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깜짝 승진 미스터리

김영한 찍어내고…“왕실장 라인이라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해 말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사건으로 정국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온 비선실세에 대한 의혹들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언론은 물론 국민의 눈과 귀가 청와대에 집중됐다. 그러던 중 문건 유출 혐의를 받은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유서에는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모 경위를 향해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서의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우병우 민정비서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더불어 청와대가 경찰을 회유해 수사에 직접 개입하려 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예견됐다. 앞서 한 언론매체는 최 경위가 구속되기 전 심문을 받을 때 대통령 민정수석실에서 파견된 경찰관이 한 경위를 향해 ‘혐의를 인정하면 불구속입건해줄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들은 사실이 있다고 보도된 적 있다.

국정 해결사

우병우 현 민정수석이 처음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될 때 법조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몰지각한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이유는 그가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주임검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소환 조사를 받은 후 23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과잉조사에 대한 논란은 물론이고 일각에서는 자살이 아닌 타살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됐다. 결국 여파로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과 이인규 중수부장이 사퇴했다. 그러나 우병우 당시 중수1과장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부천지청 지청장’을 지내는 등 계속 공직에 몸을 담고 있었는데 검사장 승진에 탈락하고 나서야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승진 탈락 사유에 대해 세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그가 사표를 낸지 불과 1년만인 2014년 5월12일에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다. 복귀 시기 면에서도 논란이 됐다. 그가 임명된 5월12일은 노 전 대통령 서거 5주년을 불과 10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인사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후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항명을 하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민정비서관 사이의 갈등설이 제기됐다. 당시 상황을 보면 김기춘 비서실장은 국회운영위에 김 수석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모두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김 수석은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초유의 항명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곤 김 수석은 갑작스레 사표를 내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그가 왜 항명했는지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는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우병우를 민정수석으로 승진시킨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검사 시절부터 ‘사심이 없는 원칙주의자’ ‘강직한 성격’ 등의 평가를 받는 우 비서관이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 더 이상의 인사파동이 나지 않도록 해줄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한 정황이 포착된다.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청와대에 복귀한 뒤 보고를 할 때면 직속상관인 김영한 민정수석을 거치지 않고 바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할 정도로 김 실장에게 신임을 얻고 있었다. 김 수석(사법연수원 14기)이 우 비서관(19기)의 검찰 선배일 뿐 아니라 직속상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있을 수 없는 얘기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수석을 의도적으로 찍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결국 견디다 못한 김 수석이 항명했고 그가 사퇴한 후 공석인 자리에 평소 신임하던 우 비서관을 앉힌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김 비서실장 라인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한 특수통
민정수석 제치고 비서실장에 직접보고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가진 청와대 관계자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김 수석은 평소 자신이 민정수석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문자답해왔던 것으로 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수석은 청와대 민정라인의 수장이었지만, 실제 내부에서는 우 비서관의 힘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두 사람 간의 내부 갈등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김 비서실장은 왜 우 수석을 신임할까.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같은 검사 출신에 하나의 일을 맡으면 끝까지 밀어 붙이는 추진력과 업무 성향, 그리고 성격까지 서로 꼭 빼닮았다 전한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정계에서는 업무에 있어서 서로 신뢰할 수 있었던 유대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우 수석은 최근 새로운 실세로 불리며 박 대통령의 신임까지 얻고 있다. 평소 검사 출신 인사들을 중용해 왔던 박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수석·특보들과 ‘티타임’을 가진 사진이 보도된 적 있다. 사진에는 박 대통령의 옆자리에 우 수석이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자리에 18기수 선배인 이명재 민정특보(사법시험 11회)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선후배의 관계가 뒤집힌 배치였다. 청와대에서 대통령과의 거리는 그 사람의 권력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우 수석의 청와대 내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힌다.

결국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은 인사를 앞둔 검찰조직에까지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안팎에서도 우 수석의 승진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검찰 출신 민정수석의 경우 통상 고검장급을 지낸 고위인사를 써왔다는 점에서 나이나 경력적인 측면에서 다소 일러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민정수석으로 발탁되자 세대교체의 목소리까지 나오게 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통상 검찰총장 및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간부 등과 마주치는 일이 많은 자리다. 그런데 사법연수원 19기인 우 수석이 이른 기수에 승진 발탁되면서 검찰 지휘라인에 혼선까지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우 수석은 황교안 법무부장관(13기)과 김진태 검찰총장(14기) 뿐만 아니라 고검장급인 16, 17기보다도 후배라는 점에서 소통에 내홍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면 우 수석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사 재편이 따라올 수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실세

실세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청와대의 해결사로 두각을 나타내는 우병우 민정수석.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신임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를 중용하겠다는 이번 결정이 결국 박 대통령의 레임덕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유임이 결정된 김기춘 비서실장과의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병우 민정수석은 ‘부자’

공직자 재산 1위…가진 돈만 400억원 이상

우병우 민정수석이 공직자 중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14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신규·퇴직 고위공직자 29명의 재산신고 내역에서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423억3230만원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과거 검사 시절부터 부자검사로 불릴 정도로 재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던 인물로 이번에 신고한 재산 중에는 비상장주식 3억여원을 비롯해 1천500만원 상당의 롤렉스시계 등도 포함됐다. 그는 2008년 작고한 이상달 기흥컨트리클럽(CC) 및 정강중기?정강건설 회장의 사위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국회의원까지 포함해도 안철수(1569억원 신고) 의원에 이어 재산규모 2위로 나타났다. 우 비서관이 이렇게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재력가로 알려진 처가의 힘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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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