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보호처분’의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13 15:06:23
  • 호수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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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보내도 부모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촉법소년의 강력범죄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단순히 어린 나이의 범죄가 아닌,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인지하고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충격이다. 문제는 촉법소년의 개선·교화를 목적으로 시행되는 보호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재범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서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를 말한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전과 기록
남지 않아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소년보호재판을 받고, 이를 통해 보호처분에 처한다. 소년보호재판 절차는 사건이 접수되면 내용에 따라 소년보호사건으로 수리된다. 재판은 소년부 판사가 관장하지만, 전문 조사관이 판사의 지시를 받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사 과정서 병원, 소년분류심사원 등에 위탁하는 조처를 할 수 있다. 이 단계서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보호가 필요한지 자료를 수집하고 생활 환경이 어떤지 조사한다. 조사 내용에 따라 심리일에 10가지 보호처분 중 하나를 선택해 결정을 내리거나 검찰에 송치한다.

보호처분은 ▲보호자나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호 위탁 6개월 ▲수강 명령 100시간 이내 ▲사회봉사 명령 200시간 이내 ▲보호관찰관의 단기 보호관찰 1년 ▲‘아동복지법’에 따른 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 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6개월 ▲병원, 요양소 또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년 의료 보호시설에 위탁 6개월 ▲소년원 송치 1개월 ▲소년원 송치 6개월 ▲장기 소년원 송치로 나뉜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촉법소년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24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법원에 접수된 소년보호사건은 4만3042건으로 2021년 3만5438건보다 7604건 증가했다.

소년보호사건은 ▲2018년 3만3301건 ▲2019년 3만6576건 ▲2020년 3만8590건 등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1년 3만5438건으로 감소했지만, 다시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2022년 처리 사건의 61.8%에 달하는 2만4933명이 보호처분을 받았는데 그중 촉법소년은 5245명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만 10세 144명 ▲만 11세 523명 ▲만 12세 1196명 ▲만 13세 3382명 등으로 나타났다.

보호처분 원인으로는 우발적 행동(43.3%)과 호기심(40.4%)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생활비 마련(5%), 유혹(3.9%), 사행심(2.3%)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보호처분이 소년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결과가 도출돼, 실효성 있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만 10세∼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
1∼10호 10가지 중 하나 선택 결정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희 아들이 집단폭행을 당했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최근 아들이 상가 구석진 곳에서 집단 폭행당하는 걸 누가 신고해줘서 경찰이 출동했다. 부랴부랴 경찰서에 갔더니 아들은 만신창이였고 양쪽 귀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한쪽 귀는 퉁퉁 부어 손도 못 댈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아들 B군은 10대 7명에게 둘러싸여 2시간가량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돈을 빼앗고 사이버불링(온라인상 집단적 괴롭힘)을 하는 등 B군을 지속해서 괴롭혔다.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B군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메시지를 보내 계좌 비밀번호를 받아낸 뒤 통장 잔액을 모두 빼갔다. 이들은 “오늘까지 30만원을 갖고 오지 않으면 옥상서 뛰어내려라”는 협박도 했다. B군의 휴대폰을 뺏어 본인들이 보낸 협박 메시지를 삭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는 “이게 중학생들이 할 짓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B군은 사건 당일 폭행을 예상하고 동생의 휴대폰을 가져가 녹음했다. A씨는 “녹음 듣다가 진짜 그 새끼들 찾아가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대부분이 우리 애가 일방적으로 맞는 소리였다. 이번 일을 경찰 신고하면 잠시 보호처분 받고나서 죽여버린다고 보복 협박 예고도 하더라”고 분노했다.

7명의 가해자 중 5명은 촉법소년이었다. 당연히 이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명령 등의 보호처분만 받는다. 보호처분은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여전히 높은
고아 비율

A씨는 “정신적, 신체적 보상 안 받고 그냥 처벌받게 할 수는 없나. 형사 사건이라 어찌 되는지 아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서 배현진 의원을 돌덩이로 여러번 공격한 혐의(특수폭행)로 10대 C군을 체포했다. 경찰은 보호자 입회하에 C군을 조사했고, 건강 상태를 고려해 그를 인근 병원에 응급 입원시켰다.

C군은 연예인 사인을 받기 위해 미용실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배 의원을 만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체포 당시 그는 ‘촉법소년’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나이가 15세라고 말했다.

촉법소년 3명 중 1명은 재범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전문가는 “소년 범죄자의 재범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강력범죄 재범 소년들에 대해서는 처벌 강화를 검토해야 하지만, 이외 다른 소년들에 대해서는 교정 교화 및 범죄예방 프로그램이 확실하게 이뤄져야만 재범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소년의 교정 교화 및 범죄예방 프로그램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인데, 바로 여기서 보호처분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소년법 제32조 제6항에는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돼있다. 이 항목으로 인해 법원 소년부 보호처분은 형사처벌과 달라서 소년원에 송치돼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소년원 가면 
범죄만 모의

또 소년법상 제32조 제1항 보호처분 중에서는 부모나 소년보호시설에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10가지로 규정돼있다. 크게 ▲보호자 위탁 ▲보호관찰 ▲복지시설이나 요양소 위탁 ▲소년원 송치로 구분되는데, 실질적으로 촉법소년에게 1호 처분을 제외하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를 위탁’ 처분하는 경우는 사실상 비행소년을 부모나 기타 보호자에게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다. 사법기관이 보호처분만 부과할 뿐 집행 과정이나 집행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도화한 것도 없다.

감호를 맡은 부모나 기타 보호자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소년의 재범방지 프로그램에 따른 감호를 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감시와 통제에만 급급할 뿐이다.

물론 부모의 무책임으로부터 비롯된 범죄는 부모에게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맞지만, 가정 내에서 훈계하는 것이 어려운 가정도 있고, 부모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더 큰 문제는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들 중에는 부모, 조부모, 친척이 없어서 형제·자매가 보호자 노릇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소년원 송치처분의 경우에는 고아인 소년의 비율이 매우 높고, 그 다음이 보호자가 편모인 소년이 많다. 소년원에 송치된 소년 중에는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소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이다.


또 보호자에게 범죄 경력이나 음주벽, 정신장애와 같은 문제가 있는 소년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결론적으로 보호처분이 소년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강력범죄 재범 절대 막을 수 없다”
보호자 없는데…1호 처분 가장 많아

성인범과 달리 소년범에게 보호처분을 내리는 이유는 소년범에 대해 사건의 경중과 관계없이 경찰, 검찰, 법원의 사법절차를 모두 거치도록 하면 사법처리 기간이 상당히 길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년이 사법절차가 종료된 후에도 정상적인 회귀가 어려워져 재사회화에 방해가 된다.

현재 촉법소년들에게 이뤄지고 있는 형사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은 소년원 송치다. 그러나 소년원은 교육을 통해 개선하게 하는 곳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촉법소년 강력범죄자를 교화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죄를 지었으니 감옥 생활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고 반문하지만, 보호처분의 핵심은 응보가 아닌 교화다. 그러나 소년원 등 보호시설에 있는 소년들 역시 감옥 그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말로는 “재범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니 자신의 선택에 확신하지도 못한다. 소년원에 있는 한 소년은 “여기 애들 대부분이 달력을 보며 날짜만 센다. 나가서 어떻게 사고 칠지 궁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년범들의 사후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보호관찰의 실효성은 더 문제다. 이미 세 번째 보호처분을 받는 소년도 있을 정도다. 중학생 때 친구들과 조건 사기(성매매를 미끼로 돈을 빼앗는 범행)를 쳤다가 소년원에 한 달 가게 됐고, 그 후로는 보호관찰법 위반으로 두 번 6호 보호처분을 받았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보호관찰의 외출 제한 조치를 어기고 가출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시설을 들락날락하느라 학교는 일찌감치 그만뒀다. 그렇다고 달리 도움받을 곳도 없다. 집은 폭언·폭행을 일삼는 할머니와 아빠 때문에 가기 싫었고, 친구와도 사이가 틀어져 친구 집에도 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서 소년은 “정말 갈 곳이 없어서 노래방서 그냥 잤다. 나중에야 보호 관찰관에게 ‘그런 상황인 줄 알았으면 쉼터라도 연결해줬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적절한
대책은?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선 현재 시행 중인 소년법 보호처분 제도의 이념을 고려해 소년법 제32조에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예방과 재범에 대한 적절한 보호처분을 마련해야 한다. 보호처분의 내용을 명확히 해서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개선·교화에 실효성 있는 제도로 변모시킬 필요가 있다.

소년재판을 전담했던 한 부장판사는 “어린 나이에 소년원을 경험하면 그 안에서 고참의 문화를 배우는 한편, 눈치만 늘고 주눅이 들어 사회에 나와 원만히 관계를 맺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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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