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양평 수수께끼

꼬이고 또 꼬이는 2조 국책사업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1조7695억원. 2조원 가까이 되는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여전한 ‘네 탓’으로 특혜 의혹서 정치권 싸움으로 번지며 이전투구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15년 동안 추진해온 국책사업은 짧은 한마디에 무너져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점이 쌓여만 갈 뿐 해결되는 건 없다.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두고 여전히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고속도로’ 의혹으로 시작해 현재는 ‘김건희 게이트’ ‘더불어민주당 게이트’로 나뉘어 여론전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리스크로 확정짓고 또다시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똥 볼’을 찬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쏟아낸다며사과 없이는 국회 일정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날이 갈수록
쌓이는 의문

여야의 쏟아지는 네거티브 속에서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진행했고,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먼저 의혹을 제기한 측은 민주당이다. 앞서 민주당은 국토부가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 양평군 강상면으로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한 것을 이유로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민주당의 정치공세로 몰아붙이며 물러서지 않자 여야 인사들과 관련된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온다. 떠오른 핵심 사안으로 김 여사의 토지 보유 시점, 노선 변경 당시의 상황 등이다. 캐면 캘수록 자꾸만 김 여사 일가에 대한 의혹이 터져나오자 원 장관은 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선언해버렸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간판과 직을 걸고 한판 붙자”는 식으로 맞불을 놨다. 그도 그럴 것이 원 장관은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캠프서 공약을 담당하는 정책본부장을 맡았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이 같은 발언은 대선주자로 나서기에 앞서 정치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발언이라고 해석된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양평IC~중앙고속도로 홍천IC 간 약 40㎞ 구간의 고속도로 건설을 약속했다. 해당 사업은 경기 양평군 옥천면 일대에 있는 양평 IC와 강원 홍천군 홍천읍 일대 홍천 IC를 잇는 사업이다. 

현재 국민의힘 전진선 양평군수 역시 서울양평고속도로 조기 완공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 있다. 민주당이 이런 사안을 지적하자 국민의힘은 현재 민주당 시절에도 해당 공약이 변경됐다는 식으로 맞받아쳤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처음 제안된 시기는 2008년으로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이다. 2017년 당시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서는 중점 추진사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누가 왜 갑자기 바꿨나
예비조사 뭉갠 인물은?

당초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평가 조사와 관련해 2021년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예타 평가 조사안(양서면 종점안)을 냈다. 조사안에 따르면 상습 정체구간인 6번 국도(경기 남양주~양평)의 교통정체 해소를위해 인근 경기 양평군 양서면에 분기점을 만들어 교통량을 분산할 필요성이 언급됐다.

경기 동남권 간선 도로망 확보 등 서울과 양평의 접근성 향상이 목적에 담겨있다.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이유도 이 같은 목적에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안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까지 보고됐던 사안이다.


발주는 문재인정부서 시작됐으나 윤석열정부 들어 당초 KDI의 예타 평가 조사안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면서 여러 쟁점들이 추가됐다. 이 지점서 드는 의심은 예타 평가 조사안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낸 게 과연 누구인지다. 

일각에선 예타 조사, 변경안 등 사안이 모두 문정부서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따져보면 양평고속도로의 예타 조사 착수가 시작된 시점은 지난해 3월이다. 이 시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막 가동된 때다.

이후 윤 대통령이 취임한 시점인 지난해 5월경 양평 예타 조사 착수 보고회가 열렸다. 당시에는 예타 조사 결과 노선의 문제점 분석 및 검토 방향이 보고된 시기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지난해 7월 국토부는 사업 추진을 위해 예타 평가에 대한 관련 부처, 해당 지자체와 협의에 들어갔다. 양평군은 국토부에 강하IC가 포함된 3개의 노선을 제안했는데 이때 종점 강상면 안이 등장한다.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원안은 경기 하남시 감일동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를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 발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꾸는 안이 등장했다. 

지난해 3월 예타 조사에 착수한 뒤 조사기관을 통해 조사와 검토를 거쳐, 양평군이 강상면 종점 변경 대안을 제시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수장인 원 장관은 여전히 민주당의 가짜 뉴스로 몰고 있다. 문정부서 민간업체에 맡겼고, 노선 변경이 문정부서 맡긴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여야 평행선
첨예한 대립

올해 1월에는 국토부가 양평군에 대안 노선을 제시했고, 2월 초 양평군은 검토 의견을 회신한 바 있다. 양평군은 통과 노선에 IC 설치 등 양평군 주민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도록 노선 계획 수립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및 설명회가 개최 공고가 났고, 지난 5일은 송파구와 하남시, 6일은 양평군과 파주시가 계획돼있었으나 설명회와 의견수렴은 중단된 상태다. 현재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다시 추진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여야가 대립 중이다. 처음 의혹이 터졌을 때는 여야 관련 인사들의 땅 문제로 불거졌다.

민주당이 최초 제기한 의혹도 변경안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변경안 일대 김 여사 일가 땅만 해도 축구장 5개 규모다. 강상면 IC와 양평JCT 반경 5㎞ 안 토지 29필지를 김 여사 일가가 소유했다는 게 드러났다.

이는 재산 공개 때보다 훨씬 많아졌으며, 12개 필지는 상속으로, 17개 필지는 매매를 통해 취득했다. 또 지목 대부분이 변경돼있고 김 여사,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 등이 소유하고 있다. 앞서 특혜 논란이 불거진 부동산 개발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 역시 땅을 가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김 여사 일가의 땅 일부가 접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접도구역이란 도로 구조의 손괴, 미관 보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지정한 구역을 뜻한다. 이 과정서 편법(변경한) 사례가 발견된 것.


돌고 돌아 다시 네 탓 공방만
“장관 혼자 결정할 사안 아냐”

토지의 지목 변경, 등록 전환 등을 위해서는 합당한 인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현재 지목은 창고 ‘용지’든, ‘대’든, 건축물대장 용도란에 다 표기가 돼있다. 지목 변경, 등록 전환을 위해서는 관할인 양평군청에 관련 서류들을 첨부해야만 한다. 따라서 김 여사 일가가 군 민원실에 어떤 방식으로 인허가를 받았는지 의문점이 생긴다. 

반면 원안 종점에는 전 양평군수인 정동균 전 양평군수(민주당)와 정 전 군수 친척들의 땅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정 전 군수와 친척들 소유 토지 중 상당수가 원안상 종점을 기점으로 1.6㎞ 정도 거리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선대로부터 증여·상속받아 공동 소유 중인 땅과 함께 정 전 군수가 1998, 2004년에 각각 매입한 땅도 일부 포함돼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탓에 결국 원안과 변경안을 두고 서로 특혜 시비가 벌어졌고 정치적 문제로까지 확전됐다. 결국 피해는 오롯이 양평군민의 몫이 됐다.

국토부의 해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종점 변경안을 제시한 게 양평군이라고 밝혔다가 이후 용역 의뢰를 받은 설계 회사라며 자신들의 주장을 다시 뒤집었다. 개발 가능성이 없다는 선산이라고 해명했던 부분도 거짓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건희 일가에 막대한 이익을 주려고 작정하고 저지른 범죄로 본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며 “원안 백지화냐 아니냐를 두고 민주당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 김 여사가 답을 해야 하는 사안인데, 백지화 논란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 
인허가 받았나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지점은 또 있다. 여전히 왜 종점이 바뀌었는지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 변경하려고 했다며 주장하고 있지만, 변경 이유는 여전히 베일에 쌓인 상태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있던 강상면 종점 노선이 예타 조사를 통과한 원안 대신 채택된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만일 사업이 대안 노선으로 추진된다고 해도 서울양평고속도로는 다시 예타 조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재예타가 필요 없다는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단순히 변경되기 전에 이미 예타 조사가 끝난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에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전국 고속도로 24건 중 14건이 시작점 또는 종점이 변경됐다는 부분을 강상면 종점 변경 가능 근거로 내세웠을 뿐이다. 

예타 조사는 국가재정법 38조 및 동법 시행령 13조 규정에 따라 예산편성과 기금 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실시하는 검증과 평가다. 사업 구간을 특정한 후 해당 구간에 대해서만 비용편익분석(B/C)을 하는 행위다. 

앞선 예타 조사는 변경안이 나오기 이전에 시작됐고, 완료된 사안으로 그 어디에도 강상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후 등장한 변경안이 제시됐다면 변경된 부분에 대해 다시 예타 조사를 시행하는 게 마땅해 보인다.

게다가 양서면서 강상면으로 노선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거리도 짧지 않으며 지나는 지역도, 도착 지점도 완전히 다르다. 큰 축이 흔들렸고, 노선의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재예타가 필요한 셈이다.

“간판 걸고 한판 붙자”
종점 게이트 열리나 

일각에선 변경안의 경우 2㎞가 추가 연장되고, 사업비는 1000억원이 더 든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6일 새 노선 사업비 증가액이 140억원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변경된 노선을 두고 예타 조사를 거치지도 않은 상황서 사업비 증가액이 산정된 경로도 의문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고시 이전에 재예타 면제를 위해 종점 구간 변경 및 사업비 증액을 사유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했는지다. 협의했다면 협의한 사유는 무엇인지, 기재부가 협의해준 내용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기재부 역시 “노선 변경된 부분에 대해서 사전에 국토부와 기재부 사이에 협의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대목서 불거지는 의문점 중 하나는 과연 원 장관의 단독 결정이 맞느냐는 부분이다. 2조원에 육박하는 사업을 국토부 장관이 마음대로 백지화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원 장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사안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본다. 임세은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7월3일의 입장과 7월7일 입장이 너무 확연하게 다르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백지화를 선언했던 지난 6일에도 원 장관이 용산 대통령실에 출입했다는 증언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 전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도 “계속 교감이 있었다는 제보와 증언이 있었다. 원 장관(제보에 대해) 반응이 있다면 동선을 공개하라고 하겠다”고 전했다. 

윤·김 부부
여전히 침묵

만일 원 장관이 대통령실에 출입했다는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혼자 내린 결정이 아닌 ‘지시’를 받고 한 결정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원 장관은 대통령실 출입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이며,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해명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통령실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에 대해 거리를 두는 모습만 보인다. 

한 정가 관계자는 “사태의 본질을 다시 파악해야 한다. 현재는 원안 찬반 여부로 논쟁이 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김 여사 특혜 문제가 아니라 여야 간 책임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제2의 바이든 날리면 사태와 다름없는 작전”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평 논란’ 민주당 작전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쉽게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연일 맹공을 퍼붓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국정조사’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의 진상을 은폐하려는 윤석열정부의 거짓말이 곳곳서 드러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정쟁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라며 사실상 국정조사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히려 문재인정부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양평 고속도로 국조가 필요하다면 대상은 문재인정부”라며 맞받아쳤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면죄부’ 역풍 맞은 중앙지검 막전막후

‘김건희 면죄부’ 역풍 맞은 중앙지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사실상 종결됐다. 항고가 남았으나 기소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던져준 꼴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특수통이 아닌 기획통 중심의 연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물갈이가 검사 ‘줄사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브리핑도 그렇고 결론 자체가 참담하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의 말이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여사의 핸드폰과 주거지 압수수색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나 법원이 기각했다며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사 결론을 내놓은 데 이어 내부에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4년 넘게 맹탕 수사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를 수사한 건 4년6개월이 넘는다. 증거와 법리를 따져 불기소 처분했다는 입장이지만 면죄부를 던져줬다는 비판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범행을 간접적으로도 인식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나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서 증거 확보 타이밍을 놓치고 엇갈리는 진술 등으로 인해 판단이 어려워졌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이번 수사에 관여한 서울중앙지검 전·현직 검사장은 4명이다. 또 수사 실무를 총괄하며 일선 수사팀을 지휘한 부장검사도 4명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김 여사 등이 가담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김 여사는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이었다. 같은 해 9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고, 이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서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됐다. 이듬해 8월, 수사팀이 재정비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내놓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 그해 6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것은 11월이다.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 일당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기며 사건을 일단락했다. 처분 대상서 빠진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은 “주가조작 가담 여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난 4월 총선서 야권이 압승하고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연일 거론되면서 수사가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7월20일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가 이뤄졌지만, 최종 처분은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 선고 이후로 또다시 밀렸다. 앞서 김 여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서 비공개 방문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서 서울중앙지검이 이원석 전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한 점이 알려져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사팀은 경호와 보안상 문제로 제3의 장소서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여타 사건의 피의자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4년6개월 수사하고 김건희 성역 인정한 꼴 “압수수색영장 법원 기각” 대놓고 거짓말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두고 보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정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참고하겠다고 밝힌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와 유사한 ‘전주(錢主)’ 역할을 한 인물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김 여사가 주식거래로 인한 손실 금액 상당인 4000여만원을 1차 주포에게 입금받은 내역, 2차 주포인 김모씨가 도피 중에 또 다른 사건 관계자에게 보낸 편지서 김 여사를 언급한 정황 등이 알려진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의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처분 전 수심위를 열어 외부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수사팀은 수심위 없이 차·부장급 검사, 일부 평검사 15명으로 구성된 레드팀의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과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라인 모두 이 사건은 수심위를 열기에 적절치 않다는 일치된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적으로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던져준 셈이다. 사건 처분 지연 이유를 묻자 수사팀은 “수사 종결을 위해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지난 7월 가까스로 대면조사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권오수 전 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련자들은 일사천리로 기소했는데 유일하게 김 여사에 대해서만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수십명의 검사들이 투입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했다는 게 겨우 대면조사”라며 “과연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시간을 끌어온 게 제일 문제”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시간을 끈 것보다도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거짓말을 한 사실도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17일 브리핑서 “코바나컨텐츠와 도이치모터스 수사가 같이 진행돼 압수수색영장 같은 것에도 함께 범죄사실을 적었는데, 2020년 11월 김 여사 주거지, 사무실,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모르고? 알고도? 기각된 영장 혐의를 묻자 “코바나 사건이 주되긴 했지만 결국 코바나와 도이치는 같이 수사 중이었다. 압색영장에도 범죄 혐의가 같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도이치 사건으로도 영장 청구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 여사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건 코바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논란이 일자 “전달 과정의 오해였을 뿐 거짓 내용을 브리핑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브리핑서 ‘김 여사는 기본적으로 계좌주’라고 전제한 후 “계좌주 중 압색영장을 청구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각된 영장에 도이치 사건 혐의는 없었다’고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만큼 브리핑이 부정확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혐의에는 한 차례도 강제수사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사팀은 “10년 지난 사건이고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수사팀 입장서 ‘거짓말 논란’은 억울했을 수 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건 수사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소극적 수사로 꼽힐 수 있는 뼈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도 “수사팀 내에서도 기소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코바나컨텐츠 영장이 기각되지 않았으면 도이치모터스 관련 추가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을 거라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애초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지난해 7월 2차 서면 질의서를 보내고 지난 7월 답변을 받기까지 1년이 걸린 점도 의구심을 키웠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면 답변을 안 주면 (검찰이)어떻게 하느냐”고 했지만 대응이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용산 갈등 후 이원석 배제 검찰의 판단으로 논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명품백 사건의 경우 고발인인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등이 검찰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는 항고 의사를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도 고발인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항고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수처 수사와 야당 측의 김 여사 특검 발의 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여론조사 비용 부담’ 의혹을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명품백 사건, 명씨 여론조작 등 총 13개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다만 검찰 항고가 통계적으로 인용되는 비율이 10%로 매우 낮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불기소 결론이 서울고검 등 이후 단계서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공수처가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점도 고려해 봐야 한다. 또 약 15년 전 벌어진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새롭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물리적인 한계도 안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연말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그러진 조직 내부를 점검하고 분위기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공석인 광주고검장과 부산고검 차장검사 등 지휘부 재편이 목적일 수도 있지만 특수통이 아닌 기획·관리에 능한 검사 위주로 조직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심 총장은 취임 직후 이뤄진 인사에서 신봉수 고검장이 광주고검장서 대구고검장으로, 임승철 검사장이 부산고검 차장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각각 이동시켰다. 검찰 내부에서는 고위 간부보다 중간 간부 인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월 단행된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38기 검사들의 부장검사 승진이 보류됐다. 올해를 넘기면 38기부터 1년씩 승진이 유예되는 탓에 인사 적체를 우려하는 검사들이 많다. 연말 고위 간부 인사 정권 수사 힘 빼기? 특수 지고 기획통 주류로…녹슨 칼 되나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지난 인사에서 잔류해 이들의 승진·전보 인사 요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단행된 검찰 인사 기조를 보면 특수통은 좌천되거나 주류서 제외됐다. 지난 5월 검찰 인사에서 특수통으로 꼽히는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전보됐고, 기획통에 가까운 이창수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심 총장 취임식 당일 발표된 인사에서는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 기획통으로 불리는 구승모 검사장이 임명됐다. 향후 인사에서도 이런 ‘관리형 인사’ 기조가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나 이 전 검찰총장과 가까웠던 정통 특수통들이 인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심 총장의 연말 인사 전후로 사직서를 던지는 중간 간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미 사직서를 쓰겠다고 말한 부장급 간부도 있다. 특수통 외면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특수통이 외면받게 된 이면에는 대통령실 및 김 여사 관련 수사에서 힘을 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한마디로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칼을 미리 부러뜨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총장과의 갈등 직후 특수통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게 복수의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구권력 신권력 윤 대통령과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한 변호사는 “여권이 친한(친 한동훈)과 친윤(친 윤석열)으로 나뉜 것처럼 검찰 내부도 구권력과 신권력 간의 충돌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불기소하면서 불만이 쌓인 검사들이 상당히 많다”며 “지금 상황서 특수통을 중용하는 건 당연히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심 총장이 고위 간부와 중간 간부 대부분을 기획과 정무 감각이 뛰어난 이들로 꾸릴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차후 있을 인사에서 내치면 반골 기질이 있는 특수통들이 가만히 있겠나. 특수통들은 항시 정권의 심장을 겨눠왔다. 지금 용산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