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팀] 강경식 기자 = 금년 12월, 국내 첫 매장 개점을 앞두고 있는 이케아에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한 해 매출 44조원이 넘는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는 전 세계 42개국에 34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지난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 가는 부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는 회사다. ‘한국시장 진입하자마자 갑질한다’는 비난이 일어난 내막을 취재했다.
이케아는 가구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도 유명하지만 더불어 상하 계급을 두지 않고 직책만 두는 조직체계와 학력과 인종, 성별, 나이 등에 차별을 두지 않는 독특한 고용정책으로도 유명하다.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에 세계최대 매장 설립을 발표했을 때 국내 가구업체의 긴장 일변도의 반응과는 달리 노동계에서는 선진 고용문화의 유입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학력과 스팩 위주의 채용관습이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국내 고용패턴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롤 모델로서의 역할을 고대한 것이다.
독특한 고용정책
그러나 이케아 광명점의 개장이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직원모집과 관련한 잡음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선진 고용정책의 유입은커녕 기존의 국내업체보다 못한 고용정책과 진행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이 생긴 것이다. 이케아에 지원했던 김모(32세)씨는 “이케아가 직원채용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선진 고용정책이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갑질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도대체 이케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이케아에 지원한 사람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가장 큰 이슈는 ‘지연통보’ 부분이다. 현재 이케아는 광명점 직원을 모집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한 이메일 접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메일로 입사지원서를 보내면 접수되었음을 확인하는 메일을 회신해 주고, 30일 이내에 채용여부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30일 이내 통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빨라야 6주, 늦으면 두 달 넘게 시간이 지나서야 채용 결과를 통보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케아의 지연통보는 취업 시즌을 맞은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를 지원해야 할지 말지를 두고 고민에 잠기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국적 글로벌 기업을 선호하는 지원자의 경우, 결과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가 타사에 입사를 지원할 시기를 놓치는 일도 실재한다고 한다.
한 지원자는 “회사 측의 지연 통보로 인해 구직자들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입사지원자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글로벌 회사라고 자처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반응이다.
지연통보와 더불어 모집분야와 급여수준, 근무조건 등과 같은 기본정보조차 제공되지 않은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입사를 지원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분야에 지원하는지, 근무형태는 어떤 것인지, 분야별로 몇 명이나 모집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데 이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합격통보를 받은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이케아의 고용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합격자들 중에는 이케아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지연통보를 감수하고 이케아에 최종 합격한 박 모(31세)씨는 인사 담당자로부터 “급여수준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 것”을 주문받았다. 연봉제를 채택하는 기업의 경우 개별적으로 협상되는 연봉을 타인에게 알리지 않는 게 관행이긴 하지만 이케아처럼 ‘외부 공개금지’를 직접적으로 주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연봉공개가 권장사항은 아니지만 공개여부의 결정은 전적으로 당사자의 뜻에 따르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격자에 대한 ‘급여수준 공개금지’ 요구는 ‘생각보다 이케아의 처우가 좋은 게 아니다’는 시각을 키우고 있다. 채용설명회를 통해 동종업계 평균 이상의 임금을 제공하겠다는 이케아의 공약이 실제로는 동종업계 평균 이하의 임금체계를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의해 부정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유통업체인 코스트코보다도 낮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개점 위한 직원 채용 둘러싸고 잡음 무성
업계 평균 이상 대우가 고작 시급 5210원?
이러한 추측은 이케아가 자초한 면이 있다. 지난 8월 이케아는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사이트인 ‘워크넷’을 통해 광명점 직원을 모집한 바 있다. 당시 임금란에는 ‘시급 5210원’이라고 적시되었는데 이는 금년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으로 코스트코에 비해 3500원이나 적은 금액이다. 자연 워크넷을 통해 이케아의 임금 수준을 접한 사람들은 ‘업계 평균 이상이 아니라 업계 최저수준의 임금을 가이드라인으로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이케아는 워크넷의 직원모집 공고를 내린 바 있다. 이른바 ‘5210원 사건’의 원인을 물어본 결과, 이케아 관계자는 “명확하게 금액을 입력할 수 없는 상태여서 빈칸으로 놔둔 것이 최저시급이 자동으로 입력됐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케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워크넷 5210원 공고사건’으로 촉발된 안티 이케아 정서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후 이케아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생긴 지연통보, 기초정보 미제공, 연봉수준 공개금지 등의 악수가 거듭되면서 이케아가 구직자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여론이 생긴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케아가 직원모집과 관련해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의무휴일 회피전략’의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연봉수준 공개금지 요구’는 가장 명확한 정황증거라는 것이다.
현재 이케아가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광명점 매장은 단순 가구매장이 아니라 각종 식기와 생활용품 등도 함께 취급하는 종합쇼핑몰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이마트나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과 같은 대형마트와는 차별되는 요소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대형마트가 지켜야 할 의무휴일 엄수에 대한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막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이케아로서는 대형마트로 분류돼서 의무휴일을 지켜야 하는 부담을 피하고 싶었고, 직원들의 임금수준이나 근무여건이 대형마트 임금체계와 동일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임금수준 외부공개 금지’를 주문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케아는 이러한 해석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모집 공고에서부터 심사, 통보, 입금협상 등 고용계약 전반에 걸쳐 어느 것 하나 투명한 것이 없다는 구직자들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휴일 피하기 꼼수도
노동계의 반응 또한 마찬가지다. 김혜진 민주노총 상임활동가는 이케아에 일고 있는 갑질 논란과 관련해서 ‘한마디로 저질적인 채용형태’라고 단언했다. 회사가 기본적인 정보를 제시하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당연한 의무인데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회사라 업무환경과 급여수준, 근무 조건 등이 좋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국내 기업보다 못한 후진적인 회사”라는 시각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향후 이케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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