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불안한 안보 경고’한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

“힘의 균형 깨지면 한반도 평화 깨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북한의 도발이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서해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4번째다. 이에 대해 윤석열정부는 더 큰 대응으로 맞서는 중이다. 현재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정찰 위성까지 발사해 감시체계까지 마련했다. 윤정부는 즉시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시키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 상황. 안전핀이 제거되면서 전쟁의 불안함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이하 센터장)이 1982년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전두환 군부정권은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해 왔다. 이 과정서 정 센터장은 민주화 문제가 단순히 정치 문제가 아니라, 남북문제와 연결돼있다는 걸 깨달았다.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그는 북한을 한국 편에서만 보지 않는다. 전문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북한을 상당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려고 노력해 왔다. <일요시사>가 정 센터장을 만나 전쟁 가능성, 핵 개발이 필요한 이유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기본적으로 보수적 시각에서는 북한은 무조건 주적이다. 공산주의 체제는 무너져야 할 체제로 봐왔다. 단순히 보면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인권이 억압받고, 독재가 유지되고 있지만, 이걸 떠나서 사회가 운영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다양한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북한의 시스템은 유교적인 전통, 천황제, 막스레닌주의, 민족주의 영향이 이데올로기에 섞인 형태다.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당파적인 시각에 익숙해져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진보는 보수가 하는 게 무조건 나쁘고, 보수는 진보를 무조건 나쁘게 본다. 당시에도 치열한 냉전 시대의 양측을 중립적으로 본다고 하면 회색분자로 보일 수 있었다.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그래야 한다. 초당적인 외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학자를 모았고, 외교, 안보와 관련해서 초당적인 포럼을 만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이하 위원장) 어떤 사람인가?

▲김 위원장의 스타일과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주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외부 세계로부터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별히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좋은 친구”라고 이야기한 적 있는데, 이 말을 듣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아부 수준의 편지를 썼다. 자기를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도 계속 비난해왔지만, 만나고 싶다고 하니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는 뜻인가?

▲일단 김 위원장은 승부욕이 강하다. 과거 김정일 시절에는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이 굶어 죽었다. 사실상 북한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런 체제 경쟁서 김정은은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김정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 강한 스타일
미국 선의에만 의존하는 안보 정책 위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는 태도가 무기 개발 속도도 끌어올린 것인가?

▲일단 북한이 군사력을 키우고, 핵을 가지면 아무리 우리에 비핵무기가 많아도 게임이 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몇 년간 핵무기를 개발하고, 집중적으로 모든 자산을 투입해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정찰 위성을 보유하게 됐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은 정찰 위성을 통해 북한을 수시로 들여봤는데, 북한은 눈이 없었다. 절대적인 열쇠에서 상대적인 열쇠로 바뀐 셈이다. 그런데다가 고체연료 ICBM까지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신속한 발사가 가능해 미국이 사전에 탐지하기 어렵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이 쉽게 개입하기 어려워진다. 김 위원장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근거는?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평정·수복·점령 같은 극단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있다. 최근 군사도발, 위협까지 가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서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불법 무도의 NLL’이라고 표현을 사용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해서 잦은 도발을 하는 이유인가?

▲NLL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에 당시 유엔 사령관이 북한에 비해 월등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선이다. 군사분계선은 휴전협정을 체결하면서 합의했지만, 바다까지 합의했던 건 아니다. 당시는 해양법서 3해리까지를 영해로 인정했다. 서해 5도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서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갇히게 됐다. 남서해안 지역서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싶어도 곧바로 내려오지 못하고 백령도까지 올라가서 나와야 했던 셈이다. 북한 입장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바꿀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국제해양법이 바뀌어 3해리서 12해리까지를 영해로 인정해 북한도 12해리까지 인정해 달라는데, 한국과 미국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서해서 교전이 발생한 이유다.

결국 여기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고, 지금은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전방에 실전 배치한 상황이다. 여차하면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위협을 할 수 있는 상태다. 

-북한의 군사력이 올라감에 따라 도발이 더욱 잦아지고, 전쟁 위기감이 더욱 올라간다는 뜻인가?

▲맞다. 우리와 북한 간 힘의 균형이 깨지면 깨질수록 북한은 더욱 강압적으로 나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서 평화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전쟁의 가능성도 있다는 말인가?

▲해상, 특히 서해상에서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위기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확전될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은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NLL을 넘어설 것이다. 북한이 NLL을 넘어서면 우리 군이 북한에게 돌아가라고 경고할 것이다. 돌아가지 않으면 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북한이 피해를 받는데, 이를 명분으로 백령도와 연평도를 포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보복이다. 최근에 해안포도 백령도, 연평도 부근으로 쐈다.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도울까?

▲지금은 미국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국제 상황과 환경이 우리 안보에 상당히 불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때 미국이 지원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찬성이 50% 반대가 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는 반대 여론이 절반 이상이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공화당 지지층의 편을 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고립주의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우리가 미국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안보정책은 굉장히 위험하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 위원장이 평정·수복이라고 말한 부분을 허세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미 북한은 과거에 천안함을 폭침시켰다. 잠수정으로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서해 5도가 눈엣가시같은 존재다. 북한은 서해 5도를 초토화하려 할 수 있다.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 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술핵으로 대응하려 들 것이다. 북한은 전술핵무기 외에 전자기 펄스(EMP)도 소유하고 있다. 

여차하면 북 전술핵무기로 위협 가능
명분 주면 순식간에 서해상에서 전쟁

한반도의 중심인 충청도 지역에 떨어뜨리면 사람은 죽지 않지만, 모든 전자장비들이 마비되면서 경제 전반까지 충격을 주게 된다. 이러면 우리의 대응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도 EMP로 공격한다고 해도 북한에 별 타격을 주지 못한다. 우리보다 발전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북한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 연평도를 무력화한다든가, 백령도를 무력화하려고 했을 때 응징은 당연하고, 지나친 확전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교한 접근의 예시는?

▲윤석열정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 북한서 한 발 쏘면 10발을 쏘는 게 압도적인 대응책이라고 내놨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10발의 미사일을 쏘면 북한은 100발을 쏜다. 그럼 또 한국은 1000발을 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순식간에 작은 무력충돌이 감당할 수 없는 확전으로 연결되기 쉽다. 

그러니까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2배 정도 선에서 그치는 비례적 대응을 하고, 북한이 백령도나 연평도를 공격할 가능성에 관해 우리가 치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허점을 보이는 순간 북한이 틈새를 파고들 수 있지만, 북한 공격에 대해 철저하게 주민 대피, 반격 능력을 확보한다면 오판을 안 할 것이다. 압도적인 대응만 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친 말과 극단적인 표현은 북한을 고립시켜 명분을 만들어줄 뿐이다. 북한을 비난하되, 북한이 무안하게끔 명분을 잃도록 만들어야 한다. 외부서 봤을 때는 맞대응 기조를 두고 우리나 북한이나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정찰 위성을 쏘아올리자,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를 효력 정지시켰다. 

▲9·19 군사합의라는 건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합의한 부분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북한은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대화를 하지 않았으며, 계속 미사일을 발사해 왔다. 2022년 전술핵무기 배치를 실전화하면서 유사시 우리에게 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 9·19 군사합의의 기본정신 자체가 그때부터 깨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쟁 준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가?

▲유사시 전쟁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전술핵무기를 전방에 실전 배치했고, 전술 운용 부대를 갖고 남한의 주요 군사 지휘시설, 공항, 항만 등을 타격하는 모의연습을 했다. 과거에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미국이 폭탄을 투하한 것처럼 핵무기를 800m 상공서 폭발시키는 연습도 이미 진행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말보다 행동 보고 판단 내려야 
핵 보유해야 동북아 안정 도움

이제는 김정은의 말보다 일련의 행동을 보고 우리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북한은 실질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연습까지 하고 있는데,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전방서 하는 훈련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됐다.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겠다는 느낌인데, 북한에 끼칠 영향은?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관해 과거부터 아주 강하게 반발해 왔다. 훈련을 혼자 해 왔던 북한 입장에선 우리가 세계 최고 초강대국인 미국과 연합훈련을 한다는 부분에 대해 늘 불안감을 느껴왔고, 적대감을 가졌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진전시키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서도 연합훈련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갈등이 커지는 양상을 띤다.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제 북한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겨냥해 ICBM을 개발하면서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려는 방향으로 키를 돌렸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고체연료 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탐지가 어렵고, 일본이나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북한 위협에 대비해야 할 부분은?

▲한국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기에 상당히 좋은 조건이 마련됐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국제환경이 적대적이라면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제환경의 변화도 우리가 파악할 필요가 있고, 국내적으로도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냉정하게 알아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실험에 대한 제재 목소리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요한 것은 자강의 의지를 가진 소신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제는 진보와 보수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서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외부서도 한국에 쉽게 압력을 가하기 힘들다.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서 언젠가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이제는 평화 공존의 대상으로 북한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 핵무기가 필요한 이유는?

▲핵을 갖자는 주장은 북한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핵을 갖게 되면 설령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 핵을 갖는 게 동북아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자체 핵 보유를 통해서 한국과 북한의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이 투(Two) 코리아 방향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이런 입장을 고려해 우리도 남북관계의 틀을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 과거의 협상과 대화를 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합의서는 남북 서로간의 조약이 아니라서 국회 비준도 받지 않았는데, 정권이 바뀌면 파기되는 것이 일이었다.

다만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관계가 휴장되는 게 아니다. 합의서나 선언이 아닌 조약의 형태로 여야의 합의를 거쳐 채택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안보를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ckcjfdo@ilyosisa.co.kr>

[정성장은?]

▲(현) 한반도전략센터장
▲(현) 한국핵자강전략포럼 대표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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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