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명 풀어야 할 숙제 셋

팔도 누비는 토끼…이제 출발한 거북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에 돌아왔다. 부산 방문 도중 피습당한 지 15일 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흐름 바뀌는 정치판서 보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동안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 대표 앞에 산적했다. 낙제점을 피하기 위한 이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가 당무에 공식으로 복귀했다. 당초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복귀 시점이 이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정이 앞당겨진 데에는 이낙연 전 총리와 비명(비 이재명)계의 연쇄 탈당 등 분열을 봉합하기 위함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쪼그라든
민주당

하지만 이 대표의 복귀 메시지는 ‘4·10총선 정권 심판론’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인재영입식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러고 안 되니 칼로 죽여보려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며 “국민께서 이 정권이 과연 국민과 국가를 위해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민주당 지형에 변화가 일어났던 만큼 당내 통합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지난 10일 혁신계 모임인 ‘원칙과상식’서 윤영찬 의원을 제외한 김종민·조응천·이원욱이 예고해 온 대로 탈당을 선언했다. 그동안 요구해왔던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비대위 구성 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 포럼 ‘당신과함께’를 구성하는 박원석·정태근 전 의원과 손잡고 제3지대를 잇기 위한 ‘미래대연합’(가칭) 신당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6월 귀국 직후부터 이 대표와 각을 세우던 이 전 총리도 민주당을 떠났다. 원칙과상식의 세 의원이 탈당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 이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1인 정당’으로 변질됐다는 점을 꼬집으며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6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신당 ‘새로운미래’의 시작을 알렸다. 새로운미래는 시·도당 창당대회와 중앙당 창당대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초 공식적으로 창당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재인정부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상징성을 지닌 이 전 총리가 새로운 둥지를 꾸리자 ‘탈당 러시’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신경민·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과 최성 전 고양시장 등 전직 국회의원·기초단체장 5명이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총리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은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 전 의원은 민주당을 “진보라고 위장하고 있는 당”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몸 풀 시간 없이 총선 레이스 투입
복귀 후 여의도에서 내뱉은 각오는?

장만채 전 전라남도교육감도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균형성장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장 교육감은 이 대표를 에둘러 비판하며 권력욕에 함몰돼 신의를 저버리는 데 실망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당일에도 줄탈당은 이어졌다.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광주 광산을에 출마할 예정이었다. 이날 박 전 행정관은 민주당이 아닌 새로운미래를 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미래와 함께하는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도 “1000명의 청년 당원들과 민주당을 떠나고 새길을 여는 창당 활동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신 전 의원이 말한 ‘청년 당원 1000명’은 이 전 총리가 탈당을 선언한 직후인 지난 12일부터 3일간 온라인을 통해 탈당한 81년생 이후 세대를 집계한 수치다.

민주당 측에서는 연쇄 탈당을 막기 위한 이 대표의 화합 메시지를 기대했다. 총선을 앞두고 더 이상의 탈당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원론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당내 ‘샤이 비명’의 거취마저도 불안정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는 복귀 당일 인재영입식 모두발언서 탈당한 이들에 대해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이낙연 전 총리께서 당을 떠나셨고, 몇 의원들께서 탈당하셨다”며 “통합에 많은 노력을 다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단일한 대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 심판론을 위한 단합을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잡음이 새어나갈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로 당내 통합이 제시된 이유다.

지난해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때 20~30여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한 손에 탈당 카드를 쥐고 있는 비명계가 당 곳곳에 잠식한 셈이다.

주변에…
단독 드리블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의 행태를 비판하며 샤이 비명의 존재감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평생 이렇게 살아 굳은살이 박였지만 속살 보드라운 다른 의원들은 말할 엄두를 못 낸다”고 전했다.

공천이 가닥 잡히고 제3지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2월을 기점으로 샤이 비명이 대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총선을 앞두고 도미노 탈당이 이어진다면 당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해서는 이 대표와 지도부의 결단력 있는 모습이 요구된다. 하지만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의 화합 메시지가 다소 약했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미봉책에 그칠 우려도 제시된다. 이 대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당을 견제하면서도 진보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 숙제는 정부여당과의 차별화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이 연일 존재감을 과시하는 만큼 총선 이슈의 주도권을 끌고 와야 한다. ‘신인 정치인’ 한 비대위원장과 비교하는 여론이 커지는 만큼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시된다.


이 대표가 병원 신세를 지던 보름 동안 한 비대위원장은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했다. 이후 광주, 부산, 인천 등 전국 곳곳을 돌며 지역민심 몰이에 주력했다. 순회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개혁 카드를 잇달아 꺼내며 야당 압박에 나섰다.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세비를 반납하고 국회의원 정원을 250명으로 감축하는 법안도 제시했다.

당의 도덕성과 문제 해결 방식을 두고 이 대표와 한 비대위원장이 비교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지명된 민경우 민경우수학연구소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 뇌관으로 작용했다.

벌어진 격차
대반전 카드

논란이 불거지자 대한노인회는 성명을 내고 민 대표의 사퇴와 한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한 비대위원장은 대한노인회를 찾아 직접 사과했으며 민 소장은 사퇴했다. 지난해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사태와 대조된다는 평이다.

민주당 현근택 예비후보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또다시 격돌이 일어났다. 이 대표가 현 예비후보와 관련해 병상서 정청래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 언론에 포착되면서다.


현 예비후보는 지난달 29일 한 술집서 열린 시민단체 송년회서 성추행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지역 정치인 A씨와 여성 수행비서에게 “부부냐, 같이 사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9일 이 대표는 정 의원에게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피습 사건의 여파로 병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이 대표의 물음에 정 의원이 “당직 자격정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천관리위원회 컷오프 대상”이라고 보냈고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 예비후보가 친명(친 이재명)인 만큼 일부러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내서도 반발이 일어났다. 박용진 의원은 “자격 없는 후보들, 형편없는 인물을 공천하면 민주당은 망하는 길”이라며 “한 위원장이면 즉각 조치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현 후보의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 “우리 공천관리위원회는 두 번 생각할 필요 없다”며 공천 배제 대상임을 강조했다. 결국 현 예비후보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번 총선은 이 대표와 한 비대위원장의 간판으로 치러지는 만큼 계속해서 비교 선상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상 민주당 도덕성에 흠집이 새겨진다면 당내 잔류한 비명계는 물론 유권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비대위원장 체제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총선 어젠다를 제시하고 특히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한 도덕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평이다.

‘당내 통합’부터 ‘PK 지지율’까지
‘한동훈 그늘’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국민의힘보다 월등히 높은 도덕성을 보여야 하는데 최근 불거지는 논란을 보면 아쉬울 따름”이라며 “‘정권 심판론’이 아닌 ‘야당 심판론’으로 번질 가능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 숙제는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대표의 피습이 ‘동정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오히려 사건이 발생한 PK(부산·경남) 지역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6일∼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PK지역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28%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전달(41%) 대비 2%p 상승한 반면 민주당은 전달(34%) 대비 6%p 하락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표준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p다.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3.1%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 같은 결과는 이 대표가 피습 당시 119소방헬기로 부산대병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일부 의료계를 중심으로 “명백한 특혜이자 지역의료계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피습 직후 경찰이 현장을 물걸레로 청소하고 이 대표가 입고 있던 와이셔츠가 폐기물 업체에 버려져 있다는 점을 두고 ‘증거인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강성 지지자까지 합세하자 PK 분위기도 덩달아 격앙되는 형국이다.

지난 11일 이 대표가 퇴원하면서 “부산의 소방, 경찰, 그리고 부산대 의료진분들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지만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PK는 민주당 우세 지역이 아니지만 제1야당 대표의 피습 사건에도 지지율이 하락한 점을 미뤄봤을 때 전체 지지율까지 답보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자들의 강성 발언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지역갈등 조장을 멈추고 사태를 빠르게 수습해야 추가적인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으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제시했다.

산적한
과제들

결국 이 대표에게 주어진 모든 숙제는 ‘통합’이라는 하나의 큰 틀로 귀결된다. 민주당은 줄곧 정권 심판론을 강조해왔다. 이 심판을 오직 ‘이재명 원팀’으로 치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면 분열은 예견된 사안이다.

물리적 화합이 어려워진 만큼 이 대표는 심리적으로 화합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내 비명계를 말살하겠다는 움직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약간의 다른 의견조차 품고 갈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이재명 사당화’라는 논란을 벗어나 총선 체제를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룡대전’ 성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선전포고에 나섰다.

지난 16일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 방문해 “우리 정치가 꽉 막혀있다”며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돌덩이’에 비유하며 사실상 계양구 출마 의지를 재차 밝힌 셈이다.

원 장관에게 있어 계양을은 험지기 때문에 이번 도전은 꽃놀이패로 여겨진다.

이 대표를 대상으로 승리한다면 단숨에 대권주자로 승급하고, 만일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싸움으로 남게 된다.

‘명룡대전’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이 대표가 어떤 전략으로 총선에 나설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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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