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에 펼쳐진 꽃길? 한국금융지주 대물림 중간 체크

금수저 황태자에 펼쳐진 꽃길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금융지주 오너의 장남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핵심 계열사로 발령받은 데 이어, 지주사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관련 업계에서는 후계자의 최근 행보를 승계 절차와 연결 짓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장남인 김성윤씨는 지난달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한국금융지주 주식 5만2739주를 장내 매수했다. 매수한 주식의 평균 취득가는 5만64원이고, 총 취득금액은 26억4000만원이다. 

이로써 성윤씨는 한국금융지주 지분 0.09%를 직접 보유하게 됐으며, 김 회장과 함께 특수 관계인 주식 소유 현황에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의 자녀 중 한국금융지주 주주로 등록된 것은 성윤씨가 처음이다.

의미심장

1993년생인 성윤씨는 2017년 영국 워릭대학교 졸업 후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했고, 2019년 한국투자증권 해외대학 출신 공개채용 전형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4개월간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영업지점인 강북센터에서 사원으로 지냈다.

2020년 말에는 본점으로 이동했고, 다양한 IPO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올해 초에는 대리로 승진했으며 경영전략실로 이동해 근무 중이다.


성윤씨가 평사원부터 시작한 것은 한국금융지주 모태인 동원그룹에서부터 이어온 ‘현장 중시’ 가풍을 이은 것이다. 실제로 부친인 김 회장은 한신증권에 입사해 명동지점 대리로 발령받아 현장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성윤씨의 한국금융지주 지분 취득을 승계작업과 연결 짓는 분위기다. 이번 주식 매입을 시작으로 성윤씨가 본격적인 지분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성윤씨를 축으로 하는 승계 전략은 이전부터 예고된 사안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지난 3월 이강행 부회장이 등기 임원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성윤씨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일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실무 익히며 지주사 주식 차곡차곡
시간 걸려도…정해진 수순

다만 성윤씨가 경영 전반에 나서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63년생인 김 회장이 은퇴를 논할 나이가 아닌 데다, 오랜 현장경험을 중시하는 가풍도 감안해야 한다.

1987년 동원그룹에 입사한 김 회장은 1998년이 돼서야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자산운용본부 상무로 승진했으며 다음해인 1999년에 전무, 2000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02년 동원금융지주가 출범되면서 초대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4년 동원그룹에서 계열분리 후 2005년 한국투자증권(구 한국투자신탁)을 인수했다.

성윤씨의 지주사(한국금융지주) 주식 보유량이 부친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은 본격적인 승계 절차를 밟지 못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다. 김 회장은 한국금융지주 지분을 20.7% 보유한 최대주주고, 0.09%에 불과한 성윤씨와는 큰 격차가 있다. 


향후 성윤씨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부친이 보유한 한국금융지주 지분을 흡수하는 일은 필수다. 그룹의 지배구조는 ‘김 회장-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형태를 띠고 있으며,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다음 플랜은?

만약 성윤씨를 축으로 하는 승계작업이 진행될 경우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증여 혹은 상속받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김 회장 역시 1991년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동원산업 주식 55만주를 증여받은 전례가 있다.

성윤씨의 개인회사를 통해 지주사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성윤씨가 아직까지 개인회사를 운영하지 않는 데다, 상속·증여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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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