 위기관리센터에 들어가 구조 현황을 파악하는 등 사고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나 정부의 부실한 초동 대처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안보실의 책임이 부각되자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통일·안보·정보·국방의 컨트롤타워"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해 여론이 등을 돌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 대사는 5월1일 법령상 안보실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설명자료를 내기까지 했다. 이런 그의 태도는 박 대통령의 우산이 걷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5월22일 김 대사는 박근혜정부 '청와대 경질 1호'가 됐다.

끝까지 보은
야권은 경악

주중대사는 미국, 러시아, 일본과 더불어 '4강대사'로 꼽힐 정도로 정부 외교라인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 중 하나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군 출신이 주중대사를 맡게 되는 것으로 김 대사는 점차 중요해지는 중국과의 안보협력에서 국방 분야 전문성을 한껏 발휘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 대사는 부인 박효숙씨와 사이에 1남1녀가 있으며 아들도 육군사관학교를 나왔다.

 


<mi737@ilyosisa.co.kr>
<han1028@ilyosisa.co.kr>

 

[김장수 누구?]

▲1948년 광주광역시 출생
▲육군사관학교 27기 학사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수도방위사령부 작전처장
▲대한민국 육군 7군단 단장
▲제37대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제40대 국방부 장관
▲제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새누리당)
▲국가안보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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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