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고택 ②남양주 여유당

정약용의 숨결이 서린 곳

다산 정약용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서 나고 자랐다. 선생이 유배지서 돌아와 생을 마칠 때까지 머무른 여유당은 그의 숨결이 서린 곳이다. 한옥 자체는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다산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장소라 생각하면 의미가 남다르다.

정약용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기념 인물이자 조선을 대표하는 실학자다. 5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으며 정치와 과학, 경제, 의학,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 업적을 남겼다. 정조가 수원 화성(사적)을 축성할 때는 거중기와 녹로 등 창의적인 기구를 설계해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백성들의 수고를 덜었다.

조선 대표 실학자

정약용은 1800년 정조가 승하하자 고향으로 내려와 사랑채에 ‘여유당(與猶堂)’ 현판을 걸었다. 여유는 ‘조심하고 경계하며 살라’는 뜻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망설이기를 겨울에 살얼음판 건너듯 조심하고 겁내기를 사방 이웃을 두려워하듯 신중히 하라”고 한 내용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여유당이라는 당호를 붙였다고 한다.

다산은 조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으나 이듬해부터 18년 동안 강진서 유배 생활을 한다. 1818년 여유당으로 돌아와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을 정리했다.

정약용 유적지에 있는 여유당은 선생이 살던 집이 아니다. 1925년 대홍수로 집이 떠내려가 1986년에 다시 세워졌다. 원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사진과 생가에 살던 후손의 기억으로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여유당은 사랑채와 안채로 구성되며 다산 선생의 성품을 닮아 소박하다.


현재 사랑채에 걸린 현판은 운암 조용민 선생이 1990년에 쓴 글씨다. 여유당 상량문도 다시 제작했다. 상량문에는 여유당을 재건한 이유와 내력, 다산 선생의 일대기가 담겨있다. 상량문 현판은 퇴계 선생의 14대손인 한학자 이가원 선생이 짓고 썼다.

존경받은 학자 정약용은 인간적인 면모도 훌륭했다. 유배지서 아들과 딸에게 편지를 띄웠다. 부인이 보낸 치마를 잘라 두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적고, 딸에게 줄 그림을 그렸다. 다산 선생과 홍씨 부인의 회혼례 이야기도 전해진다.

선생은 여유당서 혼인 60년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었는데 안타깝게 회혼례 당일 세상을 떠났다. 회혼을 맞아 쓴 시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았다. 남양주시는 정약용 선생의 회혼례를 기리기 위해 혼인 60주년을 맞은 부부를 대상으로 여유당서 이를 재현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여유당 뒤 언덕에 선생과 부인을 합장한 정약용선생묘(경기기념물), 언덕 아래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이 있다. 선생이 회갑 때 삶을 회고하며 쓴 묘지명으로, 이 글에서 자신을 ‘사암(俟菴)’이라고 칭했다. 사암은 다산, 삼미, 열수 등 정약용의 호 가운데 하나다.

‘풀이나 짚으로 지붕을 만든 작은 집에서 세월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학문적 성취가 후대에 인정받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유네스코 선정 인물, 정약용 업적
다산 선생의 소박함을 닮은 곳

정약용 유적지에는 여유당과 정약용 선생묘 외에 시대를 앞서간 다산의 자취를 전시한 기념관, 선생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문화관이 있다. 선생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문도사도 자리한다. 문도사는 다산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고종이 나라에서 죄인으로 낙인찍힌 인물을 복권하고 시호를 내렸는데 다산 선생도 문도라는 시호를 받았다. 이에 따라 사당 이름을 문도사로 지었다.

정약용 유적지를 여행할 때는 배우 정해인이 녹음에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자. 유적지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들을 수 있다. 정약용 유적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1월1일, 명절 당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정약용 유적지 건너편에 있는 실학박물관은 조선 후기 실학의 탄생과 변화 과정을 살펴보는 곳이다. 1층 기획전시실, 2층 상설전시실로 구성돼있다. 곤여만국전도(보물)를 입체적으로 제작한 ‘빙글빙글 곤여만국전도’를 비롯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전시가 많아 흥미롭다.

제3전시실 대형 LED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1787: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상을 놓치지 말자. 선조가 남긴 과학 발전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

실학박물관서 도보 5분 거리에 다산생태공원이 있다. 정약용 선생은 여유당으로 돌아와 한강을 바라보며 산책하곤 했다. 공원에는 여유당집 상징물 등 포토 존과 다산의 업적을 소개한 표지판이 있어 선생을 생각하며 걷기 좋다. 사시사철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다산생태공원에서는 반려동물과 산책도 가능하다. 경사가 완만해 오르기 쉬운 전망대에서는 팔당호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능내역

집으로 돌아가기 전 능내역에 들르자. 2008년 중앙선(현 경의중앙선) 복선전철 노선이 국수역까지 연장되면서 능내역은 문을 닫았지만 옛 중앙선 기찻길이 남아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기차가 다니지 않아도 역사(驛舍)는 그대로 있다. 기차를 기다리던 의자와 빛바랜 흑백사진이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능내역 앞은 국토종주자전거길 남한강자전거길 코스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정약용 유적지(여유당-정약용 선생묘-기념관-문화관)→실학박물관→다산생태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정약용 유적지(여유당-정약용 선생묘-기념관-문화관)→실학박물관→다산생태공원
-둘째 날 능내역→마재성지→물의정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남양주시 문화관광 www.nyj.go.kr/culture
-실학박물관 www.sil hakmuseum.or.kr

문의 전화
-정약용 유적지 031)590-4242
-실학박물관 031)579-6000
-다산생태공원 031)590-8634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전철 경의중앙선 운길산역 1번 출구, 운길산역 정류장서 58번 버스 이용, 다산정약용유적지·실학박물관 정류장 하차, 정약용 유적지까지 도보 약 2분. 5호선 하남검단산역 3번 출구서 도보 500m, 꿈동산신안·창우마을·은행아파트 정류장서 8-8번 버스 이용, 다산정약용유적지입구 정류장 하차, 정약용 유적지까지 도보 약 1.2㎞.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경기버스정보 031)120, http://gbis.go.kr

자가운전
서울→내부순환로→서울도시고속도로→하월곡JC교차로서 북부간선도로 구리·월릉 IC 방면→조안교차로서 청평·대성 방면→다산삼거리서 정약용 유적지·실학박물관 방면→정약용 유적지

숙박 정보
-베니키아JD관광호텔: 진접읍 해밀예당1로, 031)571-2266, www.jdhotel.co.kr
-호텔더메이: 남양주시 별내2로, 031)551-8700, www.hotelthemay.com
-호텔에이: 조안면 북한강로, 031)577-7474
-에이원호텔: 남양주시 다산지금로36번길, 031)569-1016, www.aonehotel.kr
-돌체카사호텔: 조안면 북한강로989번길, 031)576-1505, www.dolcecasa.co.kr

식당 정보
-기와집순두부 조안본점(순두부백반·두부김치): 조안면 북한강로, 031)576-9009
-감나무집(장어구이·메기매운탕·영양백숙):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031)576-8263
-옛나루터(부대찌개·치즈돈가스·해물파전):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0507-1345-6790
-역전집(잔치국수·비빔국수·콩국수): 조안면 다산로526번길, 031)576-8243
-소원생고기(한우등심·한우생곱창): 조안면 다산로, 031)577-5609

주변 볼거리
수종사, 피아노폭포, 천마산, 물맑음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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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