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불어닥칠 강서구청장 보선 후폭풍

쏟아부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렸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물 건너갔고 참패, 완패만 남았다. 본격적으로 당내 비윤계가 반발할 조짐이다. 김기현 대표는 사퇴보다는 “잘하겠다”는 말만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에 또다시 혼란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 당선인이 지난 12일 밤 11시30분경 강서구청장 선거서 낙승을 거뒀다. 기호 2번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는 17.15%p로 완승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진 당선인은 56.52%(13만7065표), 김 후보는 39.37%(9만5492표)로 비교적 큰 표차가 났다. 

13만7065표
9만5492표

김 후보는 자정이 됐을 무렵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김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지지해 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 후보는 본격적인 선거 활동을 하기도 전에 여러 논란이 뒤따랐다.

그는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당선 무효형에 해당돼 구청장 자리를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 다시 후보로 나선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스스로 만든 빈자리에 다시 들어가려고 했다. 또 자신 스스로를 공익 신고자로 칭했는데, 김 후보의 죄명은 ‘공무상 비밀누설죄’였고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시작부터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는데, 선거에 패배하면서 국민의힘에 불어닥칠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 개표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아예 자리에 없었다. 이를 두고 어느 정도 패배가 예견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관건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전 격으로 불렸다. 승리에 따라 내년 총선의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였던 탓이다. 패배하는 쪽은 수도권 위기론을 더욱 심화할 수 있는 문제기도 했다. 

해당 문제는 국민의힘 윤상현·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떠올랐는데, 점차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은 이례적으로 사실상 당 전체가 김 후보를 지원사격하고 나서는 등 구청장 선거에 총력전을 펼쳤다. 당협위원장, 현역 의원을 가리지 않고 유세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 같은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는 압도적 표 차이로 패배하면서 국민의힘 발등엔 불똥이 떨어졌다. 패배가 어느 정도 계산에 깔려 있었지만, 과연 얼마의 표차가 나느냐가 관건이었다. 우선 국민의힘은 출발선부터 내부 상황이 어수선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당초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번복됐고, 결국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후보들 간 내분이 시작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갑자기 대법원 판결이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후보를 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관여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후보를 선정하는 경선 과정서도 파열음이 흘러 나왔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진선 전 당협위원장은 김 후보로 후보가 결정된 뒤 사실상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번 강서구청장 선거 당시에도 김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했었다. 경선 결과 김 후보자가 정해지자 김 전 위원장은 지방으로 내려갔고 캠프 개소식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진에 17.15%p 차이로 낙마 
다시 폭망 시절로 돌아간 격차


지역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조직이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으며 실제로 충청 출신, 기독교 등 구민들의 지지를 상당수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지원사격이 있었을 경우, 진 당선자와의 격차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위원장의 측근은 <일요시사>에 “상심이 컸을 것으로 본다. 한 번 양보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후보로 나서지 못했다”며 “결국 내부조직도 결속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큰 선거였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거의 모든 수도권 지역서 패배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은 쉽게 내줘서는 안 되는 선거였지만, 원칙을 깨면서까지 선거를 밀어붙였다. 결국 승리를 내주면서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도 강하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당내 갑론을박이 심해질 양상이다.

당장은 공천 실패와 중량급 인사로 선대위를 꾸렸다는 점 등 선거전략의 실패였다는 지적부터 나온다. 

김 후보의 선대위에는 정우택 국회부의장을 시작으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정진석·권영세·안철수 의원 등 중진급 인물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면서 강서구를 찾아 집중 유세를 펼쳤으나 무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책임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도부는 지난 12일,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선거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본래 험지서 치른 선거임을 강조했을 뿐, 책임을 지겠다는 언급은 일절 내놓지 않았다. 강서구는 본래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예견된 패배
총력전 실패

그러나 21대 총선을 거치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대선을 거치며 격차가 줄었고,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을 앞질렀다.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다시 표심이 과거로 회귀한 셈이다. 앞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주류가 꿈틀거릴 조짐이다. 당직 개편을 시작으로 나아가 대통령실까지 책임론이 분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비윤(비 윤석열)계 세력의 당 지도부를 향한 공격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역대급 참패”라며 “당정 쇄신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사리사욕에 눈멀어, 실패 체제 계속 끌고 갈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로써 김기현호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면서 지도부 개편 목소리도 대두됐다. 현재 체제로 총선을 맞이하게 될 경우, 공천 분란은 불보 듯 뻔한 상황이다. 일단 지도부는 시선을 돌리려고 애쓰는 상황이다. 총선기획단을 빠르게 출범시켜 일찍부터 총선을 대비하기로 했다. 

또 차츰 시행하고 있는 인재 영입을 공식화하며 당무감사도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부에 책임론이 크게 가해지는 악재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일단 조만간 5명의 영입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현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총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한다고 해도 비상대책위원회나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당 지도부 
시선 돌리기

앞서 강서구청장 보선서 패배하는 쪽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문제는 현 지도부가 사퇴를 하더라도 비대위원장을 맡을만한 인물이 부재하다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비대위원장으로 언급된 인사는 권영세 의원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지만, 둘 모두 참신성이 떨어진다. 두 인물 모두 윤심에 바짝 붙어 있는 인사로 분류돼서다. 


보선 패배로 당 대표가 물러날 경우, 국민의힘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거취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김 대표만 남고 사무총장을 비롯한 지명직 최고위원, 조직부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들의 일괄 사퇴 수순으로 마무리짓는 모양새다.

이철규 사무총장 외에 박수영 여의도 연구원장, 강대식 지명직 최고위원 등도 사퇴한다. 

지난 13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서 당 지도부가 사퇴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던 대신,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거론됐다. 또 다른 쇄신책으로는 미래비전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킬 방안을 검토했다. 미래혁신위는 혁신위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해당 기구가 출범하면 김 대표가 아닌 다른 인물이 이끌 예정이다. 

미래혁신위는 혁신위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체제로 알려졌다. 현재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김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영입한 5명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인재영입위원장 직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생각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입장에선 이제 원외 인사의 공격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는 김기현 지도부에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준석계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망했다. 폭망”이라며 “원래 험지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부여당이 험지 메이커”라고 비판했다. 천 위원장의 말처럼 현재 국민의힘은 활로를 찾아야 한다. 강서구청장 선거의 영향은 내년 총선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위기론이 아닌 비상론
대통령실도 변화 모습 보여야

원외 인사 중 비윤계의 대표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도 한마디 보탰다. 유 전 의원은 “완패, 참패”라며 “윤석열정부를 향한 서울 민심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심한 듯 “당 책임보다는 대통령실의 책임”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의 지적처럼 윤 대통령은 김 후보를 사면·복권했고, 형을 선고받은 지 3개월 만에 구청장 선거에 나섰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귀책 사유가 충분했는데도 내세울만한 이렇다 할 명분도 없었다. 처음부터 김 후보의 출마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당 지도부의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총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런 탓에 대구·경북(TK) 소속 의원의 험지 출마론에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중진, 다선 의원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험지 출마론은 하태경 의원이 가장 먼저 제기했다. 하 의원은 부산서만 3선을 지낸 ‘해운대 터줏대감’으로 불린 인물이다. 그런 그가 부산을 떠나 서울에 정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그의 출마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이다. 

하 의원을 필두로 당내외서도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 요구가 높아졌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시선이 강한 가운데, 중진 의원들 사이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안함이 가득한 분위기다. 

지도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에도 불안함이 감지된다. 이른바 윤심 후보로 치르는 시험대였는데, 전혀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선 패배에 대해 대통령실은 “어떤 결과든지, 엄중하게 선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내년 총선서 다수의 대통령실 소속 인물이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들 역시 윤 대통령의 얼굴로만 치르기에는 위태로울 수 있다. 

국정 기조
변화 모색

관건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변화할지의 여부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야당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나름의 뚝심을 보여왔다. 일단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며 한발 후퇴했다. 정치권에서는 다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대통령실이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대통령실 모두 위기다. 위기론이 아니라 비상”이며 “결국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다면 김기현 지도부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표정 관리, 왜?

민주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서 승리하면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진교훈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이재명 대표도 숨통이 트이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현재 이 대표는 불구속 기소가 된 상황이다.

검찰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에 따라 재판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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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