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만드는’ 딥페이크 만들어 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3.12 11:10:37
  • 호수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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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정은 만나게 해줘?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얼굴을 한 다른 사람의 영상이 인터넷서 떠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바로 불법 ‘딥페이크’ 영상. 불법이니 막아야 하지만, 딥페이크 영상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딥페이크(Deepfake)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기존의 사진이나 영상을 원본이 되는 사진이나 영상에 겹쳐서 만든다. 딥페이크 기술의 시작은 애니메이션이다. 1990년대에 사람이 말할 때처럼 입술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이 나왔고, 곧이어 통계적 기법을 이용한 얼굴 인식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2014년에는 AI 기술이 현실과 구별이 되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작은
좋았지만…

이때부터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의 얼굴을 이용해서 만든 가짜 이미지나 동영상이 등장했고, 딥페이크라는 이름도 이때 붙여졌다. 딥페이크는 영화나 방송계 등에서 이미 사망하거나 나이가 든 배우를 스크린에 되살리거나 초상권 보호 등을 위해 사용됐지만,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악덕 포르노다. 무엇보다 문제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것이 너무 쉽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딥페이크 기반 성적 허위 영상물에 대한 시정 요구 건수는 2020년 473건, 2021년 1913건, 2022년 3574건, 지난해 1~11월에는 599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이미 2021년 한 해 대비 건수가 213.4% 늘어난 것이다.

방심위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모니터링서 관련 피해를 접수해 게시물 접속 차단, 작성자 계정 해지, 게시물 삭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직접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봤다. 직접 해보니 컴퓨터나 영상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컴퓨터만 쓸 줄 알면 가능했다.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방법은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 사이트의 두 가지로 나뉜다. 딥페이크 영상 제작 앱은 13개가 있었는데, 대부분 무료 사용이 가능했다. 다만, 무료는 영상에 워터마크(동영상 편집기를 사용했다는 표시)가 있었고 유료 사용 시 워터마크 표시가 없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앱으로 만든 딥페이크 영상은 실제처럼 느껴지진 않았다는 점이었다.

중세시대 복장에 얼굴을 합성하거나, 애니메이션 영상에 얼굴을 합성하는 정도였다.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명화 모나지라의 얼굴에 다른 얼굴을 합성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어떤 헤어스타일이 어울리는지 확인하거나, 유명 연예인의 외모를 흉내내는 수준이었다. 누가 봐도 재미로 만든 딥페이크 영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점점 늘어나는 이미지 합성 영상
처벌·규정 전무…피해자만 늘어나

장난삼아 만든 게 티가 나더라도 문제가 있다. 한 딥페이크 앱 개발자는 자신의 앱을 홍보하기 위해 “오픈 소스 AI를 활용하면 무료로 옷을 벗기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중 한 가지 앱은 영상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정교하게 합성할 수 있었지만, 원본의 이미지가 흐려져서 합성이라는 게 티가 났다. 영상을 잘 모르는 사람이거나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볼 경우 깜빡 속을 수 있을만 했다.


반면 사이트서 만드는 딥페이크 영상은 영상과 사진을 합성했을 때 사실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정도로 정교했고, 무엇보다도 영상을 만드는 것이 너무 쉬웠다.

딥페이크를 만드는 사이트는 검색만 해도 바로 나왔다. 해당 사이트는 영어로 돼있는데, 쉽게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광고했다. 영상을 만들고 싶으면 사이트서 제시한 파일을 다운받아야 했다.

파일을 컴퓨터에 설치하면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었는데 이메일이나 비밀번호 등 간단한 정보만 요구됐다. 이후 로그인 시 바로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필요한 것은 변경하고 싶은 얼굴 영상인데, 이마저도 원본 영상이 아닌 유튜브 링크만 있으면 가능했다.

영상을 선택하면 하단에 바꾸려는 얼굴이 생성된다. 이후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영상이 완성된다. 해당 사이트는 유일하게 무료 사용 가능한 딥페이크 제작 사이트인데, 유료 이용 시 워터마크가 생략된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영상은 ‘원본 영상’을 모르면 딥페이크 영상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결국 딥페이크 영상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에 범죄에 악용된다. 딥페이크 영상이 가장 많이 악용되는 곳은 음란물 영상이다. 기존에는 유명인들만 딥페이크 범죄의 대상이 됐다면, 이제는 일반인이 자신의 모습이 들어간 음란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2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직장 상사 B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있는 사진으로 음란물을 제작한 사실을 알게 됐다. 가해자인 상사 B씨가 직장 동료의 사진을 음란 영상에 합성해 PC에 보관해 두고 있다가 여자친구에게 발각된 것이다.

B씨는 A씨 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 동료들의 사진으로도 음란물을 제작했다. B씨와 C씨가 다투는 과정서 영상이 온라인 메신저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송되기까지 했다. 이를 알게 된 A씨는 B씨를 고소했지만,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유포 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불송치 결정의 이유였다. 2020년 6월 ‘딥페이크 처벌법(개정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이 도입됐지만 B씨의 사례처럼 타인의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어 보관하는 행위 자체는 현실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반포 등의 목적으로 사람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을 제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영리 목적으로 제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된다.

한 법조인은 “해당 처벌 조항은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가 범죄 성립을 위한 구성 요건이다. 따라서 개인 소지 목적의 허위 영상물 제작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반포 목적이 있었는지는 수사관이 입증해야 하는데 해당 사실관계에서는 그런 입증이 될 수 없는 구조로 특이한 우연적 상황에 의한 피해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처음부터 고소하려고 증거를 모은 게 아니다 보니 증거가 별로 없어, 다시 법적인 처벌을 요청하기 어렵다. 가해자는 지금도 주변 지인들 연락을 받고 아무렇지 않게 잘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뉴스 제작
댓글 조작

딥페이크가 가장 크게 악용되는 시기가 있는데, 바로 선거철이다. 4·10 총선을 한 달 여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 사실 비방 AI 딥페이크 특별대응 모니터링반’을 신설하고 딥페이크 게시물에 대응하고 있지만, 딥페이크 기술을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3가지 프로그램으로 딥페이크 게시물을 교차 검증하며 판별하고 있지만, 정확히 감별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프로그램은 참고만 할 뿐 결국에는 사람의 눈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알려진 가짜 이미지, 영상 방식 외에도 생성 AI로 댓글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될 여지도 있다.

이 관계자는 “선거법상에서는 딥페이크 영상, 이미지만을 규제하고 있어 AI 댓글을 저지할 방법이 없다. 심각한 사안의 경우 ‘업무방해’로 판단할 수 있어 정상적 여론 형상에 영향을 주는 AI 댓글이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딥페이크가 선거에 악용되는 것은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대선에선 후보자들이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자신을 띄우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는 경쟁자인 세르히오 마사 후보가 중국 공산당 지도자처럼 보이도록 AI로 생성한 포스터를 SNS에 올렸다.


반면 자신은 사랑스러운 사자처럼 묘사한 AI 생성 이미지를 올렸다.

두 후보 측이 만든 AI 콘텐츠에는 ‘AI가 제작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사람들을 속이려 하기보다는 특정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활용한 것이다.

영상 만드는 시간은?
‘5분’이면 감쪽같이

지난해 미국 공화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 경제위기가 오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는 내용의 가상 미래를 보여주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었다.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이다.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 시장 선거에선 AI가 만든 노숙자 이미지를 활용해 자신이 당선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해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정반대의 상황이 한국에 있었다. 경찰이 틱톡과 페이스북 등에 올라온 46초 분량의 윤석열 대통령 영상이 딥페이크가 아닌 원본 영상 짜깁기라는 내부 결론을 내리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선거법 위반’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만 과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향신문>은 지난 5일 “경찰이 지난달 논란이 된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을 자체 개발한 딥페이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영상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존재하지 않은 장면을 새롭게 생성한 딥페이크라기보다는 원본 영상을 짜깁기한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서울경찰청의 의뢰로 자체 개발한 딥페이크 탐지프로그램을 사용해 해당 영상의 딥페이크 여부를 검토했다.

해당 신문은 “탐지 결과는 ‘진짜(Real)’로 나왔다. 이는 곧 영상 자체가 진짜고 AI를 이용한 딥페이크가 아니라, 실제 영상을 단순히 짜깁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딥페이크로 만든 가짜 영상으로 판단되면 ‘가짜(Fake)’라는 결과가 나오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청은 이런 결과를 담은 회신을 받은 뒤에도 해당 영상이 ‘딥페이크가 아니다’라고 밝히지 않았다”며 “‘대통령을 겨냥한 최초의 딥페이크 영상이 퍼지고 있다’는 논점이 커지던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아닌데
맞다고

신문은 “되레 지난달 26일 열린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의 정례 회견서 배석한 경찰 관계자는 관련 수사 근거를 설명하면서 공직선거법 82조의 8 ‘딥페이크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거론했다”며 ”이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82조 8에 선거운동을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딥페이크 영상 등이라고 표현돼있다’며 선거법 위반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를 두고 경찰이 윤 대통령 풍자 영상이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과장하려다 보니 해당 영상이 딥페이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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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불륜? 뒷거래?’ 장시호에 놀아난 민주당 자충수

‘검사와 불륜? 뒷거래?’ 장시호에 놀아난 민주당 자충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의 후폭풍이 또다시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당시 사건의 핵심으로 꼽혔던 인물이 던진 말 한마디에 공당이 반응했다.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발언 언저리서 공당이 원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2016~2017년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혼란을 겪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지 않은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했고 대통령은 속절없이 휘둘렸다. 국정 농단의 증거가 나올 때마다 국민은 경악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 매일 일어나던 시기였다. 다시 후폭풍 정치권 강타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낙마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팀장으로 박영수 특검팀에 참여한 이후 화려하게 부활해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수많은 사람이 재판에 넘겨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등은 무거운 형량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임기 끝자락에 특별사면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됐고 최씨는 아직 복역 중이다. 국정 농단 사건은 지난 2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법적으로는 일단락됐다. 당시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항소심서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징역형은 확정됐다.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의 이름과 지원 배제 사유를 정리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2월부터 진행된 재판은 무려 7년이 걸린 끝에 매듭지어졌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씨 등 관련자에 대한 법적 판단은 끝났지만 국정 농단 사건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국정 농단 사건의 후폭풍이 망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은 장시호씨다. 장씨는 최씨의 조카로 국정 농단 사건서 여러 차례 전면에 등장해 이른바 ‘키맨’ 역할을 한 바 있다. 부적절 관계? 녹취록으로 문제 제기 검사, 법적 대응·사과 문자로 반박 최씨의 각종 비리와 삼성그룹의 연루 의혹 등을 청문회와 재판서 증언했다. 최근 일부 매체는 국정 농단 사건의 피의자였던 장씨가 사건을 맡은 검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적으로 만났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또 해당 검사가 검찰의 구형량을 알려주고 진술을 외우라고 했다는 취지의 녹취도 공개했다. 해당 매체는 장씨가 지인 A씨와 2020년 통화한 녹취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검사는 김영철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부장검사)이다. 김 과장은 지난 8일, 개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 과장은 “백주 대낮에 입에 담기도 어려운 허위 사실을 선정적으로 이용해 악의적인 음해가 이뤄지고 있다”며 “저의 21년 검사 인생을 모두 걸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를 외부서 만난 사실이 전혀 없고 사건과 무관한 이유로 연락한 적도 전혀 없다”며 “(일부 매체의)보도 내용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실무근의 허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또 당사자의 반론권도 보장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부 매체를 상대로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타나 실제 김 과장은 지난 10일 서초경찰서에 장씨와의 뒷거래 의혹을 보도한 유튜브 채널 ‘뉴탐사’의 강진구 기자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또 이들을 상대로 총 3억원의 손배해상 소송도 제기했다. 또 녹취록을 제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인 A씨가 어떤 경위로 자료를 제공했는지, 공모 관계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해 추가 고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최초 보도 매체를 상대로 강력 대응을 진행하면서 장씨에게 받은 장문의 사과 문자도 공개했다. 지난 13일 김 과장은 “장시호가 본건 취재가 시작될 무렵인 지난해 11월7일 및 11월26일 ‘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김영철 과장과 관련된 거짓말을 했으니 진심으로 용서해 달라’는 취지로 보낸 문자메시지”라며 전문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7일 문자를 통해 장씨는 “제 뒤에서 날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제가 너무 큰 거짓과 너무 나쁜 말을 지어내 인정받고 싶어서, 검사님이 매일 저와 통화하고 만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고개 숙여 죄송합니다. (중략)부장님께 너무나 큰 잘못을 했습니다. 들으시면 뒤로 넘어가실 만큼 어이없고 황당하신 이야기들이 있습니다”라고도 했다. 정치권 가세 전선 넓어져 같은 달 26일 보낸 문자에서는 “제가 이모에게 배운 게 누구 알고 누구 알고 그러니 내가 잘났다하는 나쁜 것만 배워서 어쩌다가 부장님을 제가 말도 안되는 일에 (중략)마치 연인인 것처럼 제가 지어낸 이야기 (중략)진심으로 반성하고 오해를 풀어드리고 싶으나 연락조차 전화조차 겁나서 이렇게 사실적인 모든 상황을 거짓 하나 없이 고해드립니다”라고 했다. 장씨가 김 과장에게 문자를 보낸 시간은 뒷거래 의혹과 관련해 언론의 취재가 시작될 무렵으로 알려졌다. 언론사의 의혹 제기와 당사자의 부인, 녹취록과 문자메시지 등 근거 제시로 해당 사건은 진실 공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과장을 직권남용과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수사 2부에 배당하고 검토에 나섰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해당 의혹에 말을 얹으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8일 뒷거래 의혹을 정면으로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과장이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받았다는 받았다는 장씨의 사과 문자가 공개되기 전이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이른바 ‘장시호 녹취록’을 재생했다. 영상을 재생한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 매체가 확보한)녹취록에 따르면 (검사가)장씨에게 증언을 대비해 ‘적어준 내용을 외우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 이외에도 ‘김스타’라고 불리는 검사와의 불륜 관계 등 추잡한 일들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 “검사인지 깡패인지” 사법리스크 방탄 노림수?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해당 의혹에 강한 비판 의견을 냈다. 이 대표는 “검사들의 행패가 아주 만연해 있다”며 “검사인지 깡패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가 검사의 나라도 아닌데 검사 얘기가 참 많이 나온다”며 “대한민국 검찰이 맞나. 얼마나 간이 부었으면 대낮에 뻔뻔스럽게 이런 짓들을 저지를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검사가 장씨에게 증언하라고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형사처벌을 해야 할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검찰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검사는 죄를 지어도 다 괜찮다는 생각, 없는 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해괴한 자만심이 (검찰에)가득한 것 아닌가”라며 “이런 일들이 보도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검찰 국가가 무서워서 다 침묵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의 반응에 검찰을 ‘악마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장시호씨가 지난해 11월 해당 검사에게 사과 문자를 보낸 것이 언론에 공개됐는데 이제는 또 뭘로 은근슬쩍 갈아타고 검찰을 악마화할까”라며 “민주당은 검찰 흔들기 정치공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필사적으로 ‘이재명 방탄’에 올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서 뒷거래 의혹에 대해 공세를 펼치는 것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행보라는 주장이다. 오 전 의원은 “결국 이재명 대표(에 대한) 판결이 나면 ‘현타’ 올 것”이라고도 했다. 현타는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을 뜻하는 말이다. 결과 따라 한쪽 죽는다? 수사기관과 정치권이 해당 의혹에 가세하면서 장씨를 둘러싼 논란은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녹취록과 문자메시지 등 언론 매체와 김 과장이 제시한 근거에 대한 사실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 농단 사태가 정치권을 비롯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이 큰 만큼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맞붙은 검찰 VS 민주당 사사건건 ‘으르렁’ 지난 14일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뇌물공여 및 대북송금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전 회장의 구형량에 대해 ‘편파 구형’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 전 회장에게 내려진 구형량이 이 전 부지사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며 뒷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검찰은 억대의 뇌물을 수수하고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대책위는 “대한민국 주적인 북한에 천문학적인 금전을 제공한 김성태 회장에게는 솜방망이 구형을 하고 검찰의 진술 조작 범죄 의혹을 폭로한 이 전 부지사에게는 그보다 4배 많은 형량을 구형했다”며 “검찰권을 남용한 검사들의 위법행위를 반드시 단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주장에 수원지검도 입장문을 내고 맞섰다. 수원지검은 지난 15일 취재진에 “김성태의 경우 6월7일 선고 예정인 이화영 사건과 쟁점이 같은 혐의에 대해서는 분리해 선고할 필요가 있어 전날 뇌물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만 먼저 따로 떼어 분리 구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추후 심리가 종결되면 추가 구형을 할 예정”이라며 “마치 검찰이 김성태에 대해 가벼운 구형을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