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C그룹 옥죄는 연쇄 부실의 늪

건설 살리려다 다 죽을 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SGC그룹이 건설 계열사에서 촉발된 대형 악재를 수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비 인상, 고금리 기조, 우발 채무 등 당장 눈앞에 닥친 현안만 해도 수두룩하다. 사태를 수습하고자 모회사가 발 벗고 나섰지만,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SGC그룹은 OCI그룹이라는 큰 우산 아래에서 소그룹 형태로 독립적인 경영 행보를 밟아왔다. 고 이회림 OCI그룹 창업자의 차남인 이복영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현재는 SGC에너지를 축으로 하는 그룹사 형태를 갖춘 상태다.

불안정한 형국

SGC에너지는 2020년 3각 합병(삼광글라스·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을 거치면서 그룹의 지주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무렵 삼광글라스가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하면서 SGC솔루션이 생겼고, 투자 부문은 SGC에너지로 탈바꿈했다. 동시에 이테크건설(현 SGC이테크건설) 투자 부문과 군장에너지가 SGC에너지로 흡수됐다.

SGC에너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 끝에 지배구조상에서 최상단으로 올라섰다. SGC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SGC이테크건설 ▲SGC솔루션 ▲SGC그린파워 ▲SGC파트너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분할 및 합병을 거치면서 지배구조는 확 바뀌었다. 삼광글라스의 경우 이 회장이 지분 22.1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SGC에너지가 지주사로 부각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장남(이우성 대표)과 차남(이원준 전 전무)의 지분율이 높아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GC에너지 최대주주는 지분 19.23%를 보유한 이우성 대표이며, 이원준 전 전무는 지분 17.71%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다만 SGC에너지는 지배구조상 꼭대기에 올라선 대신 감내해야 할 부담이 커졌다. 자회사의 부진이 두드러질 경우 모회사인 SGC에너지가 앞장서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탓이었다.

공교롭게도 SGC에너지가 과중한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들어 현실화된 모양새다. 핵심 계열사인 SGC이테크건설에서 촉발된 위험 요소였기에 수습 과정에서 난항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심각한 PF 우발채무 위협
구원투수마저 난관 봉착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최근 SGC에너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A2+’에서 ‘A2’로 하향조정했다. SGC이테크건설의 PF 우발채무에 따른 재무지원 부담이 등급 하향의 결정적 이유로 부각됐다.

SGC이테크건설은 저금리로 자금을 융통하기 수월했던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원창동 물류센터 등 토건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건설경기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불거졌고, 준공 지연과 우발채무 증가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SGC이테크건설을 옥죄기 시작했다.

PF 대출 차환에 난항을 겪게 된 SGC이테크건설은 결국 만기도래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하고, 신용공여를 기반으로 리파이낸싱(재대출) 수순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SGC에너지는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하는 등 지원에 나서야 했고, 위험도가 높은 우발채무(자금보충약정 4066억원)가 확대됐다.


또 대여금 지급(200억원), 사모사채 및 일반차입금(810억원)에 대한 연대보증도 뒤따랐다.

SGC이테크건설은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2210억원, 2023년 9월 말 기준)에 대해 임대차계약 체결 후 매각해 담보대출 등으로 신용공여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2022년 10월 경기 안성시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가 악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해당 사건으로 영업정지 8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아 공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됐고, 자금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행정처분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전망이지만, 영업정지 가능성이 잠재하는 만큼 사업 안정성을 낙관하기 힘든 형국이다.

위기 봉착

자구책 마련에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SGC이테크건설은 2023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손실 3억7400만원, 순손실 26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에 영업이익 423억원, 순이익 504억원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 악화가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재무상태 역시 나빠졌다. 2023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97.0%로, 전년 동기(171.6%) 대비  125.9%p 상승했다. 단기차입금 및 사채는 1372억원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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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