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몰이’ 검찰 대반격 시나리오

‘막고 찌르기’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창이냐, 이재명의 방패냐. 한쪽은 창을 날카롭게 벼리고 한쪽은 갑옷을 두툼하게 챙겨 입는 모양새다.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도 이 대표도 이미 인내심은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을 시작으로 서서히 수사망을 좁혀가던 검찰이 이른바 ‘그분’ ‘보스’를 향한 수사를 예고했다. 시기상의 문제일 뿐 이 대표의 소환조사는 초읽기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파행 사건이 일어났다. 

두 법무법인
누가 진짜?

지난 8일 수원지법 형사 11부가 진행한 이 전 부지사의 42차 공판기일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전 부지사는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문제로 파행됐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으로 법무법인 덕수 측이 출석했다.

법무법인 해광 측은 지난 공판에 이어 이번에도 불출석했다.

검찰은 해광 측이 공판에 오지 않자 “피고인이 국선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법무법인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는 “멀쩡하게 나온 변호사를 두고 국선변호인을 운운하는 것은 변호권에 관한 심각한 침해”라며 “덕수를 유령 취급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은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해광 측은 이 전 부지사와 그의 아내가 입장을 조율하지 못하면서 불출석했다. 해광은 “피고인과 가족 이견이 조율된 이후 변론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덕수 측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검찰과 날선 공방이 벌어진 것. 

재판 파행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된 이 전 부지사의 증언서 비롯됐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부탁 등을 받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 300만달러 등 800만달러를 경기도 대신 북한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사업은 쌍방울이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경기도와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최근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협조를 요청한 적 있다’고 진술을 일부 뒤집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으로 대북송금 의혹서 이 대표와 쌍방울 간의 연결고리가 등장한 것이다.

이화영 재판 파행
배경에 이 있나?

이 전 부지사의 발언은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 또는 압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전 부지사의 아내는 ‘전기고문만큼 무서운 심리적 압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그 여파가 이번 재판까지 이어진 것이다. 

검찰이 지난달 중순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내용이 담긴 조서를 재판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이 증거에 관해 “피고인으로부터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고 해광 측도(증거에 대한) 내용을 부인하겠다고 해서 증거 관련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피고인의 입장인지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자 김 변호사는 “당신이 변호사입니까?”라고 소리쳤다. 검찰이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는 게 맞냐”면서 고성이 오갔다. 그러면서 “(덕수 측이)진술 조서를 부인하는 ‘미션’을 받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검찰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서, 재판장 기피신청서, 변호인 사임서 등을 제출하고 퇴정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부지사의 태도다. 이 전 부지사는 “(증거의견서와 기피신청서를)처음 들었고 읽어보지 못했다.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거의견서는 반려되고 재판부 기피신청서도 철회됐다.

이날 재판 파행의 여파는 이 대표에게로 튀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전 부지사 재판 파행에 관해 “보스에게 불리한 법정 진술을 입 막으려는 것은 마피아 영화서 나오는 극단적인 증거인멸 시도이고 사법방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다 보는 백주대낮에 공개 법정서 이런 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술 번복
스모킹건?

한 장관이 언급한 ‘보스’는 이 대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예 이 대표를 지칭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앞으로도 파행을 거듭한다면 이 대표와 이해찬 상임고문을 구하기 위한 불순세력의 힘이 작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 파행은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고, 재판 지연은 이 대표의 소환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던 검찰로선 거듭된 재판 공전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의사에 반하는 배우자와 변호인의 관여로 공판이 공전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변호사에 대해서는 변호사 징계 개시 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의 재판 파행으로 검찰과 이 대표의 대립구도가 극대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던 무렵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부터 시작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수사의 칼을 들이미는 동안 이 대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등 겹겹이 방패를 세웠다. 대선서 패배하면 일정 기간 동안 자숙한다는 정치권의 관행을 뒤로 하고 3개월 만에 인천 계양구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때에도 ‘방탄’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이 대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방어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 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당시 체포동의안 표결 자체는 가결이 많았지만 출석의원의 과반이 되지 않아 최종 부결됐다. ‘가결 같은 부결’ 결과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무너지는
방어태세

이 대표는 내부 단속과 동시에 검찰 비판에 열을 올렸다.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검찰’ ‘검사독재정권’ ‘유권무죄 무권유죄’ 등의 표현으로 날선 공격을 가했다. 특히 검찰의 행보를 ‘쇼’라고 지칭하면서 대선 패배 이후 윤석열정부가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의 과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은 지난 1월 소환조사가 진행되면서 극으로 치달았다. 신호탄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이었다.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 40여명, 지지자 500여명과 함께 검찰에 출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소환에 대해 “명백한 야당탄압이며 없는 죄를 만드는 사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10일 1차 소환조사 이후 같은 달 28일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해 2차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2월10일에는 3차 소환조사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는 “검찰권을 이용해 진실을 발견한 게 아니라 기소를 목적으로 조작을 하고 있다”며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제가 부족해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과정도 갈등의 연속이었다. 출석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일정 조율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서 ‘서면 진술’로 답변을 갈음하면서 진술 거부 논란도 불거졌다.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은 정치적 대립으로 이어지곤 했다. 국민의힘은 진술 거부라고 지적하고 민주당은 정당한 방어권이라고 맞받아치는 식이다.

3번의 소환조사 끝에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배임 및 뇌물, 이해충돌방지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서의 핵심인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배임 혐의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르면 침묵하고 
정치적 파장으로

정치권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와 반명(반 이재명)계의 분열 양상은 체포동의안 표결로 뚜렷해졌다.


검찰 입장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를 영장전담 판사 앞에 세우진 못했지만 크게 잃은 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 국면서 추가 기울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방어에 급급한 이 대표에 비해 검찰은 공격 카드가 많다는 것.

당장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오는 17일 이 대표를 소환조사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성남시가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 과정서 사업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성남시는 백현동 부지의 용도를 변경하거나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을 100%서 10%로 줄였고 공사의 사업 참여를 배제했다. 결과적으로 성남알앤디PFV는 백현동 사업으로 지난해 말 기준 3185억원의 분양이익을 얻었고 최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는 약 700억원의 배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여기에 대북송금 의혹으로도 소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진술을 뒤집으면서 검찰이 나름의 ‘건수’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은 재판 파행을 불러올 만큼 파괴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측근의 발언을 통해 또 다시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됐다. 

다음에도
부결될까?

현재 이 대표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 말고도 민주당서 불거진 각종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을 8개월 앞두고 당내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제 강공 일변도로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환조사에 이어 또 한 번의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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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