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감사 결과’ 미뤄지는 내막

조사만 1년 그리고 질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의 ‘대통령실 이전 의혹’ 결론 발표가 해를 넘었다. 관련 감사는 이미 세 달 전에 종료됐다. 감사원은 정리해야 할 자료가 많아 발표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 중이다. 실제 감사원은 대통령실 관계자를 포함해 현장조사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총선 시즌이 다가오면서 내부적으로 발표 일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는 현재 막바지 단계다. 실질적 조사는 이미 지난해 말 종료됐다. 현장조사를 진행했지만 원론적 감사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종 결론인 감사 보고서를 작성 중인 감사원은 대통령실에 서면 보충 질의를 보냈다. 지난달 답변서까지 받았지만 발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원론적
접근만?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는 2022년 10월 참여연대의 청구로 시작됐다. 타 사건에 반해 총 네 번의 기간 연장으로 사건 축소 의혹까지 제기돼왔다. 느린 대응은 의혹을 키웠다. 실제 5년간 국민제안 감사 11건 중 감사 기간 연장이 여러 번 된 건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가 유일하다.

참여연대가 청구한 감사의 핵심은 크게 5가지다.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의무 위반 여부 항목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건축 공사 계약 체결 과정서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 ▲이전 비용 추계·책정·집행과 관련한 불법성 및 재정 낭비 의혹 ▲대통령실 공무원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 등이다.

이 중 감사원은 의사결정 과정 문제점과 건축 공사 계약 체결 과정서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 등과 사적 친분이 있는 인물이 특혜를 받아 대통령실 공무원에 채용됐다는 의혹을 감사해 달라는 요구를 각하하면서 사실상 ‘반쪽 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기각·각하 결정이 난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따른 비용 추계와 편성 및 집행 과정의 불법성과 재정 낭비 의혹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의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의무 위반 여부 항목과 관련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진행한 상태다.

감사원의 기간 연장은 통상 90일이다. 네 번이 연장되면서 결과 발표도 1년 이상 미뤄진 셈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2월과 5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소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감사 기간을 연장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민감사는 실시 결정 후 60일 이내에 감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감사원이 정한 절차에 따른 처분 요구 등이 필요한 경우 관련 규칙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2022년 10월 참여연대 5개 의혹 중 3개 각하
헌법소원 청구 판단 1년 지나도 ‘감감무소식’

같은 해 4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실무진에게 감사 중단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감사원 행정안전감사국 1과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 제출 배경을 둘러싸고 내부서부터 유 사무총장의 압력 의혹이 터져 나왔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실무 담당 간부가 감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유 사무총장이 승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유 사무총장이 ‘더 이상 건들지 말라’며 ‘여기서 끝내라’는 취지로 감사 연장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규정상 감사 연장 승인 여부 결정권은 감사원 사무차장에게 있다. 연장 승인권이 사무차장에게 있음에도 유 사무총장이 ‘중단 압력’ 결정을 내렸다면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감사원은 ‘유병호 감사 중단 압력설’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당시 성명을 통해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헌법과 감사원법으로 독립적 권한이 보장된 감사원서 사무총장이 직권을 남용해 국민이 청구한 대통령실 감사를 중단토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 국민감사를 방해한 중대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대통령실 이전 불법 의혹 국민감사 과정서 유 사무총장의 압력행사 등 직권남용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에 당장 나서야 한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유 사무총장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감사원의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는 세밀했지만 강도가 약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표적 감사’, ‘코드 감사’, ‘정치 감사’ 등 윤석열정부 출범 후 감사원 감사는 중립성 논란서 벗어나지 못했다. 감사원은 ▲정부 통계 의혹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탄소중립화 정책 등 문재인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감사를 이어가고 있다.

시간 끄는
이유가…

코드 감사 논란은 지난해 감사원이 발표한 ‘업무계획서’도 되풀이됐다. 지난 정부서 적자를 기록해온 고용보험기금 실태와 전 정부 역점 사업인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등을 감사 대상에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성남시도 상반기 중 감사로 거론된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대표적인 정치 감사로 꼽힌다. 감사원은 윤정부 출범 직후 해당 사건 감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했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에 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관련 감사를 진행하려다 ‘과거 감사와 중복되고 관련 부서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감사위원들 반대로 감사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

통계 수치 왜곡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말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반면 윤정부를 겨냥한 감사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대통령실 이전 의혹 외에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감사를 실시하기로 의결하고도 공식 석상서 “구체적인 감사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정권의 눈치를 살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사원은 결국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에 관한 예비감사에 착수했다. 윤정부에 관한 감사는 소극적으로 진행해 온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는 건 오는 10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엔 13일 만에, 새만금 잼버리 파행이 끝난 지 나흘 만에 감사에 착수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총선 앞두고
눈치 보기?


감사원 행정안전국은 같은 해 10월 초부터 실지감사를 위한 자료 수집을 진행했다. 감사의 구체적인 범위와 대상을 정했지만 정식 명칭은 ‘이태원 참사 감사’가 아닌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감사로 정했다.

감사원의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는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다. 대통령실 이전에 관여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고 감사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보고서 작성 과정서 남은 의문점에 대해 대통령실에 서면 보충질의를 보냈고, 수백여쪽의 답변서를 받았다.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에 관여한 공사업체를 직접 찾아가 공사 발주 내용과 실제 공사 이력을 비교하는 등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서 정부의 공사 발주 관련 감사 경험이 풍부한 특별조사국 출신 감사관도 추가로 투입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이 정부 초기에 이뤄져 공사 발주처가 대통령실 비서실과 경호처, 행정안전부, 조달청 등으로 나눠져 있다 보니 확인 작업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보고서 작성을 마치는 대로 주심 감사위원의 검토 작업을 거쳐 감사위원회의에 감사 결과를 부의하게 된다.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감사원 사무처의 입장이지만, 감사위원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감사위 의결이 두 달여 안에 이뤄지는 경우가 없는 만큼 총선 이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한 달 전부터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면 감사위 의결까지 두 달 안으로 종결된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에 관한 감사가 차일피일 미뤄진 만큼 세 달이 넘게 걸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유병호 감사기간 연장 불허 외압 논란
작년 말 겨우 끝났는데 이제야 보고서

다른 감사원 관계자도 “총선 전 용산에 타격이 될 내용이 발표되면 이는 곧 총선서 야권에게 좋은 아이템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총선 이후에 발표하는 게 감사원에게도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유 사무총장은 여전히 감사원 내 실세다.

공수처 특별수사본부(부장 이대환)는 지난달 10일, 360여쪽에 이르는 질문지를 준비해 유 사무총장의 혐의 전반을 캐물었다. 조사에는 차정현 부장검사가 직접 투입됐다. 유 사무총장 쪽에서는 변호사 2명이 입회했다. 유 사무총장은 상당수 질문에 의견서나 진술서 제출로 갈음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무총장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5차례 불응하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유 사무총장은 소환 불응에 대해서는 “(공수처의)통보 방식 자체가 위법”이라며 ‘시간 끌기’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공수처는 당초 오는 20일로 끝나는 김진욱 공수처장 임기 내에 사건을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그 안에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유 사무총장 출석이 많이 미뤄지면서 전체적으로 수사 일정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에 관한 재소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2022년 7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여러 건의 제보를 받아 약 10개월간 감사를 진행한 뒤 지난 6월 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전 전 위원장은 사퇴 압박을 목적으로 한 허위 제보를 바탕으로 이뤄진 표적 감사라고 반발하며 지난해 12월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 권익위 관계자 A씨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보나마나
봐주기?

논란은 감사 결과 발표 뒤 더 커졌다. 이번 사건의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의 열람을 거치지 않는 등 감사위원들의 제대로 된 의결 없이 결과 보고서가 결재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주심 패싱’ 논란이 벌어지자 전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감사원 관계자들을 공수처에 추가 고발했다. 국회, 시민단체 등의 고발도 이어지면서 공수처에 접수된 관련 고발만 2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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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