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이재명 안갯속 앞날

총선 끝나면 더 졸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의 결과는 당 수뇌부의 정치생명과 맞물려 있다. 이기면 자리를 보전하고 지면 내려와야 한다. 이는 그간의 선거서 공식처럼 적용된 정치판의 법칙이다. 4·10 총선은 거대 양당의 당 대표가 유독 주목받은 선거다. 특히 사법 리스크를 안고 선거를 치른 야당 대표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는 제로섬 게임이다. 한쪽이 이기면 한쪽은 필연적으로 진다. 국회의원 선거는 300석의 자리를 두고 각 정당의 후보들이 경쟁하는 정치 이벤트다. 지역구서 254명, 비례대표로 46명을 뽑는다. 사전투표 이틀, 본투표 하루 등 사흘 동안의 투표로 당락이 결정되고 정당의 운명이 갈린다. 

한쪽은
죽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과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등 제3지대가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일어나는 공천 파동으로 인한 정치권의 이합집산 결과다. 이 과정서 눈길을 끄는 지점은 거대 양당의 당 대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패배 후 3개월 만인 2022년 6월1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민주당은 상임고문이었던 이 대표를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생긴 공석이다.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던 이 대표가 ‘방탄’을 목적으로 선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당선됐다. 이 대표는 4‧10 총선서도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후보로 나섰다. 국민의힘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이 대표의 맞상대로 공천하면서 인천 계양을은 관심 지역구로 떠올랐다. 

한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정부서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됐다가 국민의힘 당 대표로 직행했다. 국민의힘이 친윤(친 윤석열)‧반윤(반 윤석열) 논란으로 어수선하던 때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정치 경험이 없던 한 비대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험지나 비례대표 출마가 예상됐지만 선거에 나가지 않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선거 구도가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로 재편됐다. 일반적으로 총선은 시기상 대통령의 임기 중간 무렵에 열리는 만큼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진다. 선거 구도가 야당 대 대통령이 되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 4‧10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 비대위원장이 더욱 부각됐다. 각 당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과거에 비해 더 높다는 뜻이다. 

선거 기간 3일 재판 출석해
무단 불출석 강제구인 언급

그러다 보니 총선 이후 두 당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이 대표의 상황이 선거 후 정국 개편과 맞물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줄줄이 밀려 있는 재판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도중에도 재판에 참석해야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했다. 그는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에 제1야당의 대표로서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참으로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인데 그중 3일을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며 “이 중요한 순간에 제1야당 대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저의 심정을 우리 당원 여러분과 지지자,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선거 전날인 9일에도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 대표의 재판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표가 현재 연루돼있는 재판은 총 3건이다. 서울중앙지법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등 성남시장 재임 시절 배임 ▲20대 대선 당시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재판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은 총선 전 1심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던 판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선고 시기가 늦어졌고, 위증교사 사건도 올 초 이 대표가 피습당하면서 재판이 늦어졌다.

결국 이 대표는 총선 기간 중에도 재판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겨도
암울해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법원에 출석하며 “정말 귀한 13일의 선거 기간이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출정했다”면서 “이것 자체가 검찰 독재국가의 정치 검찰이 노린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재판부가 강제구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대표를 압박하자 재판에 참석하면서도 볼멘소리를 낸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총선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을 두고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받아 2022년 9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것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심리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 열린 재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법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불출석했다. (불출석이)지속된다면 피고인의 출석을 강제하기 위한 여러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선거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이재명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선거 때까지(재판에 나올 수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판장은 이 대표가 불출석할 경우 강제소환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구인장 발부 방침을 밝힌 것이다. 구인장은 법원이 심문을 목적으로 피고인 또는 증인을 강제소환하기 위해 발부하는 영장을 뜻한다. 

이 대표가 재판 일정으로 총선에 영향을 받으면서 그 이후 상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총선 이후에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 이후 정계 개편이 이뤄지는 과정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의 거취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판 3건
발목 잡아

특히 위증교사 사건이 변수다. 검찰은 2019년 2월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넘겨진 재판 1심서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이 KBS 피디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김 시장과 KBS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자는 협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을 위증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이 같은 위증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검사 사칭 사건은 2002년 이 대표가 분당파크뷰 특혜분양 사건 대책위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시기 KBS 최모 피디와 함께 검사를 사칭하며 당시 김병량 전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답변을 받아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대표는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이 대표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계가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서 “피디가 검사를 사칭했고 옆에서 인터뷰 중이어서 도와주다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이 대표는 기사회생했고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증교사 사건이 터지면서 이 대표는 또다시 벼랑으로 몰리게 됐다. 이 대표가 연루돼있는 대장동 사건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달리 위증교사 사건은 수사 기록이 적어 올 하반기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황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서 위증교사에 대한 판단이 한 차례 나온 것이 결정적이다.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
아내 김혜경 사건도 8월

당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소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혐의는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봤지만 해당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없앨 가능성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위증교사 사건의 1심 결과가 가져올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같이 수면 위로 올랐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 당시 대법관이었던 권순일 전 대법관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50억 클럽’ 멤버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 관련 재판이 오는 8월경 선고가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씨는 2021년 8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서 민주당 인사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수원지법 형사13부는 지난 1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향후 재판 일정을 모두 정했다.

증인신문 및 서증조사 기일 등을 모두 미리 지정한 재판부는 “오는 8월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이 대표가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인 2021년 8월2일 서울의 한 음식점서 민주당 의원의 아내 등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당시 자신의 수행비서인 배모 경기도 사무관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배씨가 김씨의 지시로 결제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씨 측은 “정치적 고려에 따른 기소며 배씨가 결제한지 몰랐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선거마다
족쇄 될 듯

민주당 경선 과정서 대장동 사건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가는 길목마다 족쇄가 되는 모양새다. 모든 당이 총선 승리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지만 이 대표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대목이다. 이번 총선서 이겨도 져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대표의 ‘사면초가’ 상태는 언제쯤 끝날까?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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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