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야심작 ‘기후동행카드’ 체험기

서울 밖에선 쓰레기 취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서울시가 계속 광고하고 있는 ‘기후동행카드’가 시범운영을 시행한 지 한 달이 돼간다. 서울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6만원이면 무제한으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출퇴근 이외에도 이동이 잦은 기자에게 딱 맞는 카드로 느껴졌다. <일요시사>는 한 달여간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해 봤다.

출근을 위해 버스 노선번호뿐만이 아니라 버스 번호판과 ‘기후동행카드 시행 버스’라는 프린트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면서다. 달마다 12만원 상당을 교통비로 사용하는 기자에겐 6만원대로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카드는 큰 메리트가 있어 보였다.

무제한

서울시는 한 달에 6만2000원(따릉이 포함 6만5000원)을 지불하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탈 수 있는 통합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의 시범운영을 지난달 27일부터 시행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오세훈 시장이 내놓은 교통 분야 핵심 정책으로 자가용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사용을 늘려 탄소배출을 감축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지하철과 서울 면허 시내·마을버스, 공공 자전거 따릉이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정기권이다. 다만 서울을 벗어난 지하철역, 광역버스, 요금체계가 다른 신분당선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호선별로 살펴보면 ▲1호선 온수/금천구청~도봉산 ▲3호선 지축~오금 ▲4호선 남태령~당고개 ▲5호선 방화~강일/마천 ▲7호선 온수~장암 ▲경의중앙선 수색~양원/서울역 ▲공항철도 김포공항~서울역 ▲경춘선 청량리/광운대~신내 ▲수인분당선 청량리~복정 ▲2호선·6호선·8호선 전 구간이다.


서울 외 구간 역사는 원칙적으로 이용이 제한되지만 ▲김포골드라인 전 구간 ▲4호선 별내별가람~진접역 구간 ▲5호선 미사~하남검단산역 ▲7호선 석남~까치울역 ▲진접선 전 구간에서는 ‘하차’가 가능하다. 이외의 지역에서는 하차 역에서 역무원을 호출해 별도 요금(승차역~하차역 이용요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수인분당선의 경우 서울서 탑승해 모란역(성남시 수정구)서 하차하는 경우에는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버스는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 모두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하다. 지하철도 서울 내의 역사에서만, 버스도 서울시 면허 버스만 가능한 셈이다. 

서울시는 시범운행 전부터 대대적으로 기후동행카드를 홍보해 왔다. 하지만 정작 실물카드를 사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기후동행카드는 모바일카드와 실물카드로 이용이 가능하다. 모바일카드는 티머니앱을 통해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실물카드는 서울 지하철 역사 내 고객안전실과 인근 편의점서 구매가 가능하다고 안내됐다. 

기자는 판매 개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구산역 역사 내 고객안전실에 기후동행카드가 있는지 물었지만 “지금은 실물카드가 없다”며 “처음부터 구산역에는 많은 물량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달 시범운행
37만명 이상 구매

역사에서 나와 주변에 있는 모든 편의점에도 가봤지만 “지금은 품절이고, 신청을 해놨지만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일주일간 승‧하차했던 모든 역의 고객안전실에 문의한 끝에 실물카드를 얻을 수 있었다. 


기후동행카드는 지난 14일까지 약 37만장이 판매됐다. 유형별로는 모바일 15만장, 실물 21만8000장이다.

기자는 실물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선 현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미리 현금을 가지고 다녔지만 현금이 없어 불편함을 겪은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기자처럼 실물카드를 구매했다는 한 시민은 “이용요금을 선입금해야 하는 걸 전혀 몰랐다”며 “요즘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니는지 의문”이라는 불만을 털어놓고 주변 ATM 기기로 향했다.

오 시장도 지난달 29일, 기후동행카드 현장점검을 진행하며 “(기후동행카드 충전 시)꼭 현금을 써야 되는 불편 해결을 요청하시는 시민들이 많아, 서두르면 아마 4월 정도에는 신용카드를 활용한 충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아가 신용카드 후불제 시스템도 도입해서 점점 더 편리하게 쓰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현금 충전 이용의 불편함보다 출시 전부터 우려된 ‘서울 한정 범위’의 이용은 더 큰 불편함을 야기했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 권역을 벗어나 하차하게 되는 경우, 기후동행카드로는 안 되고 승차역부터 하차역까지의 교통비를 따로 지불해야 했다. 

게다가 교통비를 따로 지불하면서 기후동행카드의 페널티까지 얻었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기준 하차 태그를 2번 이상 하지 않으면 24시간 동안 이용이 정지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이용하고 있는 노선서 기후동행 적용 마지막 역사에서 하차한 후 다시 개찰구서 다른 교통카드를 통해 승차해야 한다.

시내 한정 범위 불편
시범운행 이후 개선?

서울로 돌아올 때는 승차 자체가 불가능해 결국에는 다른 교통카드를 사용해야 했다. 그나마 지하철은 명확하게 기후동행카드가 적용되는 구간이 설정돼있지만 버스의 경우 명확하게 사용이 불가능한 G버스(경기버스)나 광역버스를 제외하고는 구분이 힘들었다.

기후동행카드의 시행 이후 대부분 버스의 앞 유리에는 ‘기후동행카드 운행 노선’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지만 일부는 붙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록색이나 파란색 버스는 서울 버스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타지역 버스인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애로상황에 기자는 새로운 구분법을 찾아냈다. 바로 우측 상단의 버스 번호판에 쓰여 있는 지역명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정류장서 일일이 버스 번호판을 보느라 뒤늦게 탑승하는 경우도 많았고, 우측 상단 노선번호가 아닌 버스 한가운데 쓰여있는 번호판을 보려다 너무 앞으로 나와 경적 소리를 듣기도 했다.

실물카드 이용자는 이용 노선만 걱정하면 되지만 모바일 카드는 이용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한 모바일카드 이용자는 “매번 출퇴근 길에 긴장을 하고 있다.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고 바쁜 시간에 내 뒤에 사람이 있으면 기도를 하고 승하차한다”며 “기계에선 ‘인식이 안 됐다’는 말이 나오지만 티머니앱 이용내역에는 승인으로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불편해∼

서울시민으로 이용한 기후동행카드는 딱 ‘쓸만하다’ 정도의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방면으로 이동이 잦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서울시에서 인근 지자체들과 업무협약을 논의 중이고 불편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니 정상 운영되는 기후동행카드를 기대하게 된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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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