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만 남은 HD현대 3세 숙제

부친 주식 넘겨받기 묘수는?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HD현대그룹 오너 3세가 또 한 번 초고속 승진 열차에 탑승했다. 사장으로 올라선 지 불과 2년 만에 부회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부친이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을 어느 시점에 넘겨받느냐가 관건이다.

HD현대는 지난 10일, 그룹 사장단 인사 단행과 함께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1년 10월 사장으로 선임됐던 정 부회장은 2년1개월 만에 또 한 번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예고된 수순

1982년생인 정 부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업체에서 2년간 근무했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한 이후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글로벌서비스 등 그룹 계열사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승진을 계기로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이 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경영 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HD현대는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가 가동돼왔다.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건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회장이고, 권 회장은 지난 3월 3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오는 2026년 2월까지다.

권 회장 휘하에서 정 부회장은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양측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내년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이 예정돼있다.

정 부회장이 총수로 자리매김하려면 HD현대 지분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관건은 부친이 보유한 HD현대 지분을 어떻게 흡수하느냐다.

올해 3분기 기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HD현대 지분은 36.33%이고, 최대주주는 지분 26.6%를 보유한 정 이사장이다. 반면 정 부회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은 5.26%에 그친다.

사장 2년 만에 부회장으로…
수천억 세금 출혈 부담 관건

정 부회장 입장에서 HD현대 지분을 확충하는 작업은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 2017년 4월 현대중공업 인적분할을 거치면서 지주회사로 출범한 HD현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가장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 지배구조는 ‘HD현대→중간지주사→사업회사’로 이어지는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HD현대가 지배하는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 ▲현대오일뱅크 등 중간지주회사 세 곳이 사업 부문을 나눠맡는 구조다.


주력인 조선 부문은 ‘오너 일가→HD현대→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등으로 이어진다. 건설기계 부문은 ‘오너 일가→HD현대→현대제뉴인→현대두산인프라코어→현대건설기계’ 등으로 연결되며, 에너지 부문은 ‘오너 일가→HD현대→현대오일뱅크→현대케미칼→현대쉘베이스오일’ 순이다.

정 부회장이 HD현대 지분을 늘리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부친이 보유한 지분을 증여·상속으로 넘겨받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천문학적인 상속·증여세 부담에 노출된다.

현 시점에서 정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 보유주식(2101만1330주)의 몸값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속·증여세율을 적용하면 정 부회장이 부친의 지분을 직접 넘겨받을 시 7000억원대 현금 유출이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HD현대가 배당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HD현대는 최근 수년간 고배당 정책을 펼치면서 정 부회장이 자금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HD현대 휘하에 있는 사업회사에서 집행한 배당금이 HD현대로 흘러갔고, 이를 토대로 HD현대는 배당 여력을 갖췄다.

현대글로벌서비스 상장 여부도 지분 승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IPO 계획을 확정했다. 올해 하반기 안에 주관사를 정하고,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매출 1조3000억원을 올렸고, 시장에서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3조~4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기가 지속되면서 선박 AS를 영위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 역시 몸값이 상승하는 분위기다.

지분 흡수 관건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상장에 성공하면 HD현대가 배당규모 확대를 꾀할 수 있고, 이는 곧 정 부회장의 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여지를 남긴다. 현대글로벌서비스 주주는 HD현대(62%),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설립한 글로벌 베셀 솔루션(38%)으로 구성된다. 2대 주주인 KKR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구주매출을 제외하고 전액 신주모집 형태의 공모를 원하는 만큼, 상장은 100% 신주 발행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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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