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경찰’ 강신명의 최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3.19 10:35:45
  • 호수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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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 흔들고 모른 척 하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전직 경찰청 및 청와대 관계자들은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2019년 6월 기소됐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은 지역 정보 경찰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문건을 만들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청장의 상고심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총선과 무관한 정보활동에 관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별도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18조 제3항 분리 선고 규정에 따른 것이다.

2019년 기소

함께 기소된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20대 총선 관련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이 유지됐다. 이 외 김상운 전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 전 경찰청 정보심의관, 정창배 전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총선 관련 혐의에 대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른 혐의들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미 동일한 사실관계로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1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그대로 유지됐다.

또 이들은 직권을 남용해 2012~2016년 당시 청와대와 여당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 교육감과 국가인권위원회 일부 위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등을 좌파 세력으로 규정하고 사찰하도록 지시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도 받는다.


앞서 1심서 강 전 청장은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강 전 청장은 12만 경찰조직의 수장이자 국가경찰 사무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경찰공무원들의 직무집행이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지휘·감독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기한 채 위법한 정보활동을 최종적으로 승인·지시했다”며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나머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대해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분리해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다. 다만 2심은 “강 전 청장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범행에 임하진 않았다”며 “이미 상당 기간 구속 수감된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 선고는 다소 무겁다”고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친박’ 여론 살피고 청와대에 보고
1심 징역 1년2개월···2심 집유 감형

앞서 경찰청 정보국은 2015년 말 대구 지역 여론과 선거전략을 담은 문건을 만들어 대구 출마 예정인 여권 인사한테 전달했다. 2016년 4월 실시된 20대 총선 당시 이른바 ‘친박(친 박근혜)계’ 후보의 당선을 위해 경찰청 정보국 정보2과가 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당시 강 전 청장은 이를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전 청장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2년간 경찰청장을 지냈다.


검찰은 또 경찰이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유력 여권 인사의 출마가 예정된 호남의 한 지역 여론 등을 강 전 청장에게 보고한 단서도 확보한 바 있다. 이를 청와대에 지속적으로 배포할 것을 지시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2019년 검찰은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 시절 경찰이 불법 사찰 및 정치에 개입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수사했다. 앞서 2018년 11월과 12월에 이어 2019년 4월9일 경찰청 정보국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3차례 압수수색했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또, 검찰은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으로 일한 강 전 청장이 경찰 정보 라인의 선거개입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지시·보고 여부를 추궁했다. 2019년 5월15일 서울중앙지법서 12시간 넘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강 전 청장은 선거 분석 문건 작성을 지시했는지 등 관여 정도를 물었으나,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퇴임 후 강 전 청장의 행보는 실형 선고가 무겁다는 재판부의 판단과 대치된다. 2022년 4월 강 전 청장은 외국계 로펌 고문직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선거개입 혐의를 받는 강 전 청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고액의 고문료를 받으면서 수사기관을 상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강 전 청장은 다국적 로펌인 덴톤스 리(Dentons Lee)에서 수년째 고문으로 활동했다. 로펌 측은 “강 전 청장이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전 청장은 퇴임 후 고문으로 영입돼 수사 관련 자문을 주로 하다가 2022년부터 해당 로펌 고문인 이수원 전 특허청장과 블록체인, 가상자산 사건 일도 맡았다.

불법 선거운동 신고 ‘긴급’ 분류 지시
퇴임 후 로펌 고문···경찰 수사 자문역

정보통 출신 경찰 고위직이 고문으로 영입되면 월 수백만 원 이상의 고문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청장은 구속되기 전, 선거치안 확보를 주문하는 등 청렴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3월 중순, 주요 정당의 20대 총선 공천 작업 과정서 발생하는 흑색선전 등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신고를 ‘긴급’(코드1 이상)으로 분류해 신속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긴급신고인 코드1 상황에선 경찰이 최단시간을 목표로 현장 출동해야 한다.

강 전 청장은 “가용경력을 총동원해 선거사범 단속과 선거 치안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며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선거 신고 사건에선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중반전에 이르면서 선거사범 112신고가 하루 900여건 가까이 접수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돌이켜보면 본인의 죄를 감추기 위한 연출에 불과했다.

한편,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강 전 청장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것에 관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판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정보과 출신 경찰들은 시민들과 가장 밀접한 ‘바닥 정보’ 수집이 주요 업무인 만큼, 선거 기간 동안 정치권으로부터 결탁 요구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박 전 행정관은 “개입하지 말았어야 할 사건에 휘말린 강 전 청장에 대해 경찰들은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며 “권력에는 반드시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수사 당국이 특정 정당에 힘을 실어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 전 청장은 경찰 내부에서 ‘정보통’으로 불렸다. 1982년 경찰대학 2기로 입학한 그는 1986년 경위로 임용돼 2003년 총경으로 승진해 울산지방경찰청 정보과장, 경찰청 정보2과장, 서울지방경찰청 송파경찰서장, 대통령실 치안비서관실 등에서 근무했다.


직권남용

2010년에는 경무관으로 승진했고 행정안전부 치안정책관, 서울지방경찰청 경무부장을 지냈다. 2011년 11월에는 치안감으로 승진했고 경찰청 수사국장, 정보국장 등을 지낸 뒤 경북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2013년 2월에는 대통령비서실로 파견 가서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냈다.

2013년 12월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됐다가 이듬해 8월25일에는 이성한 청장에 이어 19대 경찰청장에 올랐다. 경찰대 출신으론 첫 경찰청장이다. 2010년에 경무관을 달고 2014년에 치안총감을 달아 고속 승진했다. 2016년 8월23일, 이철성 당시 경찰청 차장과 이임식을 하며 퇴임했으며, 2003년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두 번째로 임기를 채운 경찰청장이 됐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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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