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김건희 리스크’ 퍼즐

방패 없이 검만 한동훈도 ‘어쩔’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국민의힘의 22대 총선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졌다. 간신히 막아내고는 있지만, 한계점에 도달한 모양새다. 어쩌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어 보인다. 잘 돌파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이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방어하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처음 발탁됐을 때부터 김 여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했다. 그가 문제 삼은 지점은 특검법의 제12조다.

대통령 거부
불안한 기류

해당 법안에 따르면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제2조 각호의 사건에 관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하는 게 가능하다. 이 조항은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태 당시에도 박영수 특검에 의해 이뤄졌던 바 있다. 

지금껏 이뤄져온 특검서도 예외는 없었다. 당장 직전에 있었던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서도 확인된다. 물론 한 비대위원장은 김 여사와 관련된 사안들을 낱낱이 공개하기 때문에 악법이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법이 발의된 이유는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의 영향도 있다. 검찰은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답변만 무한반복 중이다. 해당 의혹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부터 제기됐으나,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전면 부인했던 바 있다. 국민의힘도 한 비대위원장과 스텝을 맞춰 악법으로 몰고 가는 중이다. 


지난 9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쌍특검법은 총선용 민심 교란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정략적 법으로 위헌적 독소조항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또 혐의 사실과 수사 대상을 명확히 특정하지 않고, 수사 범위를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설정했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특별검사 임명 부분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김 여사 특검법에서는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국민의힘)를 제외한 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 이하 민주당),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 정당이 대통령에게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게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피의사실공표죄를 예외로 허용한다는 부분도 문제가 많다는 주장과 함께 한 비대위원장이 지적한 언론 브리핑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즉각 거부권을 실시했다. 총선 여론조작을 위한 악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통령실은 특검법 정부 이송 전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김 여사 특검법을 포함해 대장동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60%를 상회한다. 윤 대통령이 여론에 반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이유가 필요하다. 단순히 퍼스트 레이디이자, 가족이기 때문에 거부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공산이 크다.

게다가 특검 거부권도 직접 밝힌 게 아닌, 대변인의 입을 통해서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제기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함께 보탰다. 민주당을 향한 역공인 셈이다. 

결국 특검법은 국회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야당은 즉시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서 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높였다. 


20명 이탈 시 특검 직행
당내선 ‘해결부터’ 목소리

민주당이 노리는 지점은 국민의힘의 이탈표로 당장 표결에 부쳤다면, 이탈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일단 민주당도 숨을 고르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을 검토해 재의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의요구권이 발동된 법안이 법적인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의원의 찬성이 있으면 가능하다. 

현재 민주당 164명, 정의당 6명, 진보당, 기본소득당 각각 1명으로,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총 184명 정도다. 이들이 본회의에 전원 출석한다고 가정해도 전체 의원 수 3분의 2(199명)에는 충족하지 못한다. 즉, 국민의힘 의원들 중 20명가량이 이탈표를 던질 경우, 김 여사 특검법을 재의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불안한 기류가 흐를 수밖에 없다. 

앞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 표결 당시에도 민주당 이탈표로 헌정 역사상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바 있다. 국민의힘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당시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차례다.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서 국민의힘은 분열을 맞고 있다.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가칭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가 지난 12월2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으며,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 투쟁이 또 시작될 수도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온 뒤, 잠시 잠잠해진 ‘험지 출마론’도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시작되는
돌려막기

일단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띄웠던 험지 출마론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TK(대구·경북)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지역구를 고수 중이다. 이 틈에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물들은 대부분 TK 지역과 보수 텃밭에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된 출마 인원만 30명이 넘는데 비윤계는 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윤석열정부의 주요 요직을 맡았다. 

대표적으로 영입된 인사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방 전 장관 이외에도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차관, 김완선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을 정부 출신 ‘인재’로 영입했다. 결국 정부 출신 인사가 현역 의원들과 경쟁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친윤’(친 윤석열)에게 맹렬한 비판을 가했던 의원들의 이탈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세력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쌍특검 재표결이 2월 이후로 미뤄질 경우, 국민의힘 공천서 탈락한 인물들이 ‘가결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물론 당장 특검이 시작된다고 해도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특검 구성부터 물리적인 수사 기간이 70일로, 30일 연장이 가능한 점을 고려했을 때 수사 결과는 총선 이후에나 나오게 된다. 

의혹에 김 여사가 떳떳하다면 수사를 받으면 될 일이며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받는 게 리스크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이 경우가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공정과 상식에도 가장 걸맞다. 

특검법 거부권의 후폭풍은 2030세대의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등 리스크가 상당했다. 공개 행보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실제로 김 여사는 3주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론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해 괜한 시비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스크
더 있다

한 비대위원장도 지난 8일, 기자와 만난 자리서 적절하지 않다는 식으로 회피하는 등 ‘김건희’라는 워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가 김 여사의 리스크를 막기는 쉽지 않은 데다 방어하려는 모습을 보일수록 지지층 확장에 한계성이 드러난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김 여사 리스크를 총선 전 최대 리스크로 여긴다. 당내에서도 공식적으로 김 여사 문제를 해소하고 가야 한다는 말이 공유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앞서 김 비대위원은 “국민이 김 여사 리스크에 관한 우려를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을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서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역시 “국민이 왜 찬성하는지, 우리도 반성해야 한다”며 여론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당내 중진 의원들도 윤 원내대표가 주재한 비공개 중진연석회의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서 특검법을 거부한 이유를 직접 설명해야 한다’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서 총력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특검 거부의 명분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칼 끝이 한 비대위원장에게 향하는 중이다. 

그는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지만, 이번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런 그가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하수인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수습을 위해 우선 특별감찰관 제도를 띄웠다. 

비윤계 반발 잠재울 방법 필요
리스크 해소해야 대권으로 직행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정부 시절 민주당 주도로 도입됐으나, 시행 10년 동안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제외하고는 임명된 적이 없었다. 국회가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감찰 대상은 대통령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이다. 

그러나 특별감찰관제도 신선하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단순히 과거 제도를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여기에 더해 특별감찰관을 통해 미리 ‘손’을 쓰겠다는 의도도 있는 탓이다. 또 진작 추천할 수 있었던 제도인 데다 국회가 활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최악의 경우 한 비대위원장 사퇴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특검법이 재의결되고, 한 비대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며 “민심을 이기는 정치나 정치 지도자는 없다”고 예상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찬성 여론이 더욱 커지는 건 시간 문제로, 재의결 시 한 비대위원장도 더는 막을 수 없다.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퍼부으며, 민주당 리스크로 역공을 가해왔던 그다. 선택지라고는 재의결됐을 때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당내 의원들을 관리하는 일 뿐이다. 

이대로라면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진두지휘하더라도 패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 등 야당이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직전까지 써먹을 수 있는 카드다. 

여기에 더해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명품백 선물 논란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수직적 당·정 관계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김기현 대표 시절에도 수직적 당정 관계 탓에 당내 분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민주당만 공격하면서 대통령실에 발만 맞출 경우, 총선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세지는 공세
총선 결과는?

한 비대위원장에겐 공천개혁, 당내 분열 해결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초반에는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차기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는 등 민주당 이 대표와 지지율도 각축을 벌이고 있다. 김 여사 리스크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현재 위상도 널뛸 전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의 초반 국민의힘 입당 효과는 엄청났으며 국민의힘에 분명 도움이 됐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실에 반기를 들 가능성은 낮다. 그렇게 되면 지지층에만 국한돼 확장성의 한계가 온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급하게 띄운 제2부속실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거부권을 발동시켰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실은 즉시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는 꼴이 됐다.

제2부속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특검을 면피하기 위해 설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제2부속실 철폐를 내세운 바 있다.

지난 2년간 김 여사의 일정은 배우자 팀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부속실 행정관 일부가 맡아왔다.

당시에도 이를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실이 현재 제2부속실 설치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공약한 내용을 뒤집은 만큼 어떤 설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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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