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집> 파란의 6·4 지방선거 후폭풍 ①힘 받는 '청와대 플랜'

세월호 역풍에 휘말린 '박근혜호' 순풍에 돛 다나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궁지에 몰렸던 박근혜정부가 기사회생했다. 6·4 지방선거에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면죄부도 함께 쥐었다. 보수층의 굳건한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박근혜 대통령. 이제 안팎의 관심은 '국가개조'에 쏠린다. 무엇을 어떻게 개조하겠다는 건지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법을 세우겠다"는 의지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력해 보인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구조작업이 지연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무능한 정권론이 부상했다. 유족들은 매일 밤 진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뿌렸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함께 울었다. 청와대는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말로 헛발질했다. 박근혜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말마다 거리를 매웠다.

세월호의 눈물
박근혜의 눈물

지난달 차기 국무총리로 내정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자진사퇴했다. 내려올 줄 모르던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를 전후로 20% 가까이 빠졌다. 당시만 해도 '집권 2년차 레임덕'이라는 호들갑이 허언이 아닌 듯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느꼈던 위기감은 상당했다고 했다. 한 국회 출입기자는 청와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여권 입장에서)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선거에서 진다. (선거법상) 대통령의 입이 안 되면 '칼(문책성 인사나 야권을 겨냥한 공안수사 등)'을 써서라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의 여왕'은 입을 열지 않았다. '칼'도 쓰지 않았다. 다만 '눈'으로 보여줬다. '박근혜의 눈물'은 궁지에 몰린 여권이 쓸 수 있는 최상의 카드였다. 청와대 홈페이지엔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는 동영상까지 올라왔다. 그날로 전국 곳곳에는 "대통령을 지켜주세요"란 피켓이 등장했다.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피켓 전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나붙었다. 피켓 속 박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달라"는 호소는 망설이고 있던 보수층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돌렸다. '세월호의 눈물'로 시작해 '박근혜의 눈물'로 끝난 선거였다.

정권심판론
너무 일렀다

개표결과 여야 어느 쪽도 승리를 주장할 수 없는 성적표가 나왔다. 표면적인 결과는 새누리당의 패배였다.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모두 8곳에서 이겼고, 새정치민주연합은 9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3곳 중 새누리당은 경기와 인천을 얻어 서울을 사수한 새정치민주연합과 균형을 이뤘다. 또 새누리당은 여권의 전략적 요충지인 부산을 지켜냄으로써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했다.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은 선거였다.

당선자의 윤곽이 가려진 5일까지 박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가개조'란 국정과제를 또 한 번 명확히 했다. 이날 민 대변인은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한 이번 선거결과는 그 자체가 국민의 소중한 민의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 표 한 표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국가개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년차 레임덕 위기서 벗어나
세월호발 정권심판론 잠재워

청와대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나쁘지만은 않은 눈치다. 대체로 여권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역대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도 여당이 17곳 중 8곳을 가져 간 건 나름 선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가장 최근 있었던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박근혜정부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당시 여당은 전체 16곳 중 6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반색하는 대목은 인천을 탈환했다는 사실이다. '친박'의 대표주자인 유정복(새누리당) 후보는 현 인천시장인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꺾고 인천의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했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안전행정부장관을 역임했던 안 후보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송 후보에게 박빙열세를 보이던 안 후보는 본선에 돌입하자 예상 밖의 응집력을 보였다.

안 후보의 출마는 그가 청와대 내각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었다. 안 후보의 상대는 현직 프리미엄이란 후광을 업고 있는 송 후보였다. 송 후보는 야권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꼽힐 만큼 만만한 적수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세월호 참사라는 돌발변수까지 발생했다. 정권심판론이란 그늘에서 안 후보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인천 민심은 결국 안 후보를 선택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박근혜정부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이해됐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없음을 확인하는 징표이기도 했다.

국가개조론
밀어 붙인다

'오거돈 바람'이 불었던 부산도 끝내는 친박 중진인 서병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선거 전 서 후보는 오거돈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막판까지 초박빙 접전을 벌였다. 위기감을 느낀 서 후보는 선거일이 임박하자 노골적인 '박근혜 마케팅'을 했다. "도와주십시오"라는 읍소에 부산 시민들은 변화보다는 '인정'을 택했다.

그러나 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에서 오 후보가 거둔 성적은 놀랍다. 최종득표율 49.3%, 서 후보와의 표 차이는 1.4%에 불과했다. 비록 야당 간판을 달고 나오지는 않았지만 오 후보의 선전은 부산 시민들이 당만 보고 찍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반대로 박 대통령을 전면에 앞세운 서 후보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진땀 승부였다.

유권자들은 '세월호 민심'을 투표로 보여줬다. 그러나 그것이 정권의 붕괴나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1년 6개월만의 레임덕은 너무 심하지 않냐. 지방선거로 심판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빨랐다. 유권자들이 조금 더 기다리자는 쪽이었던 것 같다. 만약 지방선거가 1년 뒤에 있었다면 결과가 또 달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국민들은 박 대통령을 재신임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앞길은 산적한 과제로 첩첩산중이다. 당장 국정운영의 변곡점이자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7·30 재보궐선거가 눈앞에 있다. 차가워진 민심을 외면했다가는 언제든 정권심판론이 타오를 수 있다.

국가개조 드라이브
공직사회 틀어쥐고
철권통치 재현할까

우선 박 대통령은 정권심판론에 맞서 국가개조론을 통해 난맥상을 정면 돌파할 방침이다. 세월호 참사 후 '관피아 색출'을 첫 번째 후속조치로 내놓은 게 대표적인 예다. 검찰 등 사정기관을 최대한 활용해 "무너진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복안이다. 때문에 박근혜정부는 '관피아 색출'을 필두로 한 고강도 공직사회 개혁에 당분간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피아 색출과 관련해서는 공직사회 내부에 강한 반발이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관피아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인데 이 정부는 기관들만 닦달해서 성과를 내려한다"며 "공직사회가 경직될수록 득을 보는 건 국민이 아닌 절대 권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박 대통령이 공직사회 장악에 나선 배경에 '철권통치'에 대한 환상이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윗사람의 지시에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공무원을 주물러 이를 바탕으로 정국 운용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속셈을 알면서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쏘아올린 국가개조의 방향과 속도는 후임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일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법관의 쇼크를 경험한 청와대는 도덕성을 중점으로 두고 인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황우여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총리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당사자가 고사할 경우는 의외의 선택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유력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김 지사는 청와대로 입성할 경우 박 대통령과 얼마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능력 면에서는 합격점이지만 국가개조의 각론에서 기존 청와대 비서실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불안요소다.

한편 청와대는 공석 중인 국가정보원장 지명과 조각 수준의 내각개편을 위한 후보자 물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탕평인사' 얘기가 나왔지만 선거 결과 여권의 중심부인 대구에서 고전하면서 소홀했던 'TK 달래기'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힘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보수층의 결집을 확인한 박 대통령이 다시 '줄푸세'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큰 틀에서 박 대통령은 경기부양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일자리 창출, 경제혁신3년계획 등의 경제정책이 골자다. '통일대박론' 역시 궁극적으로는 경제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는 전언이다.

TK 달래기
경기부양 사활

하지만 구체적인 경기부양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종국에는 '규제완화'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내수 진작을 위해 다방면으로 세금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주로 '절세'를 지지하는 보수·부유층의 표를 모으는 효과가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느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유임 여부에서 판가름 날 예정이다. 만약 김 실장이 유임된다면 사회전반적인 사정 드라이브가 좀 더 가속화될 것이고, 김 실장이 교체된다면 경기 부양에 좀 더 힘을 주게 될 확률이 높다.

청와대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어떤 실정을 하던 박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40%의 '국민'이 등 뒤에 있다는 사실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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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