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잡는 ‘검수원복’ 그림자

내사 깠다가 독박 쓰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과거로의 회귀를 준비 중이다. 마약 사건 ‘직접 수사’라는 영광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은 곳곳서 포착된다. 검찰에 힘을 실어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도 컸다. 현재 검찰은 ‘검수원복’을 통해 일부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보완수사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경찰을 압박하고 나선 상황이다.

“대량 거래는 하는 것만 (검찰이)잡고 있다. 검경이 같이 했을 때보다 성과가 적지 않겠느냐?” 마약 단순 투약에 관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이다. 이 발언 이후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시행령을 개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스텝 바이 스텝

한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 질의에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에는 검찰이 단순 투약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장관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찰청법 개정안(이하 검수완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은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줄어들었다.

검찰의 마약수사권도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가액 500만원 이상의 마약류 ‘밀수’ 범죄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후 윤석열정부 들어 법무부가 지난해 9월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액의 제한 없이 ‘밀수’와 ‘유통’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마약 소지와 보관, 투약 등 범죄는 여전히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서 빠져 있다.

검찰의 힘이 빠져서인지 지난 9월까지 국내서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2만명을 넘어섰다. 대검찰청이 지난 30여년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7일, ‘제30차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 영상 축사에서 “마약 유통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국경 간 마약 밀매·밀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외 마약 밀수입이 늘면서 국내 마약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게 주요 원인이다. 국내서 압수된 밀수 마약량도 2020년 242kg서 지난해 561kg, 올해 8월까지 518kg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검찰의 마약 사건 ‘직접 수사권’이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인력 문제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민주당 검수완박 후 단순 투약 사건 수사 못해
법무부 시행령 개정 밀수·유통 경제범죄 분류

재경지검 한 검사는 “검찰이 경찰의 인력을 따라갈 수 없다. 다만 검찰은 수십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검경이 경쟁보다는 공조하는 건강한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실적과 성과로 치우쳐진 수사 관행이 문제로 떠오른다. 경찰이 증거불충분·무혐의 판단을 내려 검찰에 송치해도 ‘보완수사’라는 명목으로 되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단순 투약범임에도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려 하면 특정 ‘유통책’과의 연결고리를 의심해 내려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압수수색이나 통신기록 등을 조회해 유통라인과 관계가 없다고 해도 마약 수사와 관련해서는 성과 중심주의가 퍼졌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계류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30건을 넘는다. 특히 마약류 범죄에 신분 위장 수사를 도입해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자는 법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재는 경찰이 마약류 판매자에게 마약을 사겠다고 꾀내 이를 잡아들이는 행위인 ‘기회제공형’ 함정 수사만 판례상 허용되기 때문이다.

마약 범죄 혐의자들이 재판서 ‘범죄를 행할 의사가 없었는데 수사기관이 계략을 썼다(범의 유발)’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미국, 독일과 같이 마약류 범죄 수사를 위해 제도적으로 위장 수사를 도입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급증하는 마약 밀수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도 있다.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은 관세청장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에 마약류 밀수 고위험자 정보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마약 반입·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범죄가 의심되는 물품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내용도 담겼다.

보완수사 명목 사실상 경찰 압박
“미국처럼” 수사청 신설 목소리도

검찰은 마약 직접 수사권 회복에 동의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한 관계자는 “이원석 총장도 올 초부터 여러 번 언급해왔던 문제”라며 “마약 문제는 곧 민생 문제고 경찰과의 경쟁구도로 가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검수완박법 이후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검찰이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한 사건이 많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넓히는 것보다는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게 맞다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린다. 검찰이 마약 밀수를, 경찰이 투약 사범을, 해경이 해상 단속을, 관세청이 국내 밀반입을 맡는 등 다원화된 업무를 한데 모아 효율적으로 하자는 취지다.

다만 독립 기관 신설에 앞서 비단 수사에만 국한하지 않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국가정보원과 금융정보분석원 등 여러 기관에 뻗어있는 기능과 역할, 책임을 재정리하고 유기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지난 4월 ‘마약 범죄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하면서 해외 국가와의 공조팀 구축에도 나서고 있지만 마약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마약 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독립된 수사기관의 설립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법무부 산하 마약단속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직원은 1만여명에 달하고, 매년 5조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수사권 회복

특히 처벌 수위만 높이는 방법으로는 재범률이 높은 마약 근절에 한계가 있어 센터 설립과 상담 등을 통한 사전예방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이 워낙 중독성이 강하고 재범률이 높은 범죄인만큼 치료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중독 질병코드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721명으로 이는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 수(1만8395명)와 비교했을 때 3.9% 수준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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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