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동양건설산업, 왜?

시공 능력 평가 순위 껑충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동양건설산업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나날이 대외적 위상이 올라가는 모양새다. 덩달아 후계자의 입지도 강화되는 수순이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는 2023년 토목건축공사업체 시공 능력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시공 능력 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 실적·경영 상태·기술능력 및 신인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올해 시공 능력 평가에서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20조7296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2014년 1위를 기록한 이후 10년 연속 1위를 수성 중이다. 2위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현대건설이었고, 1년 새 시평액이 5000억원 넘게 오른 대우건설이 6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4위에는 순위가 3계단 상승한 현대엔지니어링, 5위는 GS건설이었다.

뒤바뀐
서열 순위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는 전년 대비 각각 3계단씩 하락해 6위와 7위를 기록했고,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각각 8위와 9위를 유지했다. 호반건설은 전년도 11위에서 10위로 올라섰고, 전년도 10위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은 호반건설과 자리바꿈했다.

10위권 밖에서는 대대적인 순위 변동이 있었다. 전년 대비 10계단 이상 순위가 상승한 건설사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었다.  특히 라인건설, 라인산업, 동양건설산업 등 라인건설 관계사의 약진이 돋보였다. 이들은 특수관계인이 지분관계로 얽혀 있는 곳이다. 


올해 시공 능력 평가에서 동양건설산업은 36위, 라인건설은 40위, 라인산업은 44위를 각각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각각 13계단, 5계단, 24계단 일제히 상승한 수치다. 이들 가운데 동양건설산업은 최악의 위기를 이겨낸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1968년 동양고속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동양건설산업은 건축사업과 토목·신재생에너지·환경·해외사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종합건설사다. 이 회사는 2010년 1조원대 매출을 올리면서 주목할만한 중견 건설사로 이름을 드높였지만, 곧바로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했다가 4000억원대 PF보증에 발목 잡힌 게 결정타였다.

결국 동양건설산업은 2011년 7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아픔을 겪었고, 실적은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2010년 66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1050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한때 부채비율이 1800%를 초과하는 등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동양건설산업은 이지건설이라는 지원군을 등에 업고서야 반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시행업에 주력해왔던 이지건설은 동양건설산업의 오랜 시공 경험을 높게 평가했고, 2014년 법정관리 중이던 동양건설산업을 15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1월에는 동양건설산업이 이지건설을 역합병하는 방식으로 통합이 이뤄졌다.

동양건설산업은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이후 빠르게 제 궤도를 찾기 시작했다. 2016년 41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600억원으로 뛰어올랐고, 지난해에는 1600억원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빈털터리 새 식구서 백조로 
승계와 맞물린 파죽지세


법정관리 졸업 이후 수주잔고는 급격히 증가했다. 앞서 동양건설산업은 2011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매년 수주잔고가 감소했다. 법정관리 중에는 회사 신용도가 하락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주활동을 벌일 수 없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2010년 1조원대였던 수주잔고는 이듬해 7631억원으로 급감했고, 2015년에는 1916억원까지 줄었다. 

그러다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오름세로 전환했다. 2015년말 이지건설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이후 수주잔고는 2016년 2992억원, 2017년 4259억원 등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고, 지난해 말 기준 9218억원으로 확대됐다. 2022회계연도 매출(6930억원)의 1.3배 규모다.

동양건설산업은 수익성 개선과 수주잔고 증가에 힘입어 시공 능력 평가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8년년 시공 능력 평가 순위가 100위권으로 떨어졌던 동양건설산업은 ▲2019년 82위 ▲2020년 60위 ▲2021년 54위 ▲지난해 49위 등으로 순위를 꾸준히 끌어올렸고, 올해는 36위에 이름을 올렸다.

동양건설산업은 전년 대비 공사 실적, 경영 평가, 기술능력 평가, 신인도 평가 등 4개 항목 모두에서 상승한 지표를 나타냈다. 외형과 수익성이 커지면서 사세 확장이 꾸준히 이뤄진 양상이다.

공사 실적은 294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8% 증가했고,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경영 평가액은 8848억원으로 전년 대비 60.9% 늘었다. 지난해 동양건설산업의 매출은 6931억원으로, 이중 임대주택의 분양수익이 2096억원에 달했다. 

동양건설산업의 상승세는 그룹 승계 작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건설이 동양건설산업 지분을 매입한 직후 이지건설이 보유한 지분 중 과반이 시행사인 동양이노텍에 넘어갔다. 인수 직전년도였던 2013년 말 기준 동양이노텍의 총자산총계는 168억원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자본은 20억원, 현금성 자산은 37억원에 불과했다. 

단순치 않은
성장의 이면

2014년 말 기준 동양이노텍의 지분은 공승현씨와 오정화씨가 각각 52.3%, 47.7%로 나눠갖고 있었다. 오정화씨는 공 회장의 배우자이자 공승현씨의 모친이다. 지분구조는 2015년 공승현씨가 92%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변경됐고,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동양이노텍이 동양건설산업 대주주로 올라선 과정은 공승현씨를 축으로 하는 승계 절차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동양이노텍은 동양건설산업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착실히 외형과 내실을 키웠다. 동양건설산업 인수 직후 1000%를 넘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100% 미만으로 떨어졌고, 총자산 1조1472억원으로 확대됐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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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