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유치원서 학대받은 아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7.06 00:00:00
  • 호수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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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물고 때렸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요시사>는 ‘일요신문고’ 지면을 통해 억울한 사람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아들이 유치원서 아동학대를 당한 사연입니다.

아동학대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살펴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동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각각 1233건, 129건, 237건으로 총 1559건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어린이집서 안전사고를 당한 아동의 수는 연평균 7940명이다.

“너무 아팠다”

아동학대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아동학대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 처벌법)은 아동복지시설이나 어린이집 등의 종사자가 보호 아동을 상대로 폭행·상해 등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을 최대 50%까지 가중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현행 아동복지법은 어린이집 선생이 아동을 학대하면 원장까지 처벌할 수 있다. 가해 교사에 더해 원장까지 처벌하는 이유는 아동학대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를 엄격하게 감독하고 관리하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

물론 아동학대 현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긴 어렵다.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피해 아동이 어려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교사가 스스로 아동학대를 했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A씨와 유치원생 아들도 같은 일을 당했다. A씨의 아들 B군은 맞벌이 가정이어서 유치원 종일반을 다녔다. 

지난 5월16일 오후 늦게 퇴근한 A씨는 B군의 하원을 돕는 도우미와 대화를 나눴다. B군의 팔에 생긴 상처 이야기였다. 도우미는 “B군 팔에 동그랗게 부어있는 상처가 있는데, 잇자국 같다. 한 번 확인해라”고 말했다. 실제 B군의 손목과 팔꿈치 사이에는 동그란 모양의 피멍이 있었다. 분명히 잇자국이었다.

팔에 생긴 붉은 잇자국 
기막힌 담임교사 태도

A씨는 B군에게 상처가 왜 생겼는지 물었다. B군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선생님이 ○○(다른 원생)가 낸 상처라고 말하라고 했어. 그런데 선생님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유치원 알림장에 사진 2장을 첨부해 “선생님, B군의 팔에 잇자국이 있다. 혹시 누가 물었는지 알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충격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B군 유치원 보조 교사가 B군의 팔을 물었다는 것이다.

원장은 “내일부터 B군과 보조 교사를 분리시키겠다. 어린이집서 직접 보고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A씨는 B군에게 “선생님이 했던 행동을 나한테 해봐”라고 하자, A씨의 몸을 꽉 잡고 악을 쓰면서 압박했다. 너무 놀라 당시 어땠냐고 물었더니 “너무 아팠고, 너무 더웠다. 담임 선생님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속상한 마음을 토로했다.


B군이 당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깨달은 A씨는 바로 원장에게 전화해 CCTV를 봐야겠다고 요구했다. CCTV 보존 기간은 5일이었다. A씨는 다음날 바로 유치원을 방문해 원장, 보조 교사, 담임, 수석교사, 경찰관과 CCTV 영상을 확인했다.

CCTV 영상에는 보조 교사가 ▲B군의 두 팔을 잡고 끌어다 교실에 내팽개쳤고 ▲다리로 B군의 다리 및 가슴을 압박하거나 ▲손으로 B군을 때렸고 ▲B군의 오른팔을 깨무는 등의 장면이 기록돼있었다. 

더 기가 막힌 건 담임교사의 태도였다. 보조 교사가 B군을 학대하는 중에도 그는 학대를 말리지 않고 수업을 이어갔다. B군이 괴로워하며 소리를 질러도 누구 하나 나와 보지 않았다. B군이 기절하듯 두 다리를 뻗자, 보조 교사는 B군 몸 위에서 내려와 과자를 줬다. 

경찰은 해당 사안을 심각한 아동학대 수준이라고 판단해 CCTV를 압수했다. 그 자리서 보조 교사는 이 같은 학대가 여러 차례 있었다면서 사과했지만, 담임교사는 사과하지 않았다.

“증거 확보 가장 선행돼야”
CCTV 보존 기간 고작 5일

문제는 이 사건 이후 유치원의 태도였다. 해당 유치원은 이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거나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A씨는 같은 반 아이들이 걱정돼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했다. 역시나 학부모들은 아동학대 사건을 알지 못했다.

B군이 보조 교사에게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유치원 위원 학부모가 원장에게 다른 학부모에게도 사건을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원장은 위원 학부모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제지했다.

지난달 16일 경찰은 전수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유치원은 사과문을 돌렸지만, 누가 봐도 사과가 아닌 변명 같은 형태였다.

A씨는 “너무 끔찍해서 내 아이가 학대당하는 영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다 준비서면을 작성해야 해서 덜덜 떨면서 CCTV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보조 교사가 아이를 짓누르고, 팔로 내리치며 때리고, 아이가 절규하고, 팔을 비틀기도 했다”며 “이런 와중에 담임교사는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수업만 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친구가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시간이 지난 후 아들에게 ‘선생님이 계속 아프게 했는데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상처받을까 봐’라며 한참을 울었다. 내 아들뿐 아니라 기관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사과 아닌 변명

한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어린이집, 유치원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이 많다. 우선 학부모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증거 확보가 어려우면 민사소송, 형사고소 등 법적 진행을 통해 추가 자료 확보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원장 외 담임교사나 보조 교사가 아동을 학대한 것으로 확인되면 일이 커지기 전에 조치를 하는 것이 좋다. 만약 학부모가 감정적으로 격앙되면, 아동학대 변호사인 대리인을 통해 소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게 좋다. 만약 학부모가 오해한 상황이면 허위 사실을 유포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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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