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부인’ 정희자 피소 내막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4: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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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고가 미술품 11점 ‘어디로?’

[일요시사=경제1팀] ‘몰락한 황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또 다시 소송에 휘말렸다. 소송을 제기한 곳은 한때 정씨가 소유했던 우양산업개발. 이곳은 지난해 6월에도 정씨 부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의 악연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더불어 이번 수사가 김 전 회장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7조원대 천문학적 추징금을 안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피소됐다. 우양산업개발 소유의 미술품을 무단으로 반출해 횡령과 배임을 저질렀다는 게 주 내용.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장기석)는 해당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정씨와 우양산업개발의 악연은 질기다. 지난 2008년 5월 검찰은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베스트리미티드 코리아(베스트리드)’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 전 회장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추징을 피하기 위해 이곳에 수백억원대 차명주식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추징금 환수 탄력?


당시 베스트리드의 회장은 부인 정씨였다. 경주힐튼호텔과 아트선재미술관을 소유하고 아도니스와 에이원 등 골프장 3곳의 지분 일부를 갖고 있던 베스트리드는 호텔 관광업과 부동산 임대업을 주로 하던 대우그룹 계열사 ‘(주)대우개발’의 후신이었다.

베스트리드의 지분 구조는 김 전 회장의 차명 주식 90.42%, 정씨의 보유 주식 9.58%로 사실상 부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지배주주였다. 검찰은 당시 이 중 김 전 회장의 차명 주식 90.42%를 압류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대행을 의뢰했다.


공매시장에 나온 베스트리드는 몇 차례 유찰 끝에 2012년 부산 소재 중견 수산업체인 ㈜우양수산에 인수됐다. 우양수산은 약 923억원에 베스트리드를 사들이고 이름을 우양산업개발로 바꿨다. 정씨는 인수 직전 베스트리드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우양산업개발이 최근 정씨를 고소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미술품과 관련해, 정씨 소유였던 아트선재미술관은 2년 전 우양수산에 넘어가면서 우양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우양 측은 인수 뒤 자산 점검 과정에서 미술품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우양 측은 독일 사진작가 볼프강 볼츠로부터 9600달러에 구입한 사진 4점이 정씨의 프랑스 별장으로 반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또 유영교 작가의 대리석 와상 조각과 ‘한국의 피카소’ 중광스님 작품 등 7점도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배임 의혹도 제기됐다. 정씨 부부가 국내에서 주로 머무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한 빌라. 넓이 240제곱미터가 넘는 이 빌라는 시가 수십억 원, 월 임대료만 1000만∼1300만원에 이르는 고급 빌라지만, 정씨는 시세의 5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빌라의 소유주가 김 전 회장 차남 선협씨가 대주주로 있고 우양 측이 지분을 갖고 있는 골프장, 주식회사 아도니스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지난 2002년부터 해당 빌라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50만원에 임차해 사용 중이다.


우양 횡령·배임 혐의로 옛주인 정씨 고소
회사 소유 호화빌라 사적으로 헐값에 거주


법조계 한 관계자는 “보증금 2억원이라면 월세는 1500만원 정도로 봐야한다”며 “아무리 대주주라지만 회사 자산을 이렇게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양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에도 정씨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고액의 보수·퇴직금 등 회사 자금 34억5500여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바 있다. 우양산업개발은 정씨가 지배주주이던 시절 자신의 지위를 악용, 회사를 개인 소유처럼 운영하며 고액의 임금과 퇴직금, 비용 등을 부당하게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우양산업개발 측은 “정씨가 지난 1999년 김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퇴진하고 그룹이 해체된 ‘대우사태’ 이후 대표이사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으면서 고액의 보수금을 받아갔다”며 “김 전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이 검찰에 발각된 후 공매로 매각되기 전까지인 2008∼2012년 압류기간 동안 받아간 임금만도 12억5700만여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씨는 경주힐튼호텔 등이 공매로 팔리기 직전인 2012년 7월 사임서를 내고 퇴직했는데 당시 받아간 퇴직금이 14억원에 이른다”며 “이 밖에도 법인카드를 이용해 1740만원의 퍼스트클래스 항공권을 구입하는 등 회사의 비용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우양산업개발은 정씨가 34억5500여만원을, 이 가운데 2억2500여만원은 부부가 함께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2억2500여만원은 김 전 회장이 임차한 서울힐튼호텔 객실의 청소도우미에게 2008년 이후 수년간 보수로 지급한 돈이다.

우양산업개발 측은 “적은 돈으로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이 방을 청소하는 직원을 고용하는 등에 2억2500만여원의 회삿돈을 썼다”고 밝혔다.

정씨의 잇단 소송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남편인 김 전 회장이 국고에 환수해야할 추징금이 무려 17조9200여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때 재계를 쥐락펴락했던 김 전 회장은 20조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8000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벌인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8년6월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00억원을 선고받았다가 2008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같은 해 추징금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100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다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통령과 인연?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가족들과 함께 여전히 호화생활을 한다는 점, 소송을 야기할 정도로 권력을 쥐고 있는 점 등은 현 추징금 제도의 문제점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라며 “이번 수사로 김 전 회장 측 미납 추징금 환수가 탄력을 받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러나 “부인이나 가족 명의로 된 재산은 추징금 명목으로 환수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김 전 회장의 아버지가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의 은사이고 김 전 회장의 형이 박 대통령의 은사라는 현 실세와 ‘특별 인연’이라는 점에서 아직 그의 영향력을 높게 보는 사람이 많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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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