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숲으로의 초대 ⑤국립김천치유의숲

숲길·쉼터·건강 완벽한 삼박자!

국립김천치유의숲은 소백산맥의 명산으로 꼽히는 수도산 8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서 운영하는 국내 치유의숲 7곳 가운데 평균고도가 가장 높다. 그 덕분에 경북 이남 지역서 보기 드문 자작나무 숲을 품고 있다. 김천(구미)역서 자동차로 50분 거리, 말 그대로 오지다. 버스가 하루에 한 번 운행하니 자가용 이용을 추천한다. 국립김천치유의숲 내 주차장은 장애인만 이용 가능하며, 일반 방문객은 수도리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산길을 따라 15분 남짓 걸어야 한다.

내륙 깊숙한 곳이라는 것은 어쩌면 청정지역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 경북 김천에 자리한 국립김천치유의숲은 2019년 문을 열어 웰니스 관광지로 빛을 발했다. 52ha(52만㎡) 규모에 자작나무, 잣나무, 참나무, 낙엽송, 전나무, 생강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고, 산림 복지 전문 기관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 숲길과 쉼터, 건강의 삼박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치유의숲 내 숲길은 4개 코스로 나뉜다. 자작나무 숲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관찰의숲길(1.6㎞, 약 30분), 한반도 습지와 전나무 쉼터를 만나는 성장의숲길(3.6㎞, 약 1시간), 잣나무 덱 로드가 포함된 자아의숲길(4.5㎞, 약 1시간30분), 국립김천치유의숲 전체를 돌아보는 아름다운모티길(5.7㎞, 6~7시간)이다.

관찰의 숲길 

전 구간이 완만해 걷는 데 어려움이 없다. 컨디션에 따라 코스를 선택해 자유롭게 탐방하면 된다.

대표 코스는 단연 관찰의숲길이다. 힐링센터서 15분쯤 오르면 하얀 나무껍질이 눈부신 자작나무가 늘어섰다. 가벼운 트레킹으로 7ha(7만㎡)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수도산 정상부에 위치해 생육 환경이 강원도와 비슷할 거라는 판단이 지금 자작나무 숲이 만들어진 시작이다.


사람들이 정성으로 가꾼 자작나무 숲은 성공적인 조림지로 거듭났다. 수령 25년이 넘는 자작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다. 시인 백석이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라고 읊은 〈백화〉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자작나무의 사계는 뚜렷하다. 여름날 자작나무는 푸름 그 자체. 하얗고 매끈한 나무에 둘러싸여 한참을 걷고 또 쉰다. 김천8경에 드는 이곳의 청량한 풍경에 매료되는 순간이다. 자작나무는 껍질에 기름 성분이 많아 장작이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껍질의 기름 성분은 산골 사람들이 혹한을 견뎌내는 데도 한몫했다. 자작나무는 추위에 강하고, 피톤치드를 다량으로 뿜어 삼림욕 효과가 크다. 자일리톨의 원료이며, 암 치료에 특효라는 차가버섯이 자작나무서 자라는 등 쓰임이 많다.

숲속 명상소를 지나면 자생식물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보랏빛 투구꽃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장희빈이 받은 사약에도 맹독성 투구꽃 덩이뿌리가 들었을 터. 수도산과 인연이 깊은 인현왕후가 떠오른다. 투구를 쓴 전투병을 닮은 꽃이 멋진 자태를 뽐내는데, 꽃만 봐선 독초로 상상하기 어렵다. 셔틀콕을 닮은 관중, 노루오줌, 산수국 등이 시선을 빼앗는다.

숲길을 오르는 동안 ‘반달가슴곰 출현 주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국내서 태어난 53번째 수컷 오삼이가 얼마 전에 죽어 현수막은 필요 없어졌다. 종 복원을 위해 방사한 반달가슴곰은 대부분 지리산에 서식 중인데, 오삼이는 8년 전 지리산에 방사한 뒤 이곳 수도산서 종종 발견됐다.

민가 근처에 출몰해 포획 과정서 마취 총을 맞고 도망가다, 인근 계곡물서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숲 이용객에겐 안심되는 소식이면서도 안타깝다.

국립김천치유의숲을 제대로 느끼려면 산림 치유 프로그램(유료) 참여를 추천한다. ‘수도산보디테라피’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자작나무 숲 아래 너른 덱에서 매트를 깔고 진행한다. 소도구를 이용한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숲속 피트니스다.


취향따라 선택할 수 있는 숲길 코스
맞춤형 힐링테라피 프로그램도 진행 중

‘수도산마인드테라피’는 수령 150년 된 잣나무 숲 사이 덱 로드서 걷기 명상, 음이온 명상, ‘숲멍’ 체험 등을 한다. 나무 덱에 해먹(그물침대)을 매단 생각 자체가 힐링이다. 산림치유지도사가 해먹 설치하는 법을 간단히 알려주면 저마다 쉼터를 만든다.

여름 불청객 모기가 단잠을 방해할까 싶지만, 잣나무 향이 천연 모기약이 된다. 해먹에도 따로 모기장이 있어 해충을 막아준다. 울창한 잣나무 그늘이 차양이 되고, 고요한 산속에 울려 퍼지는 새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치유의숲에서 잣나무 덱 로드는 아는 사람만 와선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밖에 소도구 이완 테라피와 건강 트레킹을 겸한 ‘수도산웰니스테라피’, 힐링센터서 모둠북을 쳐보는 ‘수도산치유두드림(林)’ 등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립김천치유의숲 방문과 산책은 연중 상시 가능하며(무료), 프로그램 운영 시간은 주중 오전 9시~오후 6시다.

방문일 기준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5인 이상 / 주말 프로그램은 15인 이상 예약에 한함). 예약 없이 현장서 참여하는 상시 프로그램도 있다. 힐링센터 2층서 반신욕&힐링 티 체험, 부채 그리기, 반려 식물 심기, 오일 만들기 등 산림치유지도사 상황에 따라 운영한다(유료).

국립김천치유의숲으로 향하는 길목에 주차한 자동차 행렬을 발견했다면 어김없이 맑은 계곡이 흐른다는 것. 성주와 김천에 걸친 아홉 계곡, 무흘구곡은 계곡 맛을 아는 이들의 단골 피서지다. 무흘구곡은 대가천계곡, 수도계곡으로도 불린다.

국립김천치유의숲에서 내려가는 길 기준으로 처음 만나는 곳이 9곡 용추폭포이며, 7곡 만월담까지 드라이브 길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무흘구곡의 이름을 붙인 한강 정구의 이야기와 계곡의 절경 사진을 무흘구곡전시관서 살펴볼 수 있다.

인현왕후길은 총길이 8.1㎞ 순환형 둘레길이다. 수도리공영주차장서 출발해 청암사 근방을 거쳐 무흘구곡을 거쳐 내려온다. 10개 구간 표지판에 인현왕후의 이야기를 담아, 왕후와 동행하는 느낌이 든다.

인현왕후길

청암사는 도선국사가 신라 시대에 건립한 천년 고찰이다. 인현왕후가 폐비돼 궁에서 나왔을 때 이곳에 3년간 머물렀다. 청암사는 인현왕후가 복위한 뒤 조선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한적한 경내와 비구니의 단정한 아름다움에 금세 매료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국립김천치유의숲→인현왕후길→수도암→청암사→무흘구곡전시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김천치유의숲→인현왕후길→수도암→청암사→무흘구곡전시관
-둘째 날 사명대사공원→직지사→직지문화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김천시 문화관광 www.gc.go.kr/culture/main.do
-국립김천치유의숲(한국산림복지진흥원) www.fowi.or.kr
-수도산자연휴양림(숲나들e) www.foresttrip.go.kr
-청암사 www.chungamsa.org

문의 전화
-김천시청 관광진흥과 054)420-6670
-국립김천치유의숲 054) 435-3412
-무흘구곡전시관 054)421-1644
-청암사 054)432-2652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김천(구미)역, KTX 하루 27~29회(05:27~22:57)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김천(구미)역서 국립김천치유의숲까지 택시 이용, 약 50㎞.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 korail.com

김천관광택시 관외 주민등록 관광객을 대상으로 김천 전 지역 연중무휴 운행, 총운임 50%만 관광객이 결제(탑승 시 신분증 확인).

*문의: 김천관광택시 콜센터 054)435-2253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김천 IC→대구·거창·성주 방면 좌회전→영남대로→선산통로사거리서 강변로 우회전→대덕교차로서 대구·성주 방면 좌회전, 28㎞ 직진→수도암·청암사 방면 우회전, 8㎞→국립김천치유의숲

숙박 정보
-부항댐생태휴양펜션: 부항면 부항댐길, 054)421-1653, www.gc.go.kr/bhpension
-수도산자연휴양림: 대덕면 증산로, 054)421-1646, www.foresttrip.go.kr
-금낭화타운 : 증산면 수도길, 010-4312-2212, http://gnhtown.co.kr

식당 정보
-두레촌(된장찌개): 증산면 평촌2길, 054)437-4841
-백산가든(흑돼지정삼겹살): 지례면 장터길, 054)430-2252
-배신식당(석쇠불고기): 감문면 배시내길, 054)430-5834
-청산고을(찰솥밥산채한정식): 대항면 황학동길, 054)436-8030, https://cheongsan.modoo.at

주변 볼거리
장전폭포, 섬계서원, 부항댐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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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