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암표와의 전쟁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공연기획사나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직접 암표에 대응하는 상황서 이들에 대한 법적 제재와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롭게 개정된 공연법도 ‘매크로’만을 규제하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다양한 암표 거래에 대응하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대한민국 곳곳이 암표로 신음하고 있다. 가요계와 공연계뿐만 아니라 KTX 등 운송수단과 관광상품, 심지어는 숙박업소나 음식점 예약까지도 암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부터 공연법은 제정되지만 근본적인 암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텔과 식당도…

최근 인기가수들의 공연이나 유명 스포츠 경기 같은 경우 ‘피 튀기는 티켓팅’, 이른바 ‘피켓팅’으로 불린다. 치열한 피켓팅 뒤에는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티켓을 구매한 뒤 되파는 암표가 기승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중음악 공연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에서 2년 만에 4224건으로 훌쩍 뛰었다.

이에 공연 주최사는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구매자를 자체 모니터링하거나 현장서 엄격하게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등 암표 거래를 막으려는 조처를 하고 있지만 암표 거래 행위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일부 엔터테인먼트사도 ‘암행어사’ ‘법적 대응’ 등 다양한 대처에 나섰지만, 암표 매매를 밝혀내기 위해선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불법 거래를 모두 근절하는 것 역시 제도적 한계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가수 장범준 측은 소극장 공연의 암표 문제가 심각해지자 공연을 추첨제로 바꿨지만, 추첨 티켓마저도 50만원을 추가해 60만원에 판매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다.

암표는 공연이나 대회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크리스마스나 새해 등 사람들이 몰리는 날에는 호텔 숙박권, 식당 이용권 등도 온라인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각종 양도 게시글이 올라왔다. 지역 기반인 당근마켓의 한 이용자는 ‘25일 크리스마스 파라다이스 코너 스위트룸 씨메르+원더박스+사우나’라는 제목의 판매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25~26일 크리스마스에 코너 스위트룸을 양도한다”며 88만원을 제시했다. 해당 객실 이용료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0만원대부터 시작해 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 임영웅? 피 튀기는 ‘피켓팅’
인기 있는 콘서트·스포츠 광속 매진

네이버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는 크리스마스이브 청담동 고급 스시 오마카세 레스토랑서 식사할 수 있는 저녁 룸 자리를 양도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식당 저녁 가격이 인당 22만원인데 해당 예약권을 받기 위해서는 양도비 명목의 10만원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새해 해맞이를 위한 야간산행이 허가된 지난달 1일에는 한라산 탐방 예약권도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라오기도 했다.

통상 암표상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티켓을 구입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직접 이를 판매하게 하거나 아이디를 옮겨주는 등의 수법을 활용해 돈을 번다. 이렇게 모은 티켓 가격은 장당 20만원~15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러나 암표 거래에 관한 법적 규제는 그저 경범죄 처벌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웃돈을 받고 티켓을 되팔아도 통상의 처벌 수위는 벌금 20만원이 고작이다.

지난 12일에는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콘서트, 프로야구 입장권 등을 예매해 티켓 예매 사이트 업체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명에게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대구지법 제5형사단독(부장판사 정진우)은 “정보 저장매체들을 이미징해 전체 파일을 보관하며 범죄 혐의와 관련 있는 전자정보에 대해 포괄적인 압축파일만을 기재한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기재해 교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무죄의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암표를 판매한 사람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온라인서 판매되는 경기·공연 티켓, 식사권, 호텔 숙박권은 모두 경범죄 처벌법 대상에 포함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해당 법안이 50년 전에 만들어진 탓이다.

여전히 “처벌 수위 낮다” 지적
새 공연법도 ‘매크로’만 규정

물론 새로 개정되는 공연법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공연법에는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판매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는 암표상이나 중고 거래나 리셀 사이트를 이용한 되팔이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암표 거래 규제와 관련한 행정안전위원회 토론은 현재까지 단 한 차례 이뤄졌다.


지난해 9월 19일 행정안전소위 제1차 회의서 행안위 전문위원은 “20만원 이하 벌금 등 처벌보단 다른 법률을 통해 엄격하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현장 적발이 불가능한 온라인 거래 특성상 통신자료제공 요청 등 강제수사 필요성이 많은 점 또한 ‘경미한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경범죄 처벌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도 봤다.

당시 소위에 참석한 조지호 경찰청 차장도 “온라인상에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암표 거래 행위를 경범죄 처벌법으로 가볍게 처벌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소위는 정부와 전문위원 모두 ‘온라인상 암표 매매는 경범이라기엔 중한 범죄’라는 의견을 내자 개정안들을 추가 심사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도 온라인 암표 거래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이 상임위에 계류돼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법적 제재 수단과 처벌 수위가 낮은 점이 암표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법이 아직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되팔이꾼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법을 개정하고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희 법무법인 신원 변호사는 “다양한 암표 거래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처벌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며 “또 건전한 공연문화를 만들기 위해 암표를 소비하지 않는 인식변화를 위한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제도적 한계

최수진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사무관은 “불법적으로 티켓 매매수익을 얻는 행위에 대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결과 암표 거래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경범죄처벌법은 오래됐고 공연법 개정에도 여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지한 만큼 공론화를 거쳐 입법, 정책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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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