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 측정기 무용론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07 11:40:53
  • 호수 1439호
  • 댓글 0개

들고 다녀도 소용없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방사능 노출에 관한 우려도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일부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했다. 오염된 수산물은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문제는 측정기의 정확도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피복된 생선의 껍질을 벗겨야 정확한 검증이 가능하다.

일본이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제시한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이 지났다. 인체에 문제가 없을 만큼 희석해 방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 내 유해 핵종을 처리한다는 의미다. 오염수에는 크게 삼중수소,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이 들어 있다. 이 중에서 삼중수소는 물과 화학적 성질이 같아 분리하기 어렵다. ALPS의 효용성이 의심받고 있어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사람 몸에도?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휴대용 측정기는 잡음까지 측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능 측정기기가 오염수와 무관한 자연 감마선까지 잡아낸다는 뜻이다. 

애초에 수산물이나 사람 몸에는 칼륨40이라는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에서는 물론, 전자레인지서도 감마선이 나온다. 자연적인 감마선의 대표격이 칼륨40이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기가 칼륨40까지 측정한다면 정확도는 떨어진다. 감마선은 투과율이 높아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 

반면 베타선이 나오는 삼중수소, 스트론튬 등은 투과율이 낮다. 그만큼 인체에 흡수될 시 빠져나가기 어렵다.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 쌓여 유전정보를 바꿔놓을 위험이 있다. 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를 발생시키는 것도 이런 원리다. 피복에 따른 위험성은 알파, 베타, 감마선 순으로 나열된다. 플루토늄에선 알파선이 나온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방사능 측정기기는 대부분 감마선만 측정한다.


기기는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면 안전하다고 판단할 뿐이다. 플루토늄, 스트론튬 등 고위험 방사능 피폭 가능성은 배제한 셈이다.

또 장비가 부족해 전체 유통량 중에서 검사받는 물량이 극히 일부분이다. 현재 일본서 수입되는 농축수산 가공식품의 양은 20만~40만㎏에 달한다. 이에 사용되는 방사능 검사장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방사성 핵종에 대한 유해성도 전문가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누굴 믿고 안심하라는 건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티머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교수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반대로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안심하라는 입장이다. 

오염수 방류에 들끓는 여론
불안한 마음에 유행처럼 구입

지난 4월 방한한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는 생물 체내에 들어가면 고에너지 감마선보다 두 배 이상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중수소 원자는 물에 가까워 체내로도 쉽게 들어올 수 있다. 그는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순간적으로 DNA나 세포에 영향을 미치면서 곧바로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며 “투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삼중수소의 베타선은 세포조직이나 장기 내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쏘 교수는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삼중수소의 영향을 다룬 25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생물학적 효과비가 세슘-137의 2~6배라는 점이 다수 문헌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삼중수소의 성질을 잘못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선데이>와 가진 인터뷰서 “오염수에는 물과 구별할 수 없는 ‘삼중수소수’로 들어 있다”며 “물이 몸 안에 쌓이나? 방류 반대자들이 체내에 축적되는 중금속처럼 말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000만 국민이 모두 속았다고 강조했다. 유해 핵종에 관한 유해성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된 수산물을 검증한다고 안심할 수 없다. 특히, 방사능 피복에 부작용은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다. 면역력 저하, 암 발병 등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날 뿐이다.

의사에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술, 담배를 줄이세요” 밖엔 없다. 대처 방안에 대해 서 교수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7~8년간 일본 수산물은 먹지 않을 것”이라며 “조심해서 나쁠 게 없는데, 음모론자로 비판받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선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기 도입 시범을 보이며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부산어패류처리조합 관계자는 기기를 들고 수산시장을 찾았다. 약 30㎝ 떨어진 거리서 돌돔에 대자 0.66이라는 수치가 떴다. 세슘(Cs)-134값이 ㎏당 0.66베크렐임을 의미한다.

세슘서 나오는 감마선 측정은 비교적 쉽다. 세슘을 측정하면 다른 핵종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

플루토늄에선 알파선, 스트론튬에선 베타선이 나오는데 검사법과 측정 방법이 모두 다르다. 식약처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만 세슘 농도를 측정·조사하고 있다. 국산 수산물은 해양수산부가 맡는다. 이 측정기는 부산시설공단 자갈치시장사업소가 무상으로 대여했다.

생선 껍질 벗겨야 
정확한 검증 가능

관계자는 “부산시가 검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해 지난 10일부터 매일 오전 7~8시마다 검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단 1건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염수 방류는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매일 검사하니 앞으로도 수산물을 마음껏 먹으라고 안심시켰다. 부산시는 휴대용 방사능 검사장비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수산진흥과 관계자는 “기기를 추가 구입해 검사 지역을 광안리 민락회센터 등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말, 여수시도 측정기 4대를 1800만원에 사들였다. 수산물 검사 품종과 수거 장소, 검사 건수 등 자료도 만들었다. 안전성 검사 결과는 매달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방침이다.

여수시는 생산·판매 단계의 수산물을 수집해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방사능 검사 횟수도 늘려 올해부터 어획 수산물에 대해 연 160건으로 확대한다. 지자체의 대응은 높이 평가된다. 문제는 방사능 측정기에 대한 신뢰도다. 정확한 검사가 어려운 상태라면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가령 오염수가 침투된 생선을 껍질째로 검사하면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 식약처도 검사 시엔 생선 껍질을 제거한다. 시료를 잘게 자른 후 차폐용기에 넣어 3시간 가량 검출 여부를 확인한다. 측정기로 스치듯 갖다 대는 건 정확한 검사가 아니다.

서 교수는 “휴대용 측정기는 주로 표면이나 공기 중에 검출되는 방사능을 검출하는 데 쓰인다”며 “위험하지 않은 방사능까지 잡히니까 오해의 소지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휴대용 측정기는 교체 시기도 짧다. 전문가들은 “측정기는 사용 후 6개월서 1년마다 기기 교정이 필요하다”며 “중고거래 등을 통해 오래된 측정기를 구매할 경우, 오작동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즉 10만~100만원대의 저가 측정기는 정확한 검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불안한 심리를 겨냥한 상술에 각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최근 한 보험사는 오염수 방류로 국내 암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광고했다. 암 보험이 필요하다는 1차원적인 마케팅이다. 

잡음까지 나와

또 ‘오염수 방류 전 마지막 물량’이라고 불안 심리를 자극해 수산물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있다. 정부도 “비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소비자 불안감을 조성하는 소비자보호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조치하겠다”고 나섰다. 

한편, 일본 정부는 방류 시기를 예고하지 않고 있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신임 차관은 “아직 방류가 시작도 안 된 상태”라며 “일본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오염수 방류 시점을 통보받은 바는 없다. 방류에 앞서 인접 국가와는 시기 조율을 거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