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시대’ 영풍제지 무슨 일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04 14:03:51
  • 호수 14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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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에 추락사고까지
도마에 오른 방만 경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날 영풍제지 평택공장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같은 곳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숨진 사망사고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침울한 분위기는 본사도 마찬가지. 비슷한 시기에 영풍제지는 주가조작 사건에 휩싸여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연말연시 속 영풍제지는 말 그대로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2023년 12월24일 오전 3시50분께 평택시 진위면의 영풍제지 공장서 60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A씨가 기계 위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A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50분쯤 종잇조각을 모아 재가공하는 기계 위에 배관 연결 작업을 하던 중 2.12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오전 4시53분께 사망했다.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

고용부는 영풍제지가 중대재해법을 위반했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영풍제지 평택공장은 상시노동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따져 형사처벌하는 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수칙 이행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해당 공장에선 지난해 10월14일에도 40대 노동자 B씨가 재생용지를 감는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영풍제지는 노동자 사망사고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가족이 B씨의 사망 소식을 들었던 것은 사고 발생 몇 시간 뒤 병원을 통해서였다. 


‘외상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의료진의 말을 처음 접한 B씨의 어머니는 ‘심정지’라는 단어만 들었을 때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불과 석 달 전 40대 중반 나이에 건강했던 B씨는 영풍제지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다며 기뻐했기 때문이다.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가족은 B씨가 사망한 지 사흘이 지나도록 영풍제지 측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는 물론, 사고 원인조차 듣지 못했다. 사망 당일 사고지점을 직접 찾은 유가족은 생전에 B씨가 헬멧 등 기본 보호구를 착용한 정황도 없었고, 위험을 대비한 멈춤 장치의 작동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B씨 동생 C씨는 “멈춤 장치 작동은커녕 위험 지역 진입을 막는 노란색 철제 안전펜스도 먼지만 잔뜩 껴 있어 작동 여부가 의심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구석 뿐”이라며 “사측은 어떤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 경찰 수사 및 부검 결과만 바라보고 회사는 사과 없이 기다리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유가족이 바라는 건 최소한의 추모 공간 마련 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에 추모 공간을 5일 정도 마련해 망자를 기리고, 진상규명에 대한 연대 목소리를 모으자는 게 이들의 요구 사항이다. 

영풍제지 측은 “유가족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주가조작 논란에 휩싸인 영풍제지는 침울한 연말을 맞이했다. 영풍제지는 골판지와 지관원지를 제작하는 상장사로 지난 8월 당시 주가가 10개월 만에 700% 넘게 급상승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2023년 4월, 영풍제지의 주식이 무상증자한 후부터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영풍제지 측에서도 “뚜렷한 주가 상승 배경은 없다” “기업 가치가 과열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주가 상승에 의문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은 2차 전지 관련주에 쏠렸던 때라 당시만 해도 영풍제지가 2차 전지에 조금 관련이 있고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강해 주가가 올라간 것으로 봤다. 

안전모 등 기본 장비 없었다
분노한 유가족 “원인도 몰라”

일각에서는 영풍제지를 인수한 대양금속이 주가조작의 배후라고 해석했다. 앞서 스테인리스 제조기업 대양금속은 2022년 11월 사업다각화를 내세우며 영풍제지를 인수했다. 대양금속이 품은 영풍제지는 돌연 지난해 3월, 주주총회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전자부품제조, 무인항공기 제조, 소프트웨어 개발 등 16가지와 더불어 2차 전지 사업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던 것이다.

최근엔 사용 후 배터리 시험인증업체 ‘시스피아’를 인수한다고 나섰다. 영풍제지는 전환사채(CB·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는데, 1년 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엔 호주의 한 업체와 함께 2차 전지, 전자폐기물 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영풍제지는 이 업체가 광물 채굴부터 재활용까지 배터리 산업의 전반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영풍제지의 2022년 매출액은 1054억원, 영업이익은 78억원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2023년 초 주가는 6000원선에서 4만원대로 치솟았다. 대양금속에 인수되기 전 2500억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은 현재 1조5000억원을 넘겼다. 

영풍제지의 주가 상승은 그해 9월까지 계속됐다. 무상증자 이후의 주가가 1만3990원이었는데 같은 달 8일 주가는 5만4200원으로 약 4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영풍제지 관계자는 “2차전지가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했다. 내부에 전문가는 아직 없는데,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생산시설은 가장 빨리 갖출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며 사업 성과가 언제 날지는 변수가 많아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18일 영풍제지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를 기록하자 투자자들은 주가조작을 의심했다. 전날에는 약 5만원에 달했던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를 기록하며 하루 만에 약 3만원대로 내려앉았으니 의심받을 만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금융감독원 등은 수개월전부터 이미 영풍제지 주식을 모니터링해왔다고 한다. 영풍제지의 주가가 급하락하기 하루 전인 10월17일 검찰은 영풍제지 주가 시세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 4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영풍제지의 주가가 급하락한 이유는, 전날 체포된 주범들이 영풍제지 주식을 모조리 매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10월20일 영풍제지 주식을 거래 정지시켰으며 앞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4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구속 심사했다. 이어 사흘 뒤인 23일, 검찰은 영풍제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다음 날에는 영풍제지의 최대주주인 대양금속, 대양홀딩스컴퍼니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여파는 키움증권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당시 피의자들이 주가조작에 활용한 주식계좌가 키움증권에 다수 분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영풍제지 미수금 거래를 차단하지 못하고 4943억원의 미수금을 발생시킨 키움증권의 주가는 이날 23.93% 폭락했다.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모씨와 이모씨 등은 소수 계좌서 시세조종 주문을 집중할 경우 범행이 드러날 수 있다고 판단, 100여개에 달하는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피의자들은 이 계좌를 활용하면서 미수거래를 통한 레버리지를 이용했다. 

3일 뒤인 26일, 한국거래소는 영풍제지에 대해 거래를 재개했다. 주가는 여전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11월2일까지 연속으로 하한가를 맞으며 역대 최장기간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5만원대였던 주가가 순식간에 4000원대로 떨어졌다.

하락세는 다음날부터 멈췄다. 장 초반에는 약간의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전일 종가 4010원보다 5.24% 상승한 42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1월3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주가조작 일당 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2023년 초부터 영풍제지 주식을 무려 약 3600만주가량 사들여 주가를 조작하고 약 2800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과는
없었다

지난해 영풍제지가 무상증자한 직후 주가로 약 3600만주를 계산해보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에 약 5000억원이라는 금액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피의자들은 ‘라덕연 사태’와 마찬가지로 다수 계좌를 동원해 매일 조금씩 시세를 상승시키는 방법을 썼다. 11개월 동안 주가를 무려 12배 이상 끌어올렸으나 금융당국의 데이터 분석과 자금 추적에 결국 꼬리를 밟힌 것이다.

라덕연 사태는 투자동호회 등을 통해 동원된 다수의 계좌를 이용, 거래량이 적은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해 주가가 급락한 사건이다.

영풍제지 주가 역시 라덕연 사태 종목들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특별한 호재성 공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매일 서서히 오르며 2022년 11월부터 12배 이상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SG 사태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다가 나온 게 영풍제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조사 착수 후 한 달여간 영풍제지 관련 약 1년간의 매매데이터를 분석하고, 혐의 계좌 등을 거쳐간 자금 원천에 대한 추적을 펼쳤다. 이후 강제수사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 지난 9월 증권선물위원장의 패스트트랙(긴급조치) 결정을 통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남부지검은 시세조종이 현재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곧바로 수사에 돌입한 뒤 피의자 4명을 체포했다.

영풍제지의 거품은 실적을 통해 드러났다. 2023년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이 629억원에 그치며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23.3%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9억2000여만원의 누적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연간 적자전환이 우려된다.

회장 아들도 포기한 회사 
35세 연하 사모님 재조명 

이에 따라 영풍제지를 이끌고 있는 조상종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대양금속 대표이기도 한 그는 영풍제지를 인수한 시점부터 영풍제지 대표도 겸직해오고 있다. 특히, 조 대표 역시 주가조작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대양금속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로 추정되고 있어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대재해 발생으로 법적 책임을 마주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처벌 대상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다. 따라서 잇따른 사망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로 이어질 경우 영풍제지 단독 대표이사인 조 대표가 그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영풍제지의 오너 리스크는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영풍제지의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이무진 회장은 2013년 1월3일 노미정 부회장을 최대주주로 변경했다. 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2년 말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 51.28%(113만8452주) 전부를 노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증여가격은 주당 1만6800원으로 총 금액이 대략 191억원이다. 이에 따라 노 부회장은 영풍제지의 지분율이 기존 4.36%에서 55.64%(123만 5182주)로 크게 늘어나며 단독 최대주주가 됐다.

더욱 화제가 됐던 건 1969년생인 노 부회장은 1934년생인 이 회장과 2008년 재혼한, 서른다섯 살 연하의 아내라는 점이다. 노 부회장은 2012년 초 영풍제지의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후 그해 8월 처음으로 회사 주식을 시장서 사들였고, 12월에 남편인 이 회장 보유 주식 전량을 증여받았다. 

영풍제지를 40년간 이끌어온 이 회장이 하루아침에 딸뻘인 아내에게 최대주주 자리와 사실상의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경영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이 회장에게는 전 부인과의 사이서 낳은 장성한 두 아들이 있었다. 

장남 이택섭씨도 경영에 참여한 바 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씨는 2002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경영권 승계 과정을 밟아 나갔다. 한경대학교를 졸업하고 영풍제지에 입사한 이씨는 경영 전면에 나서며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업과 DMB 관련 회사를 자회사로 영입하면서 회사 재정에 손실을 입혔다.

이씨는 2009년 대표이사 임기 만료와 함께 그 전까지 보유했던 지분 2.71%도 모두 정리한 채 회사를 떠났다. 이어 차남 이택노(53)씨가 형이 회사를 떠난 2009년, 임기 3년의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후 2012년 초까지 활동했으나 재임도 못한 채 임원직서 물러났다.

현대판 
신데렐라

그렇게 두 아들이 거쳐간 빈자리를 노 부회장이 앉았으나,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당시 업계에선 노 부회장을 두고 “전처와의 사이서 태어난 두 아들을 물리치고 경영권을 물려받은 ‘현대판 신데렐라’”라고 평가했다.

한편, 영풍제지가 중대재해 처벌 위기에 놓인 이유는 방만 경영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10월 사망한 40대 노동자의 유가족 측은 “영풍제지가 사고 발생 직후인 10월18일 ‘주가조작 의혹’을 수습하느라 사망 책임을 뒷전에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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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