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로 끝난 국민의힘 공천 막전막후

대기업 경력직 뽑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경력직만 뽑으면 우리는 어디서 경험을 쌓나요?” 회사 면접 시 신입들이 흔히들 하는 말이다. 이제는 국회마저 경력직을 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국민의힘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선함, 새로움을 공언해오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할 사람이 필요했던 느낌마저 든다.

양당의 공천 작업이 얼추 마무리됐다. 잡음이 컸던 쪽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다. 친명(친 이재명) 공천 논란을 시작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취임한 이래 계파 갈등이 바람 잘 날이 없다. 반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시스템 공천’에 지금까지는 큰 논란이 없었다. 

텃밭에
단수공천

그러나 쌍특검법의 재표결이 부결되면서 분란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3일에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전 당직자의 분신 시도가 있었다. 국민의힘 서울 노원구을 장일 전 당협위원장이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 등과 면담을 요구하며 인화성 물질을 몸에 뿌렸던 것. 당시 몸에 불을 붙였다가 경찰에 제압됐던 그는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진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공천 마무리를 앞두고 잡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대구의 경우 달서갑 현역인 홍석준 의원은 최근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했다. 대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유영하 변호사가 단수공천을 받았다. 

유 변호사가 공천장을 받아들자 홍 의원은 공정한 공천이 깨졌다며 강력 반발했다. 현재 국민의힘 공천은 대부분의 경력직은 생존에 성공했다. 특히 윤석열정부의 내각 출신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다만 비서관, 행정관 출신, 검사 출신은 절반 정도의 생존율을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정치 신인이라는 가산점을 부여받았으나 현역이라는 더 큰 산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번 4·10 총선서 국민의힘은 승리를 위해서 제대로 이를 갈고 있다. 신인보다는 경력직을 발탁하면서 안정적으로 총선을 치르려는 판을 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정부 출신 장관들의 생존이 눈에 띈다. 이들은 대부분 현역 중진급 의원이다. 우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을 필두로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의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그가 그토록 외쳐 오던 ‘명룡대전’(이재명·원희룡 대전)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 옆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아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이름값을 높였다.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까지 힘을 실어주며 이 대표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편하고 쉬운 길 골랐다”
혁신위 무용론 다시 증명

윤정부 출신 장관 중 9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대부분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경선서 가장 먼저 본선에 오른 인물은 부산 중·영도구에 출마한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조 전 장관이 경선 대상에 오르자, 이재균 예비후보는 크게 반발했던 바 있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에 이의 신청을 진행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예비후보에 따르면, 그는 유권자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관위는 그를 컷오프했고, 조 전 장관과 박 예비후보의 2인 경선을 결정했다. 


이 밖에 권영세(통일부)·방문규(산업통상자원부)·추경호(기획재정부) 전 장관 등 예비후보들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외교부 장관 출신인 박진 의원은 기존 서울 강남을서 서대문구을 지역으로 재배치됐다. 이에 서대문을 지역도 기존에 공천 신청을 했던 송주범 예비후보가 강하게 반발했다.

송 예비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측근을 공천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오 시장의 임기 초반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부시장 직을 그만둔 뒤 당협위원장에 공모했으나 별다른 결격 사유가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보류됐다.

또 경선 포기를 선언했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서울시 강서을로 재배치됐다. 앞서 강서을은 전 당협위원장이었던 김진선 전 당협위원장이 컷오프됐던 바 있다. 

이처럼 장관 대부분은 큰 탈 없이 공천장을 받아들었다. 이들에겐 별다른 희생을 요구받지도 않았고, 대부분은 원하는 지역구로 출마하게 된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스타 장관의 탄생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지명도가 높은 인물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성할 사람
우대 기준은?

당내에서는 컷오프된 후보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국민의힘서도 사천 논란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바로 정 공관위원장의 제자인 채원기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채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지역은 대전시 중구로 지역구 후보자 추천 재공고신청이 난 곳이다.

이런 탓에 출마해 총선을 준비하던 이은권 전 대전시당 위원장과 강영환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 공보협력비서관은 날벼락을 맞았다. 재공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채 예비후보가 공모서를 냈고, 경선이 결정됐다. 채 예비후보는 정 공관위원장의 고려대 후배이자, 대학원 제자다. 또 정 공관위원장이 과거에 차렸던 법무법인 TLBS에 2014년 입사해 대표 변호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학연·지연을 통한 밀실 공천이라며 반발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또 채 예비후보가 대전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기는 했지만, 대학 이후에는 별다른 연고가 없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몇몇 현역 의원들이 컷오프에 반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력직 공천에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이름값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셈이다. 

공천이 거의 막바지인 가운데, 정치 신인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특히 앞서 희생을 강요하다시피 하며 물갈이가 불가피하다고 언급된 영남 지역은 초선과 재선 현역 의원들이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영남 중진 대거 생존
윤심 가동? 사천 논란

대신 재선 의원 이상급인 인사들이 살아 남았는데, 이는 최대한 잡음을 줄여 조직을 결속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된다는 지역이라면 적어도 새 인물을 수혈하려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물론 개혁신당이라는 변수가 있어 조금이라도 더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선 기존 인물을 공천하는 게 유리한 것은 맞다. 일단 살고 보자는 식의 공천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재배치 작업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보수의 텃밭 중 텃밭이라고 불리는 지역인 해운대갑에는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진우 전 대통령 법률비서관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앞서 국민의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지도부와 각을 세워가면서까지 텃밭 중진 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했다. 당시 당내에선 이런 인식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됐다. 3선 중진인 하태경 의원이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아들였고, 기존 부산서 서울 중·성동을 출마로 변경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영남은 우려했던 대로 현역 의원들이 강세를 보였다. 여기엔 대통령실 출신도 예외는 없었다. 텃밭서 활동해 오던 기존 인물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다. 당내 탈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서다. 현역 중진 의원들은 텃밭에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생환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보수의 분열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실리를 챙길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힘에선 보수의 분열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민주당이 여러 갈래로 쪼개지고 있는 틈에, 보수당인 국민의힘은 조직을 지키면서 이탈표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여기에 전직 의원들도 다수 전진 배치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나경원 전 원내대표다. 동작을 출마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쳐왔던 나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 출마를 고민했으나 끝내 마음을 접었고, 원하는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아 다시 국회의원직에 도전하게 됐다. 

다 보이는
비윤 학살

또 단수공천을 받았던 김현아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고, 3선 중진의 김용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경쟁력을 가진 후보’라며 전략공천해 버렸다. 심지어 김용태 전 의원은 공천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민주당을 탈당했던 김영주 의원도 영입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서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했던 인사로 컷오프를 당하자 지난 4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다만 컷오프, 당선만을 위해 당적을 옮긴 것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게다가 비윤(비 윤석열)계로 불리는 후보들의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최근 경쟁력 평가서 과반에 가까운 1위를 기록했으나 컷오프된 ‘유승민계’ 유경준 의원이 주인공이다. 유 의원의 컷오프를 두고 일각에선 친윤(친 윤석열)이 아니라는 계파 때문에 컷오프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밖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스스로 사퇴했던 윤희숙 전 의원이 다시 공천을 받았고, 김경진·오신환 전 의원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대통령 홍보수석 출신의 김은혜 전 의원과 심재철 전 원내대표도 각각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전직, 중진, 탈당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경력직 우대 공천’이라는 비아냥 섞인 말도 나왔다. 물론 이들은 이번 총선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번 22대 총선서 운동권 인사들을 청산하자고 목소리 높였다. 이른바 고인물 대신 새로운 인물, 신선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인식서 비롯된 말로 해석된다. 하지만, 돌려쓰는 인물로는 분명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으나, 정작 기존 인물들을 대부분 그대로 앉혔다.

그럼에도 의문이 생기는 지점은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는 부분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조직만으로 총선을 치르지 못한다. 한 비대위원장이 전국을 순회하는 이유도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최근 민주당서 제기하는 문제는 당 기여도 부문이다. 채점표상 국민의힘 공천 심사 배점은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의 경우 ▲여론조사 40점 ▲도덕성 15점 ▲당 기여도 15점 ▲당무감사 20점 ▲면접 10점으로 구성돼있다. 당 기여도 평가 부문은 한 비대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가 각각 점수를 준다. 

전체 배점 중 15%의 비율을 차지한다. 신인 가점이 있더라도 당 기여도에 따라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많은 인재들을 영입했지만, 이들이 현역과 맞붙어도 전멸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고양정에 단수공천을 받게 된 김 전 의원과 이 밖에 전직 의원들이 당에 어떤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나마 지역구 공천을 받게 된 신인, 청년은 대부분 험지에 몰려 있다. 민주당 역시 이 같은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국민의힘은 더욱 심각하다. 

쉽고 
편하게

단순히 국민의힘이 현재 민주당에 비해 지지율을 앞서고 있다는 조사가 다수라는 이유로 안일하게 경력직을 안착시켰다면 더 문제다. 애초에 신인에게는 게임조차 되지 않은 대결이었던 셈이다. 여전히 정권 심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쉬운 공천, 편한 공천을 하기 위함이다. 현재 판세상 국민의힘이 앞서 있지만,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높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선거 기간 동안 어떤 캠페인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산 넘어 산 공천…다음은 비례대표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서면서 이제는 시선이 비례대표 공천으로 쏠린다.

국민의힘 소속 인물들도 하나둘 비례대표에 나서겠다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지난 9일까지 비례대표 접수 신청을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 기간인 오는 22일 전까지 후보를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민의힘에 영입된 인재 중 지역구 출마를 하지 못하는 인물이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부분 청년에 해당한다.

영입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띄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손을 썼다.

국민의힘 당직자인 국민의힘 정책국장이 당 대표를 맡았다.

사무총장 역시 국민의힘 당직자가 맡게 됐다. 국민의힘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